여야, 이재명 피습 '증오 정치' 비난하면서 배후설 등 공방 여전
각종 음모론·가짜뉴스 확산 추세
정치권, 자제 촉구·자성론 목소리
유불리 감안 당파적 행태도 반복
"막말 퇴출 등 실천적 논의 필요"
여야가 이재명 대표 피습 사건 이후 온라인상에서 쏟아지는 각종 음모론과 가짜뉴스로 골머리를 앓는 모습이다. 극단으로 갈라진 여야 강성 지지층은 사건 직후부터 ‘자작극’ ‘배후설’을 주장하며, ‘가짜 칼’ ‘헬기 특혜’ 등 사안보다 음모론을 덧씌워 ‘확증 편향’을 강화하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 제1야당 대표에 대한 테러라는 심각한 범죄가 정치 공방의 소재로 악용돼 ‘증오 정치’를 부추기는 악순환을 만들고 있는 셈이다.
여야는 4일 이 같은 행태에 강한 우려를 드러냈다. 국민의힘 윤희석 선임대변인은 이날 논평에서 “이재명 대표 피습사건은 대한민국 법치주의와 자유민주주의에 대한 심대한 위협”이라면서 “그럼에도 각종 음모론을 유포하며 사회적 갈등을 조장하는 혼란스러운 모습이 곳곳에서 보인다”고 지적했다. 앞서 윤재옥 원내대표는 전날 비상대책회의에서 “(이 대표)피습 사건은 대의민주주의 전체에 불행한 오점으로 기록될 것”이라며 “여야 모두 독버섯처럼 자라난 증오 정치가 국민께 악영향을 미치고 있음을 인정하고, 머리를 맞대 정치 문화를 혁신할 방안을 찾아야 한다”고 말했다.
더불어민주당 고민정 최고위원도 전날 최고위원회의에서 “정치 혐오에 대해 생각해보게 된다. 정치인들의 선을 넘나드는 막말이 지지자는 물론 일반 시민을 자극하며 나와 다른 생각을 가진 이들에 대한 혐오로 번졌다”고 반성했다.
여야 모두 심각해진 증오 정치와 가짜 뉴스 행태에 대한 자성론을 폈지만, 각자가 지목하는 ‘가짜 뉴스’는 주로 상대 진영에서 만든 것들이었다. 국민의힘은 ‘권력 배후설’ ‘의료진 매수설’ 등 여권을 겨냥한 음모론을 집중적으로 비판했고, 민주당은 이 대표의 부상 정도를 부풀린다는 비난, ‘헬기 특혜 이송’ 주장을 전형적인 가짜뉴스로 지목했다.
여야는 당초 민주당원으로 언급됐다가 그 이전 국민의힘에 오래 몸담은 것으로 알려진 가해자 김 모 씨의 당적을 두고 민감한 반응을 보이기도 했다. 표면적으로는 ‘민주주의 위기’라며 여야 공통의 문제로 언급하면서도, 실제로는 정치적 유불리를 따지는 당파적 행태를 반복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 때문에 여야 모두 이번 사건을 둘러싼 일체의 음모론을 배격하면서 증오 정치를 완화하기 위한 실천적 논의에 나서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정치권 관계자는 “여야가 지난해 말 국회 본회의장에서 고성과 야유·손팻말을 퇴출하는 ‘신사협정’을 맺었지만, 얼마 가지 않아 유야무야 됐다”면서 “여야가 ‘자성’의 진정성을 보이려면 내부의 ‘가짜뉴스’ 생산에 단호하게 대응하면서, 증오를 부추기는 ‘막말’을 없애는 일부터 시작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전창훈 기자 jch@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