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의 질 갉아먹는 ‘나쁜 잠’…국민 110만 명이 병원 찾았다
[수면장애 유형과 생활습관 개선]
불면증·호흡장애 등 6대 범주
100여 개 세부질환 아울러
정확한 진단이 치료 첫걸음
규칙적 기상·졸릴 때만 잠자리
‘8시간 이상 수면’ 강박 피하고
잠 안 올 땐 잠자리 벗어나야
잠을 제대로 자지 못하는 수면장애는 삶의 질뿐 아니라 뇌 기능과 건강에 직접 영향을 미친다. 국민건강보험공단의 건강보험 진료현황에 따르면 2022년 수면장애로 병원을 찾은 사람은 109만 8819명으로 2018년(85만 5025명)보다 28.5% 증가했다.
고신대학교복음병원 이비인후과 김주연 교수는 "자는 동안 우리 몸에서는 신체 기능 회복과 성장호르몬 분비, 세포 재생, 뇌대사물질의 청소가 진행되고, 뇌파, 안구운동, 근전도와 순환기계의 생리학적 변화도 일어난다"고 설명한다. 수면장애는 이런 수면 구조와 분포에 문제를 일으킨다. 유럽수면학회 수면의학 전문의 자격을 취득한 김 교수의 도움말로 수면장애의 유형과 진단, 건강한 수면을 위한 생활습관을 알아본다.
■질환별로 원인도 경과도 달라
수면장애는 불면증, 수면호흡장애, 과다 졸림의 중추장애, 하루 주기 리듬 수면각성장애, 사건수면, 수면운동장애 등 크게 6개 범주로 나뉜다. 질환별로 원인과 경과가 달라 정확한 진단을 통한 적절한 의학적 평가와 치료가 중요하다. 김주연 교수는 "수면장애는 68개 중분류, 세부 분류까지 하면 100여 개 질환을 아우르기 때문에 다양한 임상 진료과와 심리, 간호, 치의학 등 다학제적 접근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불면증은 1년을 기준으로 성인 3분의 1가량이 겪는다. 주로 면담을 통해 증상을 파악하고 진단한다. 수면일기나 주간졸음설문지, 불면증 정도 척도 등 다양한 설문지를 활용한다. 약물치료 전에 수면환경과 습관을 개선하는 인지행동치료를 먼저 시도한다.
수면호흡장애, 특히 폐쇄수면무호흡증의 경우 심각한 신경인지장애와 심혈관계 질환 등의 합병증을 유발할 수 있다. 심한 코골이와 주간 졸림, 남성, 비만, 고혈압, 50세 이상, 큰 목둘레 등 특징이 있으면 폐쇄수면무호흡증 가능성이 높아진다고 알려진다.
낮 동안 졸리는 주간과다수면은 중추성 질환인 기면증, 특발성 과다수면뿐 아니라 수면무호흡, 하지불안증후군 등 다른 수면장애가 원인이 돼 나타난다.
하루 주기 리듬 수면각성장애는 생체시계 리듬이 밤낮과 다른 상태다. 늦게 자고 늦게 일어나는 위상지연장애, 새벽에 일어나고 초저녁에 졸린 위상전진장애, 주야간 교대근무로 인한 수면장애, 비행기 시차장애 등이 해당한다.
사건수면은 수면 과정에서 원치 않게 발생하는 신체적 사건이나 경험을 말한다. 소아기에 흔한 몽유병, 야경증, 과격하고 생생한 꿈을 행동으로 옮기는 렘수면행동장애 등이 포함된다. 렘수면행동장애는 파킨슨병이나 치매 등 신경퇴행성질환의 위험인자로 밝혀지기도 했다.
수면운동장애 중 하지불안증후군은 다리를 움직이고 싶은 충동이나 불쾌한 다리 감각 이상 또는 통증을 동반해 불면증이나 수면부족으로 이어질 수 있다. 가족력이 많고, 빈혈, 임신, 만성 신부전에 동반되기도 한다.
수면다원검사는 수면과 각성을 구별하는 가장 정확한 진단검사 방법이다. 수면 중 뇌파, 안구전위, 근전도, 심전도, 호흡 노력과 공기 흐름, 혈중산소포화농도, 체위 등 생체신호를 기록해 평가한다. 수면무호흡증, 하지불안증후군, 기면증과 렘수면행동장애 등 이차성 불면증의 원인을 찾는 데 유용하다. 약물 유도 수면내시경검사는 상기도(윗숨길)의 변화와 폐쇄 부위, 양상 등을 3차원으로 시각화해 치료법 선택에 도움을 준다. 예를 들어 수면호흡장애의 경우 수면다원검사로 진단하고 내시경검사로 기도 폐쇄 부위를 확인해 치료 방침을 결정하게 된다.
■잠에 대한 생각과 행동 바로잡기
가장 흔한 수면장애인 불면증 치료에서 핵심은 '수면위생'이다. 침실 환경을 최적화하고 자기 전 격렬한 운동이나 음주처럼 수면을 방해하는 행동은 피한다. 규칙적인 시간에 일어나는 것이 중요하다. 잠이 오지 않을 때는 차라리 독서를 하거나 음악을 듣는 것이 낫다.
'자극조절법'은 잠자리와 수면의 연결고리를 강화하는 치료요법이다. 이를 위해 잠자리는 잠을 잘 때만 사용하고, 잠이 오지 않으면 잠자리에서 나와 졸릴 때까지 다시 눕지 말라고 강조한다. '수면제한법'도 비슷한 맥락이다. 원하는 기상시간과 수면시간을 기준으로 잠자리에 누워있는 시간에 비해 실제 수면시간이 85% 이하면 누워있는 시간을 15분씩 줄이고, 90% 이상이라면 누워있는 시간을 15분씩 늘린다.
불면에 대한 지나친 걱정이나 '8시간 이상 꼭 자야 한다'는 강박에서 벗어나도록 하는 '인지치료', 복식호흡과 점진적 근육이완을 통한 '이완요법'도 약물 없이 불면증을 치료하는 데 도움이 된다.
최혜규 기자 iwill@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