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병군의 생생건강토크] 수도권 정치인이 보는 부산 의료

김병군 기자 gun39@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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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병군 의료산업국 국장

“지난 2일 오전 11시 13분 부산대병원 권역외상센터 옥상 헬리패드에 소방헬기가 내려앉았다. 괴한의 피습으로 목에 상처를 입은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옥상의 전용 엘리베이터를 타고 1층 응급실에 도착한 것은 오전 11시 15분.

그곳에선 마침 당직이던 외상외과 김재훈 교수가 대기하고 있었다. 김 교수 옆으로 외상외과 2명, 응급의학과 2명, 흉부외과 1명, 신경외과 1명 등 6명의 교수도 보였다.

목 부위 상처를 살펴본 김 교수는 ‘아 이거 내경정맥 손상이겠구나’라는 판단을 했고 곧장 응급수술 준비를 ‘노티’했다. 그런데 수술을 앞두고 환자동의서를 받는 과정에서 잠시 승강이가 벌어졌다. 환자 간호가 편한 서울에서 수술을 할 것인지, 부산대병원에서 할 것인지를 두고 의료진과 보호자 측 사이에 의견이 갈린 것이다. 그러나 부산 의료진이 ‘이송 도중 출혈 위험이 있다’며 환자를 붙잡고, 서울대병원에서도 ‘올라오지 마라’고 만류하는 바람에 그 자리에서 응급수술을 받기로 했다.

결국 환자는 권역외상센터에서 1시간 30분 만에 수술을 성공적으로 마쳤다. 그리고 입원실에서 7일 만에 건강한 몸으로 퇴원했다. 이 대표는 ‘훌륭한 의사와 간호사 덕분에 건강하게 퇴원할 수 있게 됐다. 부산시민들의 성원을 잊지 않겠다’며 감사 인사를 전했다. 서울행 비행기를 타기 전에 이 대표는 양산 평산마을에 있는 문재인 전 대통령을 방문했다. 문병을 사양해서 송구하다는 말씀을 드렸다. 서울 당사에 도착한 이 대표는 ‘민주당이 뭉쳐야 한다’는 첫 복귀 메시지를 던지고 일상으로 돌아갔다.”

이 대표 피습 사건 직후 상상했던 이 같은 장면은 기자의 희망사항에 그쳤다. 예상 시나리오는 여지없이 엇나갔다.

이 대표와 민주당은 묻지도 따지지도, 뒤도 돌아보지 않고 서울행을 택했다. 응급헬기를 타고 서울 용산구 노들섬 헬기장에서 서울대병원으로 이송돼 응급수술을 받았다. 정청래 최고위원은 “잘하는 병원에서 해야 할 것 같다”며 부산 의사들과 시민들 자존심을 뭉개버렸다.

사실 따지고 보면 부산대병원과 서울대병원은 시설과 규모 면에서 비교가 안 된다. 전담 전문의, 병상 수, 환자 수 등에서 부산대병원이 압도한다. 보건복지부 권역외상센터 평가에서 부산대병원은 2년 연속 전국 1위를 했다. 반면 서울은 권역외상센터가 한 곳도 없다 보니 서울시가 자체적으로 중증외상 최종치료센터 4곳을 설치했고 그중 한 곳이 서울대병원이다.

서울 이송이라는 잘못된 판단과 결정으로 인해 사건은 ‘특혜, 무시, 홀대, 패싱, 선민의식, 내로남불’이라는 부정적인 단어로 온통 뒤덮였다. 수도권 정치인들이 부산을 바라보는, 부산 의료를 바라보는 적나라한 모습을 그대로 보여줬다는 평가가 나온다. 앞으로 지역의료 발전을 위해 헌신하겠다는 정치인의 말을 믿는 사람이 없게 됐다.

지방을 바라보는, 지역의료를 바라보는 정치권의 시각이 변하지 않으면 대한민국의 미래는 없다. 대한민국 의료의 미래도 없다.



김병군 기자 gun39@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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