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물썰물] 1800도 회전도로

정달식 논설위원 dosol@busan.com
부산닷컴 기사퍼가기

도로는 끊임없이 진화한다. 그 범위는 외형적인 모습부터 시설물까지 넓고 다양하다. 때론 도로와 건물이 어우러져 건축물의 새로운 부가가치를 창출하기도 한다. 대표적인 게 독일 베를린 A100 아우토반 위에 지어진 ‘슈랑겐 아파트’다. 1981년 준공된 이 아파트의 최고 층수는 15층으로, 지상 46m 높이에 그 길이가 600m에 달한다.

네덜란드 로테르담 블락역에는 건축가 피트 블롬이 설계한 다리 위의 주택 ‘큐브 하우스’도 있다. 네덜란드 헤이그에는 시내 중심을 통과하는 A12 도로 위에 지어진 ‘말리 투레’라는 오피스 빌딩도 있다. 이 빌딩은 1996년 완공됐다. 일본 오사카에는 빌딩 중간으로 도로가 관통하는 ‘게이트타워 빌딩’도 있다. 모두 도시를 압축해 건물과 도로의 공존을 꾀한 사례다. 도로의 입체적 활용이라는 측면에서 발상이 창의적이다. 이들 건축물 가운데 일부는 이걸 보러 찾는 사람들이 생길 정도로 그 지역의 랜드마크가 됐다.

중국 충칭에는 5층 높이의 건물을 활용한 왕복 2차선 회전도로가 있다. 이 회전도로는 경사가 가팔라 높이 차이가 있는 아래쪽 도로와 위쪽 도로를 이어주는 역할을 하는데, 만약 차량이 중심도로에서 주택단지로 진입하려면 건물 안으로 들어가 4바퀴가량을 돌아서 나와야 한다.

조만간 부산에도 도로와 도로를 잇는 빌딩식 회전도로가 생길 것 같다. 부산 서구청은 부산터널 상부 산복도로 시작점에 조성되는 ‘망양로·보동길 간 회전식 도로’를 이달 중 착공해 내년 말 준공할 예정이라고 최근 밝혔다. 높이 30m의 빌딩 내 회전도로를 통해 아래 보동길과 위쪽 망양로를 연결하는 방식으로 차량이 5바퀴(1800도)를 회전해 지나가는 형태라고 한다. 일반도로에 빌딩식 회전도로가 놓이는 건 전국에서 처음이다. 서구청은 회전식 도로 구조물 중앙에 엘리베이터와 계단을 설치해 주민을 위한 보행 환경도 개선할 거라고 한다.

빌딩식 회전도로는 산지가 많은 부산의 특성을 고려한 것으로 사람의 이목을 끌 만하다. 독특한 디자인으로 도시 경관이 다채로워지는 장점도 있다. 도시 공간 활용 면에서도 창의적이다. 하지만 급격한 차량 회전으로 발생할 수 있는 사고나 안전 상황에 대한 대비책도 있어야 한다. 이참에 부산항대교 영도 쪽 진입로 360도 회전 구간이 운전자들 사이에 왜 ‘공포의 구간’이 됐는지 되돌아볼 필요가 있다. 아울러 차량이 경사진 공간을 이동하면서 발생하는 소음이나 진동 등 환경 문제도 면밀히 살폈으면 한다. 이왕 짓는다면 제대로 잘 짓자.


정달식 논설위원 dosol@busan.com

당신을 위한 AI 추천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