곳곳이 전쟁인데… 백악관도 모르게 자리 비운 국방장관
오스틴 장관 수술 늑장 보고
국방 수뇌부 나란히 3일 공백
바이든 행정부 진화 나섰지만
미 상원 등 “즉각 해명” 아우성
파장 커지며 미 대선 새 변수로
우크라이나와 가자지구 전쟁으로 세계가 안보 위기에 빠진 가운데 백악관도 모르게 미국 국방부의 1인자와 2인자가 나란히 자리를 비운 사실이 드러나 파장이 일고 있다.
오스틴 장관은 지난 1일부터 7일 현재까지 수술 합병증으로 입원 중이다. 그런데 백악관은 물론 조직에서 유사시 장관의 역할을 대행해야 할 부장관에게까지도 입원 사실을 뒤늦게 알린 것으로 드러나 잡음이 커지고 있다.
미 국방부는 “로이드 오스틴(70) 장관이 지난 5일(현지시간) 병상에서 일부 업무를 재개했고 바이든 대통령과도 지난 6일 통화했다”며 뒤늦게 진화에 나섰다. 다급한 바이든 대통령 역시 오스틴 장관을 신임한다는 보도도 나왔다.
미국 현지 매체들에 따르면 미 국방부는 지난 4일에서야 오스틴 장관의 입원 사실을 백악관에 늑장 보고했고, 이에 따라 바이든 대통령은 3일간 국방부 장관이 제 자리에 없었다는 사실을 알지 못했다.
여기에 국방부의 2인자인 캐슬린 힉스 부장관도 백악관과 비슷한 시기에 장관의 입원 사실을 통지받은 것으로 드러났다. 미국령 푸에르토리코에서 휴가를 보내고 있던 힉스 부장관은 오스틴 장관의 입원 2일차인 2일부터 장관의 임무 중 일부를 대행했다. 사유를 모른 채 장관 업무 일부를 대행하던 힉스 부장관은 4일이 되어서야 장관의 입원 사실을 통보받았다.
결국 미국 국방부의 1, 2인자가 모두 자리를 비운 상황에서 그 사실을 군 통수권자인 바이든 대통령도 제때 파악하지 못한 셈이다.
이번 소동과 관련해 중동과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안보 위기가 심화한 상황에서 대통령조차 한동안 몰랐던 국방부 수뇌부의 ‘공백’이 있었다는 사실이 밝혀지자 미국 사회에서 거센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미국과 서방 국가들은 러시아 침공을 받은 우크라이나에 무기를 보내며 군사적으로 지원하고 있고, 미국의 동맹인 이스라엘은 하마스로부터 기습 공격을 받은 후 가자지구에서 전쟁을 벌이는 중이기 때문이다. 미국은 홍해에서는 선박을 공격하고 있는 예멘 후티 반군에 대응해 항로를 지키기 위한 국제 연합군을 주도하고 있다.
상원 군사위원회 공화당 간사인 로저 위커 의원(미시시피)은 “이번 사건이 바이든 행정부에 대한 신뢰를 약화한다”며 사실에 대한 완전하고 즉각적인 설명을 의원들에게 제공할 것을 요구했다.
미 국방부 출입 기자단은 역시 항의 서한을 통해 분노를 표했다. 기자단은 성명에서 “중동에서 미군에 대한 위협이 증가하고 있고 미국이 이스라엘과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핵심적인 안보상 역할을 하고 있는 상황에서 미국 국민들이 국방부 최고위 지도자의 건강 상태와 의사 결정 능력에 대한 정보를 얻는 것은 특별히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바이든 대통령이 대선 가상대결에서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에게 열세를 보이는 것으로 나타나는 가운데, 이번 사안이 바이든 대통령의 선거 캠페인에 악재가 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미 국방부는 파문을 조기에 진화하기 위해 부심하는 모습이다. 팻 라이더 국방부 대변인은 이날 성명을 내고 오스틴 장관이 지난 5일 저녁에 업무를 재개한 이후 부서 운용 상황에 대해 브리핑을 받았고, 참모들에게 필요한 지시도 했다며 입원에 따른 업무 공백이 없음을 강조했다. 그러나 국제 안보 환경이 긴박한 시기인 만큼 당분간 논란은 가라앉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미 당국자들은 국방부가 오스틴 장관의 건강이나 입원 사실을 공개하지 않은 이유 등에 대한 기본적인 질문에 답변을 거부할수록 논란은 길어질 것이라고 사석에서 말했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전했다.
권상국 기자 ksk@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