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리15%·한도 100만 원 정부 소액대출 ‘씁쓸한 흥행’

김준용 기자 jundragon@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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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서 지난해 1만 5000명 이용
40~60대 많고 생활·병원비로 써

불황 속 취약계층 어려움 반영
1개월 이상 연체한 비율 10.6%
“복지 체계 연동 자활 기회 제공을”

정부의 소액 생계비 대출에 이용자가 대거 몰려 장기 경기침체에 따른 취약계층의 어려움을 보여주고 있다. 한 은행 앞을 이용객이 지나가는 모습. 부산일보DB 정부의 소액 생계비 대출에 이용자가 대거 몰려 장기 경기침체에 따른 취약계층의 어려움을 보여주고 있다. 한 은행 앞을 이용객이 지나가는 모습. 부산일보DB

15%의 금리로 최대 100만 원을 빌리는 정부 소액 생계비 대출 이용자가 부산에서 지난해에만 1만 5000명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당초 예상과 달리 소액 생계비 대출이 높은 금리와 낮은 한도에도 인기를 끌면서 불황 속 궁지에 몰린 취약 계층의 어려움이 반영된 ‘씁쓸한 흥행’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8일 국민의힘 김희곤 의원실이 서민금융진흥원으로부터 받은 소액 생계비 대출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3월부터 지난달 15일까지 부산지역에서는 1만 4448명이 165억 원을 대출했고 평균 56만 원을 빌렸다. 전국적으로는 10개월간 15만 7260명이 915억 원의 대출을 받았다.

부산지역 대출자의 연령대를 살펴보면 전체 1만 4448건 중 40대와 50대가 각각 2942건(20.3%), 3049건(20.9%)으로 가장 높은 비율을 기록했고 60대, 30대, 20대 순이었다. 전국적으로도 소액 생계비 대출 이용 실적은 40대, 30대, 50대 순으로 높았는데 각각 3만 4743건, 3만 4372건, 3만 123건 순이었다.

연체율은 전체 대출 잔액 중 원금을 1개월 이상 연체한 비율을 말하는데 부산은 10.6%로 서울 10.4%, 인천 10.3%, 대구 9.3% 등을 웃돌았다. 지난해 3월 대출이 첫 시행될 당시 고금리를 두고 논란이 있었으나 재정 안정성 차원에서 금리 15%대로 상품은 출시됐다. 연체율이 10%가 넘는 것은 취약 계층에게는 높은 이자가 부담으로 작용했던 것으로 보인다.

소액 생계비 대출은 첫 이용 시 책정되는 금리가 연 15.9%로 어지간한 제2금융권의 평균 대출 금리를 웃돈다. 고물가 상황 속 대출 한도 100만 원을 두고도 출범 초기 낮은 한도로 실효성 논란이 일기도 했다. 하지만 신용 점수 하위 20%(나이스평가정보 기준 744점·KCB 기준 700점 이하)이면서 연 소득이 3500만 원 이하인 대출 기준에 부합하는 취약 계층이 대출 신청에 대거 나서면서 ‘불황의 그림자’가 고스란히 대출 인기에 반영됐다는 해석이 나온다.

전문가들은 지난해 첫발을 뗀 소액 생계비 대출이 단순히 자금 지원을 넘어 취약 계층 복지 시스템 등과 연동한 지원 체계로 발전돼야 한다고 지적한다. 대출을 받은 차주가 대부분 생활비, 병원비 등의 ‘급전’으로 자금을 사용한 것으로 추정되는데 대출 뒤 차후 사용처 확인, 자활 지원 등의 복지 영역을 강화해야 한다는 것이다.

사회복지연대 김경일 사무국장은 “소액 생계비 대출 출범 당시 높은 이자, 한도가 낮은 금액 등으로 실효성 우려가 높았는데 그만큼 절박한 사람이 많았던 것으로 보인다”며 “대출 대상자에게 자활의 기회를 제공할 수 있는 복지 시스템 연계나 연체자에게 공적 개입이나 사회 보장이 필요한 것은 아닌지 면밀히 살펴봐야 할 것이다”고 말했다.


김준용 기자 jundragon@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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