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안동 방공 터널, 체험형 미디어 벙커 변신 ‘첫발’
20년 넘게 방치된 옛 충무시설
문체부 광역관광개발계획 포함
길이 270m 관광 터널로 개발
VR·AR 적용 미디어 콘텐츠로
2028년부터 터널 주변도 정비
온라인 동영상 서비스(OTT) 드라마 등에서 모습을 드러낸 부산 방공 터널(옛 부산시 충무시설)이 관광지로 거듭날 동력을 얻었다. 문화체육관광부가 추진하는 남부권 광역관광개발계획에 20년 넘게 방치된 방공 터널 개발 계획이 포함되면서 국내외 관광객을 불러 모을 이색 콘텐츠가 될 수 있다는 기대가 커진다.
부산시는 문화체육관광부와 업무협약을 맺은 ‘남부권 광역관광개발계획’에 ‘옛 부산 충무시설 개발 계획’이 포함됐다고 8일 밝혔다. 이에 따라 시는 2028~2030년 부산 방공 터널을 미디어 체험 관광 터널로 바꿀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부산 방공 터널은 수영구 광안동 수영구국민체육센터 인근에 자리하고 있다. 전쟁 등 유사 시에 시, 경찰, 군부대 등이 이곳에 집결해 대응하는 일종의 지휘본부 역할을 하는 시설이다. 설립은 1972년에 됐다. 실제 1997년까지는 매년 을지훈련 지휘본부로 사용됐다. 하지만 1998년 부산시청이 연제구로 옮겨가면서 더 이상 쓰임새를 잃어버렸고, ‘D.P’ 등 OTT 드라마에서 가끔 모습을 드러냈다.
시는 남부권 광역관광개발계획 포함을 계기로 방공 터널을 체험형 미디어 공간으로 바꾸겠다는 복안을 갖고 있다. 일단 방공 터널 내부는 총면적 3693㎡, 길이 270m 등으로 규모가 상당해 활용도가 높을 것으로 보인다. 시는 가상현실(VR), 증강현실(AR) 등 신기술이 적용된 미디어 콘텐츠를 새로 바뀔 방공 터널에 넣기로 하고 추가 구상에 나섰다.
전체 개발 방안은 큰 방향만 잡혔고, 구체적인 콘텐츠와 세부 내용은 추가로 확정하기로 했다. 콘텐츠는 민간 사업체와 연계해 확보할 예정이다.
시는 오는 2028년부터 국비를 포함한 예산 180억 원을 투입해 방공 터널 주변 기반 시설도 정비한다는 계획도 갖고 있다. 도로와 주차장을 만들어 접근성을 확 높이고 벙커 내부 정비도 진행한다.
시 관광진흥과 관계자는 “사업 시행까지 시간이 많이 남아 구체적으로 어떤 콘텐츠를 채워 넣을 지는 추후 결정하겠다”며 “2028년 당시 콘텐츠 흐름에 맞춰 구상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그는 “그래도 미디어 체험 관광 터널이라는 큰 틀의 계획은 바뀌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시는 2012년에도 부산 방공 터널은 미디어 벙커로 조성하려고 시도한 적이 있다. 당시엔 ‘부산 미디어아트 벙커’를 만들어 미디어 소극장이나 전시실 등으로 채우려 했지만, 소방법 규정 등 안전성 확보가 어려워 무산됐다.
부산 내 이색 공간인 방공 터널을 새롭게 만들겠다는 활용 방침이 정해지면서 시민 기대도 커지고 있다. 드라마·영화 촬영 장소 등 제한적인 용도로만 쓰이다 앞으로 시민이나 관광객도 이용할 수 있게 됐기 때문이다. 수영발전협의회 관계자는 “오랫동안 방치돼 있었지만 다들 이 공간을 관광 자원화해야 한다고 생각했다”며 “등산로와 도심과도 가까워서 방공 터널 정비가 꼭 필요했다”고 말했다. 이어 “관광 개발을 앞당기는 등 하루빨리 이곳이 대표 관광지로 바뀌면 좋겠다”고 했다.
한편, ‘남부권 광역관광개발계획’에는 부산·울산·광주 등 영호남 5개 시도 관광 자원을 연계 개발해 ‘K-관광 휴양벨트’를 구축한다는 내용이 담겼다. 시는 △해양 레포츠 빌리지 조성 △아미산 낙조 관광경관 명소화 △기장 드라이브 관광경관 명소화 등 총 6개 사업을 추진한다. 그 중에 부산 방공 터널 개발 계획도 포함됐다.
김준현 기자 joon@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