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켄바워 8일 별세…"카이저는 친구이자 진정한 전설"

변현철 기자 byunhc@busan.com
부산닷컴 기사퍼가기

선수·감독으로 월드컵 우승
행정가로 변신해 ‘승승장구’
현역 시절 공격형 리베로 도입
축구 황제 펠레와 ‘한솥밥’도
수비 전술 변혁 그라운드 지배









베켄바워가 1974년 서독 월드컵 우승 당시 대표팀 주장으로서 우승 트로피를 들어 올리고 있다. AP연합뉴스 베켄바워가 1974년 서독 월드컵 우승 당시 대표팀 주장으로서 우승 트로피를 들어 올리고 있다. AP연합뉴스

독일 축구의 최전성기를 이끈 프란츠 베켄바워 바이에른 뮌헨 명예회장이 별세했다. 향년 78세.

베켄바워의 유족은 8일(현지시간) dpa통신에 "베켄바워 명예회장이 전날 평화롭게 운명했다"고 밝혔다. 다만 그의 사망 원인은 공개하지 않았다.

1945년 뮌헨에서 태어난 베켄바워는 13살 때인 1958년 명문 바이에른 뮌헨에 입단했다. 그는 바이에른 뮌헨을 모두 4차례 독일프로축구 분데스리가 정상에 올려놨고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의 전신인 유러피언컵 3연패를 이끌었다. 국가대표팀에서는 주장으로 1974년 서독 월드컵 우승과 유로 1972(1972년 벨기에 유럽축구선수권대회) 우승에 공헌했다.

'카이저'(황제)라는 별명을 얻은 그는 1977년 미국 코스모스 뉴욕에서 브라질 축구 황제 펠레와 함께 뛰었다. 1982년에는 고국 무대에 복귀해 함부르크 SV에 분데스리가 우승컵을 안겼다.

현역 시절 베켄바워는 축구 수비 전술에 일대 변혁을 불러온 '창조적 파괴자'였다.

그는 중앙 미드필더로도 커리어 초반과 후반에 꽤 오래 뛰었으나 가장 빛난 건 '리베로', '스위퍼' 자리에서였다. 수비 라인 뒤로 한 발 빠져서, 최후 저지선 역할을 하는 리베로, 스위퍼는 베켄바워가 활약한 1960년대에 아주 새로운 개념은 아니었다.

하지만 베켄바워는 이 포지션에 공격적인 요소를 도입해 전에 없던 특별한 수비수로 떠올랐다. 베켄바워는 수비의 마지막이자, 공격의 시작점이었던 것이다.

그가 공을 몰고 중원으로 올라서면 독일 미드필더진은 수적 우위를 점했다. 베켄바워의 등장은 1970년대 네덜란드에서 완성된, 전원 공격 전원 수비의 '토털 사커' 전술과 같은 흐름에 있었다.

베켄바워는 지도자, 행정가로서도 승승장구했다.

현역에서 은퇴한 이듬해인 1984년, 불과 39세의 나이에 독일 대표팀 감독으로 부임한 베켄바워는 카리스마로 스타 선수들을 한데 묶어 1986년 멕시코 월드컵 준우승, 1990년 이탈리아 월드컵 우승, 유로 1988 대회 3위 등의 성적을 냈다.

베켄바워는 브라질의 마리우 자갈루에 이어 선수와 감독으로 월드컵을 제패한 역대 두 번째 축구인이다. 자갈루는 베켄바워보다 3일 일찍 세상을 떠났다.

이들은 '스타 플레이어 출신 감독은 성공하기 어렵다'는 속설을 뒤집은 대표적인 인물들이다.

프랑스 마르세유(1990-1991시즌 리그1 우승) 감독을 거쳐 친정 뮌헨 지휘봉을 잡은 베켄바워는 1993-1994시즌 분데스리가 우승을 이끌었다.

이후에는 행정가로 변신해 뮌헨에서 1994년부터 2002년까지 회장직을 맡았고, 2002년부터는 명예회장을 지냈다. 특히 2006년 월드컵을 독일에 유치하고 조직위원장도 역임했다.

그러나 말년에는 2006년 월드컵 유치 당시 국제축구연맹(FIFA) 집행위원들에게 금품을 건넸다는 의혹으로 독일 축구협회( DFB)의 조사에 이어 스위스 검찰의 수사를 받는 수모를 당했다. 그는 부패 혐의로 스위스 법원에서 재판을 받았으나 2020년 공소시효 만료로 처벌을 면했다.

베켄바워의 별세 소식에 전 세계 축구인 등이 소셜미디어(SNS) 등을 통해 애도를 표했다.

잔니 인판티노 국제축구연맹(FIFA) 회장은 성명을 내고 "독일과 세계 축구의 전설인 베켄바워는 역사에 남을 업적과 우승을 이뤄냈지만, 늘 겸손하고 소박한 모습을 유지했다"면서 "카이저는 위대한 사람이자 축구의 친구이며 진정한 전설이었다"고 말했다.

올라프 숄츠 독일 총리도 SNS를 통해 "여러 세대에 걸쳐 열정을 불러일으킨 독일 최고의 축구 선수였던 카이저를 우리는 그리워할 것"이라고 적었다.


변현철 기자 byunhc@busan.com

당신을 위한 AI 추천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