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즈볼라 고위급 지휘관 사망… 중동 전면전 일촉즉발
하마스 3인자 피살에 이어
라드완 부대 지휘관도 사망
블링컨 "심각한 긴장 순간"
국지 타격 의지 보였단 해석도
이스라엘의 공습으로 레바논 무장 정파 헤즈볼라의 고위급 지휘관이 숨지면서 가자지구 전쟁 발발 이후 3개월간 국지적으로 충돌해온 양측이 전면전에 나설 가능성이 커졌다.
헤즈볼라는 8일(현지시간) 이스라엘군 공습으로 정예 라드완 부대의 지휘관 위삼 하산 알타윌이 사망했다고 밝혔다. 지난해 10월 7일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무장 정파 하마스 간 전쟁이 벌어진 이후 사망한 헤즈볼라 인사로는 최고위급이다.
특히 이달 2일 레바논 수도 베이루트에서 헤즈볼라 등 친이란 지원세력들과의 연락책 역할을 해온 하마스 3인자 살레흐 알아루리가 공습을 받아 숨지면서 확전 우려가 커졌다. 헤즈볼라는 지난 6일 이스라엘 북부 공군기지에 대한 로켓 공격을 벌였고 국경에서 이스라엘과 헤즈볼라 간 치열한 교전이 벌어졌다.
중동 확전을 막기 위한 외교전에 나선 토니 블링컨 미 국무장관은 지난 7일 이 지역 상황에 대해 “심각한 긴장의 순간”이라며 “이는 더한 안보 불안과 고통을 일으켜 쉽게 전이될 수 있는 전쟁”이라고 경계했다.
여기에 이스라엘이 주요 표적으로 삼아온 라드완 부대의 지휘관 알타윌 폭사는 중동에서 가자지구에 이은 또 다른 전쟁에 대한 공포를 키우는 사건이라고 AP통신과 미 일간 뉴욕타임스는 짚었다. 이미 높아질 대로 높아진 긴장 속에 헤즈볼라 고위급이 사망하면서 2006년처럼 양측에 전면전을 벌어지는 등 중동 확전 우려가 한층 높아진 것이다.
블링컨 장관은 8일 알타윌 폭사와 관련해 “긴장이 고조되고 실제 전쟁을 보게 되는 것은 이스라엘과 레바논, 헤즈볼라 등 누구의 이익에도 부합하지 않는다”고 경고했다고 CNN은 전했다.
알타윌은 헤즈볼라 통치기구의 일원이며 수장 나스랄라와 인척 관계이기도 하다고 미 일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전했다. 헤즈볼라 관계자들에 따르면 알타윌은 1989년 헤즈볼라에 합류한 이후 이스라엘군을 상대로 한 여러 작전에 참여했고 2006년 이스라엘·레바논 전쟁을 촉발한 이스라엘 군인 2명 납치 사건과도 연루됐다.
헤르지 할레비 이스라엘군 참모총장은 이날 군이 헤즈볼라를 계속 압박할 것이라면서 전쟁도 마다하지 않겠다는 결의를 보였다. 그는 “우리는 완전히 다른 상황을 만들 것이고, 그렇지 않다면 또 다른 전쟁에 다다를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알타윌이 폭사한 8일에는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가 직접 레바논 접경지의 이스라엘군을 방문해 “북쪽 안보를 회복할 수 있도록 모든 것을 다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스라엘군은 레바논 접경지에서 대피한 이스라엘인 8만 명이 집으로 돌아갈 수 있도록 이 지역 안보 상황이 안정되는 것을 선제조건으로 내세우고 있다. 라드완 부대를 국경 북쪽의 리타니강에서 철수하는 외교적 해법이 통하지 않으면 무력으로 같은 목표를 달성하겠다는 것이다.
다만, 이번 알타윌 폭사는 오히려 이스라엘이 전면전을 피하면서도 국경 넘어 헤즈볼라를 타격할 수 있다는 의지를 보여주는 것이라는 해석도 있다. 리나 하티브 런던대 동양·아프리카대(SOAS) 중동연구소장은 WSJ에 알타윌 같은 고위급 제거는 헤즈볼라 지도부에 도발하지 말라는 경고로 “너희는 취약하다”는 메시지를 보내는 것이라고 풀이했다.
이은철 기자 euncheol@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