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물썰물] 세컨드 홈을 사라고?

임광명 논설위원 kmyim@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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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고 화려한 별장까지는 바라지 않는다. 소박하나마 한적한 곳에서 때때로 묵으며 쉴 수 있을 정도면 된다. 힐링이니 워라밸이니 요즘 유행하는 어려운 말을 들먹일 필요도 없다. 가족이나 친구들과 모여 술 한 잔씩 나누면 충분하다. 도시 직장인이라면 누구나 한 번은 꿈꿨을 법한 제2의 보금자리, 세컨드 홈을 말하는 게다.

그래서 한때 일었던 것이 전원주택 바람이다. 10여 년 전만 해도 시골의 웬만큼 경치 좋은 처처에는 ‘반드시’라고 할만치 전원주택이 들어섰다. 새집을 짓지 않고 기존 시골집을 예쁘게 고쳐 쓰는 경우도 흔했다. 직장을 은퇴한 이나 아예 귀촌·귀농 차원에서 삶의 터전을 옮긴 이도 있었지만, 이른바 ‘5도 2촌’(평일 5일은 도시에서 일하고 주말 2일은 시골에서 쉬는 생활)을 실천하려는 이도 많았다.

그러나 전원주택 바람은 이내 잦아들었다. 전원주택 지을 땅, 아니면 고쳐 지을 헌 집을 찾는 이들이 자취를 감추었다. 시골의 복덕방에는 전원주택 매물이 쌓이기만 할 뿐이다. 사람들이 알게 된 것이다. 전원주택 생활이 만만치 않음을. 처음 한두 해는 좋았으나 시간이 흐를수록 무덤덤해지고, 지내기만 불편하고, 무엇보다 잠시도 미룰 수 없는 집 관리는 고된 노동을 필요로 한다. 쉬러 갔는데 고생만 엄청 하고 돌아오는 경우가 반복된다. 마침내 “전원주택은 따로 관리인을 둘 정도 형편 되는 사람만이 가능하구나”라며 탄식하는 자신을 발견한다.

정부가 최근 ‘세컨드 홈 활성화 정책’을 추진한다고 밝혔다. 도시에 집을 한 채 가진 사람이 ‘인구감소지역’에 한 채 더 사더라도 취득세나 양도세 등에 불이익이 없도록 하겠다는 것이다. ‘1가구 2주택’ 적용을 않겠다는 이야기다. 정부가 지정한 인구감소지역은 현재 89개 시·군·구인데, 이들 지역의 소멸을 막아보자는 취지라고 한다. 뜻은 좋으나 우려되는 바가 없지 않다.

집 한 채 마련하기가 버거운 일반인들에게, 더구나 요즘처럼 어려운 시국에, 세컨드 홈은 언감생심이다. 전원주택이 그러하듯, 결국은 돈 많은 사람들만 혜택을 누릴 가능성이 크다. 인구감소지역에는 부산 동·서·영도구처럼 대도시 일부 지역도 포함돼 있으니 자칫 투기 욕구만 부추길까 걱정도 된다. 정책이 시행되기도 전에 초 치는 것 같아 미안하지만, 그래도 씁쓸함이 가슴 한편에 남는 건 어쩔 수 없다.


임광명 논설위원 kmyim@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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