착공 직전 딴생각… 공동어시장, 자체 설계 용역

이상배 기자 sangbae@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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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존안 별개로 지난해 말 진행
"현대화 공사 때 참고 차원"
어시장, 확대 해석 거듭 경계
무리한 요구 시 차질 우려도

부산공동어시장이 올 3월 현대화 사업 착공을 앞두고 설계 변경을 위한 자체 용역에 나섰다. 현대화 사업 조감도. 부산일보DB 부산공동어시장이 올 3월 현대화 사업 착공을 앞두고 설계 변경을 위한 자체 용역에 나섰다. 현대화 사업 조감도. 부산일보DB

부산공동어시장(이하 어시장)이 12년 만의 현대화 사업 착공을 앞두고 자체 설계 용역을 진행 중인 것으로 확인됐다. 어시장은 “공사 중 요청 사항이 생길 때를 대비한 참고용일 뿐”이라며 확대 해석을 경계했다. 그러나 공사 단계에서 어시장 측 설계 변경 요구가 지나칠 경우 사업에 차질을 빚을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9일 〈부산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어시장은 지난해 10월부터 자체 예산 1억 5000만 원을 들여 '현대화 사업 실시설계 지침 및 기술제안 입찰서 작성 용역'을 진행 중이다. 조달청과 기획재정부 검토를 마친 기존안과 별개로, 착공을 앞둔 시점에서 또 다른 밑그림을 그리고 있는 것이다. 어시장이 적지 않은 돈을 들여 자체 용역에 나선 배경에는 어시장 측 요구 사항이 기존안에 충분히 반영되지 않았다는 불만이 있다. 어시장은 현대화 사업을 기존안대로 진행하면 위판장 크기가 줄고 기둥 사이 간격이 좁아져 차량 통행이나 선별기 설치에 어려움을 겪을 것이라 주장한다. 어시장 박극제 대표는 “현대화 사업은 시 건설본부가 위탁해 수행하기 때문에 우리가 직접 설계를 바꿀 수 없다. 그래서 요청 사항을 여러 번 시에 전달해 봤지만 착공 지연으로 국비 지원이 취소될 수 있다며 거절당했다”고 말했다.

다만 어시장은 현대화 사업에 차질을 주려는 게 아니라며 확대 해석을 거듭 경계했다. 박 대표는 “현대화 사업 전체를 부정하는 것이 결코 아니다”라며 “앞으로 50년 미래를 내다보고 지어야 하는 건물이 아닌가. 공사 중 예상치 못한 변수로 무언가 요청할 상황이 분명 생길 텐데 그때 참고할 수 있는 그림을 미리 한번 그려보자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실제 현대화 사업은 착공을 불과 2~3개월 앞두고 있어 설계 변경이 불가능하다. 만일 기재부에 공식 요청할 경우 사업 재검토로 인해 국비 지원이 줄어들 가능성이 크다. 시나 어시장 모두 추가 비용을 부담할 여력이 없는 만큼 사업 자체가 무산될 수 있는 것이다. 어시장도 이 점을 고려해 착공을 앞두고 설계 변경을 요구하는 게 아니라는 점을 분명히 한 셈이다. 대신 시공업체가 설계 일부를 변경할 수 있는 '기술제안 입찰'등 다른 방법을 찾을 것으로 예상된다.

하지만 어시장이 자체 용역 결과를 바탕으로 공사 단계에서 지나친 요구를 할 경우 사업 추진에 걸림돌이 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현대화 사업은 수산물 위판에 최대한 지장을 주지 않기 위해 비수기인 4월부터 9월까지 6개월만 공사한다. 공사의 연속성이 떨어지는 점을 고려하면 일반 공사보다 2배 넘는 시간이 든다는 뜻이다. 공사 기간이 촉박한 만큼 설계 변경에 더 취약할 수밖에 없다.

실제 공사 중 요청 상황이 생기더라도 비공식으로 진행한 용역 결과를 활용하기는 어려울 것이란 분석도 있다. 시 관계자는 “공사 중 예측 못한 문제가 생기면 일부 설계를 수정하는 건 맞지만 기재부가 정한 규모나 계획의 큰 틀은 규정상 변경하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이상배 기자 sangbae@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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