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보, 우리도 애 낳을까”… 신생아 특례대출에 실수요 꿈틀

안준영 기자 jyoung@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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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동산 거래·출산 절벽 구원 카드
금리 최저 1.6%에 LTV 대출 확대
내 집 마련 기대감 문의 잇따라
대상자 한정 효과 제한적 분석도

‘신생아 특례대출’ 출시를 앞두고 실수요자를 중심으로 문의가 이어지고 있다. 서울의 한 공공산후조리원 신생아실 모습. 연합뉴스 ‘신생아 특례대출’ 출시를 앞두고 실수요자를 중심으로 문의가 이어지고 있다. 서울의 한 공공산후조리원 신생아실 모습. 연합뉴스

2021년 결혼식을 올린 김 모(34) 씨 부부는 올해 출산과 내 집 마련이라는 꿈을 동시에 이루고자 한다. ‘딩크족’은 아녔지만 출산에 별다른 관심이 없었던 두 사람이었다. 그러다 올해부터 시행되는 ‘신생아 특례대출’ 내용을 확인하고는 결정을 내렸다. 김 씨는 “파격적인 금리 혜택 덕분에 평소 눈독만 들이던 해운대구나 수영구에 집을 마련할 수 있을 것이라는 확신이 섰다”며 “자녀와 함께 우리 가족의 보금자리에서 미래를 그려 나가는 꿈을 꾸고 있다”고 말했다.

‘거래 절벽’에 빠진 지역 부동산 시장과 ‘출산 절벽’에 직면한 지역사회를 구원할 카드로 신생아 특례대출이 주목받고 있다. 오는 29일 출시를 앞둔 신생아 특례대출을 둘러싸고 지역의 실수요자를 중심으로 문의가 이어지고 있다. 다만 대상이 한정적인 탓에 효과가 기대 이하일 것이라는 우려도 있다.

9일 부동산업계에 따르면 부산 지역 공인중개소에는 신생아 특례대출과 관련한 전화 문의가 지속적으로 늘어나고 있다. 수영구에 업체를 둔 한 공인중개사는 “신생아 특례대출의 조건과 적용 가능 여부 등을 묻는 전화가 하루에 2~3건씩은 온다”며 “연말, 연초에 실제 거래는 물론 문의조차 뜸한 상황에서 이런 연락은 반갑다. 상품이 출시가 되면 관심이 더욱 커질 것이라 본다”고 말했다.

고금리 기조가 장기화되는 추세에서 신생아 특례대출의 조건은 파격적이다. 1자녀 기준으로 연 소득 8500만 원 이하면 1.6~2.7%, 연 소득이 이를 초과하면 2.7~3.3%의 금리를 적용해 대출을 해준다. 자녀를 추가 출산하면 한 명당 0.2% 포인트의 금리 인하와 함께 특례기간이 5년 연장된다. 최저 1%대의 금리도 매력적인데 LTV(주택담보인정비율)도 70%까지 대출이 가능하고, 생애 최초는 80%까지 빌릴 수 있다. 대출신청일 기준 2년 이내 출산(지난해 출생아부터 적용)한 무주택 가구가 대상이다. 대환대출의 경우 1주택 가구도 신청할 수 있다. 고정금리는 5년간 적용되고 만기는 10~30년으로 다양하다.

대상 주택은 85㎡ 이하에 9억 원 이하여야 한다. 서울 등 수도권에서는 예비 엄마·아빠들이 매매가 9억 원 이하의 아파트를 탐색하기 위해 벌써부터 열심히 발품을 팔고 있다. 부산의 경우 9억 원 초과 매물이 서울에 비해 적기 때문에 선택지가 훨씬 넓다.

게다가 9억 원 이하 주택의 거래가 활발해지면 전체적인 거래량을 밀어올려 지금까지 발이 묶여 있는 ‘갈아타기’ 수요도 움직일 수 있다는 분석이다. 지역의 각종 부동산 커뮤니티에서는 신생아 특례대출 자격요건, 구체적 내용, 대환 가능 여부 등 상품 관련 문의가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다.

다만 적용 대상이 한정적이라 지난해 출시된 특례 보금자리론과 같은 극적인 효과는 기대하기 어렵다는 분석도 나온다. 지난해 1~3분기 부산 지역의 출생아 숫자는 9955명에 불과하다. 이 가운데 집을 살 여력이 있는 이들이 얼마나 될지는 미지수다.

부동산서베이 이영래 대표는 “침체된 시장에 긍정적 요소로 작용할 것임은 틀림없지만, 출산과 함께 내 집 마련을 계획하는 이들의 수요가 많지 않아 파급력은 생각보다 적을 수 있다”며 “다만 금리 조건이 우수하기 때문에 시장이 되살아날 때 상승을 부채질할 수 있는 요소로 충분히 작용할 것”이라고 말했다.


안준영 기자 jyoung@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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