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깐 읽기] 강렬한 시각으로 재탄생한 고전의 ‘변주’
지킬 박사와 하이드 씨 / 로버트 루이스 스티븐슨
고전소설은 긴 세월을 걸쳐 수없이 재해석되고 재출간된다. ‘열린책들’에서 앞서 <죄와 벌>을 출간했다고 해서, ‘민음사’가 <죄와 벌>을 새로 또 출간하는 것을 두고 아무도 별스럽게 생각하지 않는다. 우리는 왜 19세기에 쓰여진낡은 이야기를 사골 우려먹듯 계속 우려먹고, 또한 그게 먹히는가. 당시 작가가 그려낸 인간의 내면이, 연민과 증오가, 두려움과 불안이, 현재를 살아가는 우리의 것과 별반 다르지 않기 때문일 테다. 아니, 오히려 최근 대개의 작품보다 내면 묘사가 더 생생하다. 명작이 달리 명작이랴.
그런 의미에서 이번 ‘소소의책’에서 출간한 ‘클래식 리이매진드’ 시리즈는 많이 반갑다. 고전을 새롭게 해석하는 장치로 기존 활자뿐 아니라 강렬한 시각 이미지를 적극 활용했다. 처음 책을 펼쳤을 땐 그림책인 줄 알았다. 사실, 고전을 재출간한다는 것이 새로운 창작이 아닌 이상 아무리 다양한 해석을 새롭게 포함시켜도 일정 범위의 기대값을 벗어나기는 힘들다. 그런데 원작에 없는 이미지의 가세는, 그것도 그림책에 가까울 정도로 많은 이미지의 가세는, 원작과는 또다른 영역의 상상력를 자극한다.
‘소소의책’이 출간한 <지킬 박사와 하이드 씨>는 독특하고 세밀한 터치로 창작된 이미지 덕분에 기존 <지킬 박사…>에선 느끼지 못했던 새로운 긴장감을 경험할 수 있다. 노골적으로 드러내거나 은근슬쩍 감추는 재주가 보통 아니다. <지킬 박사…> 외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와 <오즈의 마법사>도 함께 출간됐다. 모두 양장이다.
책 소개글 치고 정작 소개하는 책에 대한 설명 부분이 너무 짧은 게 아닌가, 싶다. 고전의 힘이라 변명해본다. <지킬 박사…>를 새삼 설명할 필요가 있을까. 로버트 루이스 스티븐슨 글·티나 베르닝 그림/이영아 옮김/소소의책/216쪽/1만 7500원.
김종열 기자 bell10@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