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시중은행 주택담보대출 갈아타기 ‘동상이몽’
카카오·토스 등 고객 유치 흥행
BNK 등도 플랫폼 제휴 적극적
국민·농협 등은 자체 전략 승부수
정부가 주택담보대출(주담대) 차주의 대출 이자를 낮추기 위해 지난 9일부터 ‘비대면 주담대 갈아타기(원스톱 대환대출)’를 시작했지만 대출 플랫폼에서 시중은행 5곳을 찾기는 ‘하늘의 별 따기’다. 1000조 원 규모의 주담대 시장에서 시중은행이 고객 이탈 우려, 수수료 문제 등으로 대출 플랫폼과 제휴를 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인터넷 은행과 지역 은행이 대환대출을 통해 고객 확보에 적극적으로 나서면서 각 은행별 동상이몽 속 진검 승부가 벌어지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11일 금융권에 따르면 주요 대환대출 플랫폼인 네이버페이, 카카오페이, 토스 중 5대 시중은행(국민, 농협, 신한, 우리, 하나)과 모두 제휴를 한 플랫폼은 없다. 토스가 신한은행, 하나은행 등 2곳과 제휴했고 카카오페이가 국민은행, 농협, 신한은행 등 3곳과 제휴했다. 네이버페이가 가장 많은 4곳으로, 국민은행을 제외한 4곳의 시중은행과 제휴했다.
시중은행의 이 같은 행보는 인터넷 은행을 운영하는 카카오, 토스 등과의 경쟁에서 주도권을 빼앗기지 않기 위한 포석으로 풀이된다. 지난해 12월 기준 5대 은행 주담대는 600조 원으로 전체 주담대의 77%를 차지한다. 시중은행 입장에서는 고객 사수를 위해 플랫폼과 적극적인 제휴를 할 필요가 없다는 계산을 한 것이다. 또한 플랫폼 이용자가 늘어나면 카카오뱅크, 토스 등 모바일에 강점을 가진 인터넷 은행으로 기존 고객 유출도 우려해 제휴를 최소화했다는 분석도 나온다.
카카오뱅크 등 인터넷 은행은 플랫폼 속 시중은행 부재를 기회 삼아 저금리 공세를 통해 공격적으로 고객 유치에 나서고 있다. 카카오뱅크는 기존 주담대 금리보다 최대 0.7%포인트 낮춘 3.49~3.82%의 금리를 제시했다. 3% 중반의 낮은 금리에 서비스 시행 첫날 한도가 모두 소진돼 신청이 일시 중단되기도 했다. 시중은행들이 플랫폼에 모두 들어오지 않으면서 반사 이익까지 누린 것으로 풀이된다. 금리를 기준으로 비교해도 신한은행 3.69%, 하나은행 3.66%, 우리은행 3.83%, NH농협은행 3.77%로 거액의 주담대 액수를 고려하면 고객 입장에서 이점을 갖는다.
인터넷 은행 관계자는 “연령대가 있는 차주들은 비슷한 조건이면 시중은행을 택하는 경향이 있는데 이번 대환에는 시중은행 입점률이 낮아 우리 입장에서는 장벽이 하나 사라진 셈이다”고 말했다.
지역 은행은 이번 대환대출을 전국 시장 진출의 지렛대로 삼겠다는 전략으로 플랫폼 입점에 사활을 걸고 있다. 부산은행은 네이버페이, 카카오페이와 제휴를 한 데 이어 이달 중 토스와도 제휴해 3대 플랫폼에 모두 입점할 계획이다. 다만, 플랫폼에 대환 유치에 따른 수수료 등을 지급해야 해 출혈을 감소해야 하는 점은 부담이다. 인터넷 은행은 자사 플랫폼인 경우 수수료 문제 등에서 자유로워 금리를 낮출 수 있지만 지역 은행은 ‘을’ 입장에서 플랫폼 문을 두드려야 하는 실정이다.
부산은행 관계자는 “지난해 5월 신용대출 대환대출도 7개월 만에 실적 1000억 원을 돌파하는 등 경쟁력을 확인했다“며 ”대환대출 등을 계기로 디지털 금융상품 서비스 확대 등을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준용 기자 jundragon@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