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국에서] 생각을 바꿔야 부산이 바뀐다

권기택 기자 ktk@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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엑스포 유치 불발… 발상의 전환 필요
변화 순응 못하면 ‘갈라파고스’ 전락
지역 떠나 인물 발굴 루트 다양화 절실
시·산하기관 요직 외부 대폭 개방해야
총선 통해 전국의 유능 인물 부산 집결
열린 사고로 위기 극복해야 도약 가능

2030월드엑스포 유치가 불발된 지 50일 가까이 지났다. 상상도 못한 참패였기에 후유증이 오래갈 것으로 예상했지만 다행스럽게도 우리는 충격과 악몽에서 빨리 벗어나고 있다.

하지만 백번을 양보한다고 해도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그냥 넘어갈 일은 절대 아니다. 이제는 유치 과정의 문제점을 종합적으로 재검토해서 대책을 세워야 한다. 그래야 다시는 그런 처참한 패배를 당하지 않게 된다. 물론 월드엑스포가 무에서 유를 창조해 주는 것도 아니고, 유치에 성공한다고 해서 부산이 단번에 세계 최고의 도시가 되는 것은 더더욱 아니다. 엑스포 없이도 세계 최고의 반열에 오른 도시는 수없이 많다.


그러나 이번 실패를 계기로 발상의 대전환이 반드시 필요하다. 특히 우리가 ‘우물안 개구리’나 ‘끼리끼리 문화’에 젖어 경쟁력 저하를 자초하지 않았는지 냉정하게 반성해야 한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부산대병원을 포기하고 서울대병원으로 전원했을 때 “지역 홀대”라고 비난만 하기 전에 “우리에겐 잘못이 없었을까”하고 반성해야 하듯이 말이다. 부산대병원이 대한민국 최고의 권역외상센터를 갖추고 있다는 사실을 대한민국 전체가 알고 있었다면 민주당이 그런 ‘오판’을 했을까 하고 생각해 봐야 한다.

지금까지 부산은 “가만히 있어도 전 세계가 알아주고, 국가가 챙겨주겠지” 하는 안일한 사고에 젖어 있었던 게 사실이다. 게다가 ‘토박이 중심주의’가 심각할 정도로 만연해 있다. 우리는 사업을 해도 출신 지역을 먼저 따지고, 사람을 쓸 때도 ‘부산사람’을 제일 우선시한다. 어쩌면 ‘그들만의 리그’에 갇혀 세상의 변화에 순응하지 못하고 ‘갈라파고스’로 전락해 버린 것인지도 모른다.

부산시를 봐도 그 심각성을 알 수 있다. 시 산하에 7곳의 지방공기업과 16개의 출연·출자기관이 있지만 벡스코 등 극히 일부를 제외하곤 부산 출신들이 고위직을 차지하고 있다. 관광이나 문화 분야의 기관장을 굳이 부산 출신이 맡아야 하는 이유를 모르겠고, 부산 경제 발전의 첨병 역할을 하는 부산시 경제부시장 자리에 외부 전문가나 유력 기업인 출신을 영입하지 않는 것도 이해할 수 없다. 하물며 세계 최고 수준의 명문 골프장인 아시아드CC 사장을 줄곧 부산 출신에게 맡길 필요성을 전혀 못 느낀다.

이제는 달라져야 한다. 뼛속까지 변해야 한다. 생각이 바뀌어야 부산이 바뀐다. 350만 시민의 수장인 박형준 부산시장이 먼저 모범을 보여달라. 그는 더 이상 ‘부산만의 시장’이 아니다. 엑스포 유치 활동 과정에서 그는 대한민국을 넘어 세계의 인물이 됐다. 취임 1000일이 넘는 박 시장은 역대 민선 부산시장 중 최고로 평가 받는다. 그는 한국갤럽이 실시한 광역단체장 직무수행 평가에서 특·광역시장 중 긍정 평가 1위를 기록할 만큼 부산시민들의 전폭적인 지지를 받는다. 이미 차기 대권 주자 반열에도 올라 있다.

그런 만큼 ‘부산’이란 틀에서 하루 빨리 벗어나야 한다. 인재 등용의 루트를 다양화해야 한다. 시와 산하기관 요직에 ‘내 사람’을 앉힐 게 아니라 대한민국 전체, 아니면 세계 속에서 적임자를 찾아야 한다. 정치의 영역에선 기존 판을 완전히 뒤엎는 변화가 필요하다. 현재 18명의 부산 국회의원 중 ‘부산 출신’이 아닌 사람은 1명도 없다. 대부분 부산에서 대학이나 고교를 졸업했다. 그런 부산 정치인의 수준은 어떤가? 일반 시민들은 상상도 할 수 없는 고액의 연봉을 받으면서 중앙 무대에서 제 역할을 하는 국회의원은 별로 없다. 엑스포 유치 활동 과정에서 부산 정치인들의 무능과 무기력이 여실히 드러났다.

이제는 시민들이 들불처럼 일어나 부산의 변화를 이끌어야 한다. 오는 4월 22대 총선에서부터 시작하자. 부산시민의 위대한 힘을 보여 주자. 무기력하거나 존재감 없는 정치인들을 과감히 퇴출시키고 능력 있는 새 인물을 뽑아야 한다. 소속 정당도 중요하지만 인물도 절대 무시해선 안 된다. 부산 발전에 도움이 되는 인물을 공천하는 정당을 적극 밀어주고, 그렇지 않으면 철퇴를 가하자. 정치인 출신을 가급적 배제하고 경제, 문화예술, 외교, 소상공인, 과학자 등 다양한 분야의 숨은 인재를 적극 발굴해야 한다. 그 과정에서 학연이나 지연을 따지지 말자. 최소한 이번 총선에서만큼은 대한민국 최고의 인재들을 부산에 집결시키자.

세계가 인정할 정도로 부산시민들의 능력은 탁월하다. 그런 만큼 넓은 아량과 열린 마음으로 부산의 문호를 대폭 개방하자. ‘내 자리’를 최대한 외부인에게 양보하자. 그래야 우리 앞에 닥친 위기를 슬기롭게 극복할 수 있다. ‘내 사람’만 고집하는 순간 우리는 영원히 세계 최고 도시에 오르지 못하고 3류, 4류 도시로 전락하게 된다.

권기택 서울지사장 ktk@busan.com


권기택 기자 ktk@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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