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암 물질’까지 살포… 부산 골프장 12곳 모두 농약 검출
보건환경연구원 2023년 검사
시료 208건 중 185건 농약 잔류
EU 금지한 ‘이프로디온’ 25건
해운대CC 22건 나와 최다 검출
농약 사용량도 10년 새 갑절로
환경 악화에도 규제 기준 없어
부산 지역 골프장에서 잔디 관리 등을 위해 쓰이는 농약 사용량이 지속적으로 늘어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특히 관계당국 검사 때 검출된 농약 중에는 발암 성분을 함유해 유럽연합(EU)이 살포를 금지한 농약도 포함됐다. 무분별하게 살포되는 농약이 환경은 물론 시민 건강을 위협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진다.
부산시 보건환경연구원은 해운대컨트리클럽 등 부산 골프장 12곳을 대상으로 2023년 농약 잔류량 검사를 진행한 결과, 12곳 모두 농약이 검출됐다고 14일 밝혔다. 특히 유럽연합에서 사용을 금지한 ‘이프로디온’은 네 번째로 많이 검출됐다. 이프로디온은 유럽연합과 국제 암 연구기관인 IARC에서 발암 가능 물질로 분류된 살균제다.
조사는 부산 12개 골프장에서 연 2회 토양과 수질 시료를 채취하는 방식으로 이뤄졌다. 각 지점에서 채취된 토양 시료 136건, 수질 시료 72건 등 총 208건을 확인해 잔류 농약를 검사했다. 이 중 잔료 농약이 검출된 경우는 185건으로 무려 89%에 달했다. 대부분의 시료에서 잔류 농약이 검출된 셈이다.
골프장별 검출 건수를 보면, 해운대컨트리클럽이 22건으로 가장 많았고 아시아드 컨트리클럽 20건으로 뒤를 이었다. 또 부산 컨트리클럽, 베이사이드 골프클럽, 스톤게이트 컨트리클럽 등은 모두 18건의 잔류 농약이 검출됐다.
검출 농약을 항목별로 보면, 저독성 살균제인 ‘티플루자마이드’와 ‘플루톨라닐’ ‘아족시스트로빈’이 159건, 123건, 70건으로 1·2·3위 검출 건수를 기록했다. 이어 ‘이프로디온’이 25건으로 4위를 기록했다. 그 외 총 농약 10종이 441건 검출됐다.
검출된 농약은 모두 잔디에서 사용 허용된 저독성 일반 농약으로 확인됐다. 하지만 ‘이프로디온’은 유럽연합에서 발암 가능 물질로 분류한 살균제다. 각 골프장들은 주로 잔디마름병과 탄저병 등을 예방하거나 해충을 사멸하기 위한 목적으로 해당 농약을 사용했다.
각 골프장이 잔디 보호 등을 위해 농약을 뿌리는 것은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부산지역 골프장의 농약 사용량은 매년 꾸준히 증가했다. 2010년 2.3톤에 달하던 농약 사용량은 2020년 4.12톤으로 10년 새 2배 가까이 늘었다.
그동안 부산에도 신설 골프장이 계속 생기고 있다는 점도 농약 사용량 증가에 영향을 미쳤다. 하지만 농약 사용과 관련한 자세한 규제 기준이 없다는 점은 문제라는 지적이 나온다. 현재 물환경보전법은 골프장 사용 금지 농약 규정만 명시했을 뿐 농약 사용량과 잔류 농약에 대한 허용 기준은 없다. 무한정 농약을 살포해도 막을 방법이 없는 셈이다.
과다한 농약 사용은 수질오염은 물론 시민 건강까지 위협할 수 있다. 살포 농약은 수로 등을 통해 주변으로 퍼져나갈 수밖에 없다. 국내에서 사용되는 농약은 분해되는 토양 반감기가 180일 이하, 수중 반감기는 7일 이하인데, 짧은 반감기에도 수질 시료에서 높은 검출 횟수가 나타나는 것은 토양의 잔류 농약이 지속적으로 유출된다는 의미다.부산시 정승윤 보건환경연구원장은 “현재 골프장에서 쓰는 농약은 저독성으로 인체에 심각한 위해를 끼치지 않지만 양이 지속적으로 증가하다 보니 주변 환경에 영향을 줄 수밖에 없어 주의가 필요하다”고 경고했다.
변은샘 기자 iamsam@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