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일째 계속되는 가자지구 포성
네타냐후 전쟁 지속 의지 천명
세계 곳곳에선 종전 시위 열려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는 팔레스타인 무장 정파 하마스와의 전쟁 100일을 하루 앞둔 13일(현지시간) 국제사법재판소(ICJ)를 포함한 누구도 이스라엘을 막을 수 없다며 전쟁 지속 의지를 천명했다. 반면 같은날 세계 곳곳에서는 전쟁에 반대하는 대규모 시위가 열렸다.
네타냐후 총리는 이날 기자회견에서 “이스라엘은 승리할 때까지 하마스와의 전쟁을 계속할 것”이라며 “국제 재판소를 포함한 그 누구에 의해서도 중단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고 AP·로이터 통신 등 외신이 보도했다. 네타냐후 총리는 “헤이그도, 악의 축도, 다른 누구도 우리를 막지 못할 것”이라고 거듭 강조했다. 네덜란드 헤이그는 ICJ가 위치한 곳이며 ‘악의 축’은 이스라엘과 서방이 하마스와 이들을 지원하는 이란, 레바논 무장정파 헤즈볼라, 예멘 반군 후티, 이라크의 시아파 민병대, 시리아 바샤르 알아사드 정권 등을 일컫는 말이다.
ICJ는 남아프리카공화국의 제소로 이스라엘의 제노사이드(집단학살) 혐의에 대한 심리를 진행하고 있다. 본안 판단에는 수년이 걸릴 것으로 예상되지만, 휴전 명령 등 임시 조치에 대한 결정은 몇 주 내로 이뤄질 가능성이 있다. 다만 네타냐후 총리는 ICJ가 어떤 결정을 내리든 무시할 것이라는 점을 명확히 했다.
그는 또한 독자적인 군수품 생산 등을 위해 국방 예산을 대폭 늘릴 계획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향후 몇 년 동안 우리의 안보를 보장하기 위한 전력 증강과 기타 부문의 독립성을 확보하기 위해 필요한 막대한 추가 자금”에 대한 계획을 8주 안에 제시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세계에서는 양 측의 무력 충돌이 멈춰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외신에 따르면, 미국 워싱턴에서 전쟁 100일 전날인 13일 열린 집회에는 수천 명이 모여 팔레스타인 국기를 흔들며 전쟁 종식을 촉구했다 집회 참가자들은 ‘팔레스타인을 해방하라’, ‘가자지구 전쟁을 끝내라’ 등 메시지가 적힌 팻말을 들었고, 일부 참가자들은 팔레스타인 전통의상 케피예(두건)를 두르거나 얼굴에 팔레스타인 국기 색을 칠한 채로 연대 의지를 표했다.
영국 런던에서도 대규모 팔레스타인 지지 집회가 열렸다. 이스라엘-하마스 전쟁 발발 이후 7번째로 개최된 이날 집회에서 참가자들은 팔레스타인인에 대한 연대 메시지와 영국 정부에 대한 비판을 이어갔다. 집회에 참가한 말리하 아메드(27)는 “우리가 그들과 함께하고 있다는 것을 팔레스타인인들에게 보여주고, 정부에도 비판 목소리를 내고 싶다”며 “그들(정부)은 이스라엘이 현재 하는 일을 계속하도록 하는 데 큰 역할을 하고 있고, 이는 용납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프랑스 파리에도 수백 명이 모여 전쟁 종식을 촉구했다. 이들은 ‘가자지구에서 파리까지, 저항’이라고 쓴 팻말과 팔레스타인 국기 등을 들고 행진하며 즉각적인 휴전과 종전, 가자지구에 대한 봉쇄 해제, 이스라엘에 대한 제재를 촉구했다.
하마스에 억류된 인질들의 가족들은 13일 밤부터 이스라엘 수도 텔아비브에서 24시간 철야 집회에 돌입했다. 이스라엘 국방부 맞은편의 중앙 광장에 모인 수천 명의 사람들은 인질들의 즉각 송환을 촉구했다.
하마스는 지난해 10월 7일 이스라엘을 급습해 약 1200명을 살해하고 250명을 납치했다. 이들 중 100여 명은 1주일의 임시 휴전 기간 풀려났지만, 아직 132명은 여전히 억류 중이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