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항공·아시아나 합병 순풍… 에어부산 분리 청신호
EU, 시정 조건부 결합 승인 예정
산은, 분리매각 논의 본격화 시사
지역 여론 수용 가능성 높아질 듯
유럽연합(EU) 경쟁당국인 EU 집행위원회(EC)가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기업결합을 최종 승인할 방침인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EU의 기업결합 심사 결과에 따라 에어부산 분리매각 논의를 시작해 볼 수 있다’고 입장을 선회한 산업은행의 행보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14일 로이터통신 등 현지 언론에 따르면 EC는 대한항공이 EC 측에 아시아나의 화물사업 부문 매각, 유럽 4개 도시 노선의 슬롯(특정 시간대 공항에 이착륙할 권리) 반납 등 시정 조치안을 제출함에 따라 두 항공사의 기업결합을 승인할 예정이다. EC는 시정 조치안 이행을 전제로 조건부 승인 결정을 내릴 것으로 전망된다. EC는 결정문 초안을 작성한 뒤 유관 총국 의견 수렴, 27개 회원국 경쟁당국 자문 등을 거쳐 집행위원단 회의를 통해 최종 결론을 내리는 절차를 거칠 예정이다.
앞서 EC는 지난해 6월 “유럽 노선에서 승객·화물 운송 경쟁이 위축될 수 있다”며 대한항공과 아시아나 기업결합 심사를 전격 중단한 바 있다. 이에 대한항공은 지난해 말 EC에 아시아나항공 화물사업 부문 분리 매각 등을 담은 시정 조치안을 제출했다. EC는 지난달 홈페이지를 통해 다음 달 14일 심사 결과를 내놓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EC의 이 같은 방침에 따라 에어부산 분리매각 여부에 자연스럽게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산은은 당초 ‘분리매각은 인정할 수 없다’는 입장을 고수했으나 지난해 말 ‘EU의 기업결합 심사 이후 그 결과에 따라 부산과 분리매각 논의를 시작해 볼 수 있다’는 쪽으로 입장을 선회한 바 있다. 지역 사회의 에어부산 분리매각 요구가 거센 만큼 에어부산 분리매각 논의가 본격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하지만 EC가 대한항공과 아시아나의 기업결합을 최종 승인한다 하더라도 미국과 일본 경쟁당국의 최종 승인이 남아있어 논의가 지연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지역 사회와 상공계는 에어부산 분리매각을 강력 촉구했다. 한 지역 상공계 관계자는 “아시아나 최대 사업인 화물사업을 매각하는 상황에서 산은이 에어부산 분리매각을 반대할 이유는 없다”며 “부산의 항공 자산인 에어부산이 지역 거점 항공사로 성장할 수 있도록 분리매각 결정이 신속하게 이뤄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2007년 부산시와 지역 기업이 힘을 합쳐 공식 출범한 (주)부산국제항공을 모태로 한 에어부산은 아시아나가 합류하면서 본궤도에 올랐다. 10년째 김해국제공항 점유율 1위를 차지하며 국내 유일의 지역 거점 항공사로서 지역 경제에도 큰 역할을 하고 있다. 하지만 대한항공과 아시아나의 기업결합 장기화로 에어부산이 경영의 어려움을 겪으면서 지역 사회를 중심으로 에어부산 분리매각 요구가 잇따랐다. 이에 시와 지역 상공계는 에어부산 분리매각 TF를 꾸리고 에어부산 분리매각을 촉구하는 공동건의문을 채택하는 등 에어부산 살리기에 적극 나서고 있다.
윤여진 기자 onlypen@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