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산하기관장 물갈이 단 1명… 쇄신 의지 식었나

박태우 기자 wideneye@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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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필 문화회관 대표 교체 결정
부산환경공단 등 4곳 기관장
저조한 평가에도 임기 1년 연장

부산시청 전경. 부산일보DB 부산시청 전경. 부산일보DB

부산시가 ‘2+1 임기제’를 적용받아 이달 중 2년 임기가 만료되는 5개 산하기관장 중 부산문화회관 대표만 교체하고, 나머지는 유임시키기로 결정했다.

시의 대대적인 산하기관 쇄신 예고와 지역사회 교체 여론 등에 비춰보면 물갈이 폭이 예상외로 작은데, 시의 산하기관 혁신 의지가 퇴색된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14일 부산시에 따르면 시는 이달 중 2년 임기가 끝나는 5개 산하 기관장에 대해 최근 1년 임기 연장 여부 결정을 위한 심사를 마무리했다. 그 결과 부산문화회관 이정필 대표에게는 오는 25일로 임기 완료를 통보하고, 기관장을 교체하기로 했다.

이번 교체는 2027년 개관 예정인 부산오페라하우스의 운영 방향 정립 등 부산의 기획공연을 글로벌 도시 수준에 맞추기 위해서는 보다 참신하고 혁신적인 인사가 조직을 새롭게 이끌어야 한다는 인식이 반영됐다.

반면 부산환경공단 안종일 이사장, 부산관광공사 이정실 사장, 영화의전당 김진해 대표, 부산문화재단 이미연 대표는 1년간 더 조직을 이끌게 됐다. 시는 업무 성과, 조직 관리, 비전 제시, 시의회와의 소통 등 다각도에 걸쳐 이들 기관장의 임기 연장 적격성을 평가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1년 연장 결정을 받은 기관장 중 상당수가 조직 운영과 성과, 지역 내 위상은 물론 지역사회와의 소통 등 세간의 평가에서 그리 좋지 않은 평가를 받고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기관장 물갈이를 통한 산하기관 쇄신이라는 시의 정책 의지가 ‘찻잔 속 태풍’에 그쳤다는 지적이 나온다.

실제 몇몇 기관장은 기관 평가는 물론, 조직 혁신과 미래 비전 제시 등의 측면에서 기대치에 상당 수준 못 미쳐 물갈이 대상에 올랐으나 막판 턱걸이로 연장 심사를 통과한 것으로 전해졌다.

심사에 오른 문화기관들의 경우 지난해 성과 평가에서 낮은 등급을 받았고 조직 관리 면에서도 여러 논란이 이어졌다. 하지만 기관장을 내보낸다고 하더라도 빈약한 인력 풀 탓에 곧바로 후임자를 인선하기 쉽지 않다는 점에서 당장의 ‘충격 요법’보다는 ‘조직 안정’에 무게를 둔 조치로 풀이된다.

또 부산환경공단과 부산관광공사 등 시 산하 공사·공단의 경우 시 출자·출연기관과 달리 기관장이 법적으로 3년 임기를 보장받게 돼 있다. 시에서 사직을 권고하더라도 본인이 이를 수용하지 않으면 강제로 내보낼 수 없고, 강행 땐 자칫 법적 소송에 휘말릴 수 있다는 점에서 시장의 인사권 역시 제약돼 있는 실정이다.

시는 1년 임기 연장이 불발된 부산경제진흥원, 부산문화회관과 함께 지난달 대표 자진 사임으로 공석이 된 부산글로벌도시재단까지 모두 3곳의 기관장 후임자 인선에 나설 예정이다.


박태우 기자 wideneye@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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