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년간 부산 텃밭 10배·도시 농부 17배 늘었다

변은샘 기자 iamsam@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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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 2012년부터 도시농업 육성
“채소 함께 키우며 우울증 극복”
복지관·유치원 공동체 강화 효과
15분 도시 연계 사업 확대 계획

지난해 ‘시민텃밭왕’으로 선정된 부산 남구의 한 어린이집에 조성된 도시텃밭에서 아이들이 직접 채소를 수확하고 있다. LG메트로시티 어린이집 제공 지난해 ‘시민텃밭왕’으로 선정된 부산 남구의 한 어린이집에 조성된 도시텃밭에서 아이들이 직접 채소를 수확하고 있다. LG메트로시티 어린이집 제공

12년 차에 접어든 부산시 도시농업육성사업으로 도시 텃밭이 확대되고 있다. 지난 10년여간 도시 텃밭은 10배가 늘고, 도시 농부는 17배가 늘었다. 늘어나는 녹색지대가 도시화에 따른 사회문제의 대안으로 부상하고 있다.

16일 부산시에 따르면 도시농업육성사업은 올해로 12년째를 맞았다. 2012년 부산시 도시농업위원회가 발족된 후 시는 꾸준히 도시농업을 확장해 왔다. 지난 12년간 부산시 텃밭 면적은 2012년 38만㎡에서 379만㎡로 약 10배가 늘었다. 농업에 참여하는 도시 농부도 2012년 1만 6000가구에서 27만 1000가구로 약 17배가 늘었다. 부산시 전체 가구의 17.3%에 해당하는 비율로 5가구 중 1가구가 텃밭을 일궈본 경험이 있다는 이야기다.

도시농업육성사업은 시민이 손쉽게 도시 텃밭을 경험할 수 있도록 도심 틈새에 텃밭을 조성하는 사업이다. 도시농업 지원센터에서는 텃밭농사의 전문화도 강구한다. 도시농업관리사를 양성하고 일반 시민들에게도 도시농업 관련 전문 교육을 하고 있다. 16개 구·군이 모두 참여한다.

올해 사업은 시민들이 가까운 곳에서 도시텃밭을 더 많이 체험할 수 있도록 생활 속 도시농업을 조성하는 데 초점을 맞춘다. 상자 텃밭 보급, 학교텃밭 조성, 노인공동체 텃밭 조성 등의 내용이다.

도시 텃밭 안에서 시민들은 도시 농부로 거듭나고 있다. 혼자 살던 이문옥(78) 씨도 도시 농부 생활을 시작하며 삶에 많은 변화가 생겼다. 20년 넘게 전라도 해남에서 가족들과 농사를 지었던 이 씨는 부산에서 남편과 어머니, 동생이 연달아 세상을 뜨면서 우울증을 심하게 앓았다. “안 살고 싶은 마음뿐이었다”고 그 시절을 회상하던 이 씨를 바꿔놓은 것이 복지관의 텃밭이었다.

이 씨는 3년 전 복지관에 생긴 텃밭에서 배추와 무, 파와 상추를 키워 김장철에는 김치를 담그고 키운 상추로는 사람들과 쌈을 싸 먹었다. 잊었던 농사를 다시 하면서 손을 바쁘게 놀리게 된 것도 좋았지만, 텃밭을 일구며 만난 12명의 친구들이 그에게 웃음을 되찾아주었다. 올해 심을 봉숭아 씨를 받아놨다는 이 씨는 “빨리 봄이 와서 꽃이 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텃밭이 그에게 기대할 것을 가져다준 것이다. 도시화로 고독사, 핵가족화 등이 난제로 떠오른 사회에서 텃밭이 소통의 장으로 역할을 톡톡히 하는 셈이다.

아이들도 텃밭 옆에서 핸드폰 대신 채소를 들여다보게 됐다. 6년째 시에서 상자텃밭을 지원받고 있는 남구 LG메트로시티어린이집에서는 놀이터 사면이 텃밭이다. 방울토마토, 오이, 가지, 고구마, 상추 등 아이들이 지겨워하지 않도록 종류를 최대한 다양하게 했다. 서수경 원장은 “자연을 체험하기 어려운 아이들이 직접 심은 채소들이 자라는 걸 보면서 ‘물 줄래요’ ‘노래 불러줄래요’ 하면서 관심을 보인다”며 “딱 하나만 열린 열매는 나눠 먹고 함께 김장을 하면서 공동체 의식도 생기는 것 같다”고 말했다.

부산시 농축산유통과 관계자는 “녹지가 부족한 도심에서 조성된 텃밭이 주민공동체를 형성하고 도시 공기가 정화되는 효과를 낳길 기대하고 있다”며 “부산시의 15분 도시 정책과 맞물려 지속적으로 도시농업을 확대해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변은샘 기자 iamsam@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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