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대한민국은 주적 헌법 명기”… 더 멀어지는 남북
북 최고인민회의 제10차 회의
조평통 등 대남 기구 폐지 결정
헌법상 ‘민족대단결’ 표현 삭제
북한이 대한민국을 ‘제1의 적대국’이라고 규정하면서 남북교류 담당 조직을 대거 폐지하기로 결정했다. 북한이 대화를 단절하고 대결로 직진하는 모습을 보이면서 한반도 긴장이 고조되는 모습이다.
조선중앙통신은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지난 15일 평양 만수대의사당에서 최고인민회의 제14기 제10차 회의를 열어 남북대화와 협상, 협력을 위해 존재하던 ‘대남 기구’를 폐지하기로 결정했다고 16일 보도했다.
폐지되는 대남 기구는 남북회담과 교류 업무를 담당해 온 조국평화통일위원회 등이다.
북한 관영매체 보도를 종합하면 북한은 최근 약 2주 동안 ‘통일’이나 ‘민족’이라는 단어를 지우는 데 몰두하고 있다. 이런 움직임은 2023년을 결산한 지난해 12월 26∼30일 노동당 중앙위원회 제8기 제9차 전원회의에서 구체화됐다.
북한은 전원회의 이후 최선희 외무상 주도로 대남 기구 정리 작업에 나섰다. 조국평화통일위원회, 민족경제협력국, 금강산국제관광국, 6·15공동선언실천 북측위원회, 조국통일범민족연합 북측본부, 민족화해협의회, 단군민족통일협의회 등이 폐지 대상이 됐고 평양방송을 비롯한 대남·대외 선전매체도 명맥이 끊겼다.
북한은 대화 단절의 책임을 남측에 돌렸다. 15일 최고인민회의에서 발표된 ‘결정’에서 “우리를 ‘주적’으로 선포하고 외세와 야합하여 조선반도에 통제 불능의 위기상황을 항시적으로 지속시키며 ‘정권 붕괴’와 ‘흡수통일’의 기회만을 노리는 대한민국을 더 이상 화해와 통일의 상대로 여기는 것은 심각한 시대적 착오”라고 주장했다.
김 위원장은 이번 회의에서 북한 헌법의 ‘자주, 평화통일, 민족대단결’ 표현을 삭제하고 한국을 “철두철미 제1의 적대국”, “불변의 주적”으로 간주하도록 교육한다는 내용을 반영해야 한다고 지시했다. 이어 헌법에 “전쟁이 일어나는 경우에는 대한민국을 완전히 점령·평정·수복하고 공화국 영역에 편입시키는 문제”를 반영하는 것이 중요하다면서, 개정 헌법을 차기 최고인민회의에서 심의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 위원장이 남북 관계를 ‘적대적 두 국가’로 규정한 데 대해 윤석열 대통령은 “북한 정권 스스로가 반민족적이고 반역사적인 집단이라는 사실을 자인한 것”이라고 비판했다. 통일부는 북한의 강경 노선을 ‘체제 불안감’으로 해석했다. 통일부 당국자는 “북한이 이런 주장과 행동을 이어가는 근저에는 체제에 대한 불안감, 대남 자신감 결여, 자유민주주의 체제 흡수통일에 대한 두려움이 자리 잡고 있다고 보인다”고 말했다.
김종우 기자 kjongwoo@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