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순연의 도시 공감] 도시재생의 새로운 거점시설 활용법

부산닷컴 기사퍼가기

㈜로컬바이로컬 대표
부산 200여 거점시설 한계 봉착
활용도 높이기 위한 새 전환 중요
운영자 다양화 등 변화 필요한 때

쇠퇴한 도시의 사회·경제·물리적 재생을 단계별로 추진해 지속 가능한 도시를 만들겠다는 취지로 2010년부터 시작된 도시재생사업이 벌써 14년이 지났다. 당시엔 생소했지만 이제는 많은 사람이 아는 용어가 됐다. 정부도 2013년에 이를 장려하기 위해 ‘도시재생활성화 및 지원에 관한 특별법’을 제정했고, 이후 네 번이나 개정했다.

도시재생사업 지역은 새해 들어서도 전국에 20곳이 새로 선정됐다. 이 지역에는 2027년까지 국·지방비 1조 2032억 원이 투입돼 56개의 거점공간과 공공임대주택 등이 조성될 예정이다. 부산에선 사상구와 남구가 새로 지정됐는데, 도시재생 종합정보 체계에 따르면 현재 부산에는 36개의 도시재생사업 지역이 있으며 순차적으로 사업이 마무리되는 곳도 나오고 있다.

그동안 10년 넘게 이 사업이 진행되면서 계획과 추진 체계, 운영 방식에 대한 기본 틀이 잘 갖춰진 덕택에 지역별로 수립된 활성화 계획도 현장지원센터를 중심으로 진행되고 있다. 또한 부산은 마무리되는 도시재생 지역이 나옴에 따라 사업 종료 이후의 계획에도 제도적인 뒷받침을 위해 작년 8월 도시재생 사후관리 조례도 제정했다. 이로써 외형적인 부분에서 사업의 지속성을 확보하기 위한 공공적인 틀은 어느 정도 갖춰졌다고 볼 수 있다.

그러나 사업화 모델은 여전히 고민이다. 대부분 거점시설 운영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보니 사업 종료 후 지속가능성을 위한 수익 기반의 성장 방안과 연계성 확보 그리고 운영 방식이 문제다.

사실 부산은 도시재생사업이 처음 시작된 도시다. 2010년 시는 도시재생사업을 위한 조직으로 ‘창조도시본부’를 신설해 독자적인 재생 사업을 추진해 왔다. 이 중에는 전국적인 본보기로 인기를 끌었던 사업도 있었지만 지금은 주민참여 감소, 시설 노후화와 운영예산 감소 등으로 거점시설 활용이 한계에 부딪히고 있다. 그럼에도 현재 진행 중인 도시재생사업 지역에는 2~3개의 지역 단위 거점시설이 구축돼 전체적으로 약 90개 정도가 설립될 예정이다. 지역 내 유사 사업으로 지어진 거점시설까지 포함하면 부산 전역에는 200개 이상의 도시재생 관련 거점시설이 있게 된다.

그렇다면 이렇게 적지 않은 거점시설을 적극적으로 활용하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할까. 우선 모델하우스로 전환하는 방안이다. 최근 시는 활용도가 떨어진 도시재생 거점시설을 15분 도시와 연계한 앵커 시설로 전환해 수익기반 자립화 모델로 이용하는 방안을 발표했다. 이를 거점시설에 적용하기 위해서는 유형별 모델하우스가 필요하다. 본격적인 기능 전환에 앞서 상품과 서비스, 상권 분석을 통한 구체적인 목표 고객을 설정해 사업의 성공 여부를 예측하는 것이다.

협업 그룹을 통한 가동률 향상도 중요하다. 대부분 지역에는 다양한 활동을 하는 주체들이 있다. 도시재생 지역의 경우 마을 관리 협동조합이 구성되어 있는 곳도 있으며 교육공동체, 문화예술인, 상인 그리고 청년 조직까지 다양한 조직이 활동하고 있다. 따라서 직접 거주민뿐만 아니라 지역으로 유입된 여러 생활 조직에도 다양한 기회를 줘야 한다. 하나의 거점에 하나의 운영 주체가 아니라 다양한 협업 그룹이 시간 단위로 거점을 활용한다면 가동률 향상에도 큰 도움이 될 것으로 여겨진다.

다양한 활용 기회 제공에 비즈니스 마인드를 접목하는 것도 생각해 볼 수 있다. 보통 거점시설의 운영조직으로 참여하려면 자격 조건이 붙는다. 예를 들면 유사 사업 운영 실적, 직원 숫자, 신인도 등인데, 이를 갖추기 위해서는 3년 이상 시간이 걸린다. 초기 창업자나 1인 기업, 커뮤니티 조직에는 그림의 떡으로, 결국 자격을 갖추지 못해 기회조차 얻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거점시설과 참여자를 연결하기 위해선 참여자가 제안하는 비즈니스 모델을 평가했으면 좋겠다. 기존의 조건을 최소화하고 비즈니스 마인드가 있는 운영자를 거점시설과 연결한다면 성과를 높일 수 있을 것이다. 창업자나 1인 기업, 커뮤니티 조직 등이 이를 통해 실적을 쌓아 다양한 분야로 진출한다면 거점시설은 이들에게 훌륭한 기회의 장소가 되는 셈이다.

물론 모든 거점시설에 이를 적용하자는 말은 아니다. 200개 중 30% 정도는 이런 공간으로 전환하면 어떨까 싶다. 결국 도시재생은 지속성 확보를 위해 새로 시설을 만들어 나가는 방식과 기존 시설을 바꿔 활용도를 높이는 방식을 혼용해야 하기 때문이다. 스타트업, IT업계에서 사용하는 ‘피보팅(Pivoting)’이라는 용어가 있다. 업체의 인적 구성이나 핵심 기술에 변화를 주지 않고 사업 방향을 바꾸는 행위를 말한다. 이제 도시재생사업도 거점시설을 통해 다양한 참여와 활용이 선순환하는 피보팅이 시작됐으면 한다.


당신을 위한 AI 추천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