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린 경로당 대신 ‘노치원’ 가요” 노인주야간보호센터 인기
센터 프로그램 유치원과 엇비슷
초고령 부산 복지시설 중심 역할
지난해 164곳 3년 사이 배 증가
적은 비용에 가족 돌봄 부담 덜어
전문성 부족 시설 관리 필요 여론
“아 키울 때 발 만져주면 잠 잘 자듯, 우리도 그렇게 발밑을 꾹 눌러 보입시다.”
17일 오전 10시 30분 부산 남구 용호동 어린이보호구역 내 한 건물 2층. 색연필로 칠한 꽃 그림으로 가득한 생활실은 신체활동 강사 움직임에 따라 발을 꾹꾹 누르는 평균 나이 80대 노인 15명으로 차 있었다. 개인용 소파에 앉은 노인들 앞에 선 강사가 다음 하체 운동을 선보였다. 강사가 “준비됐습니까. 원, 투” 구호를 외치자 노인들은 “쓰리, 포”라고 응하며 무거운 무릎을 천천히 배까지 올렸다 내리기를 반복했다. 한 노인은 영어로 답한 본인 모습이 어색한지 “포”를 재차 외치며 웃었다. 뒤이어 생활실 전체에 웃음꽃이 폈다.
이곳은 4층 건물 240평 규모로 등록된 노인주야간보호센터다. 원생만 43명이다.
유치원과 프로그램 운영이 비슷해 이른바 ‘노치원’이라 불린다. 매일 오전 9시 30분 12인승 스타렉스를 타고 도착한 원생들은 최종 출석 확인을 건강 체크로 대신한다. 혈압과 당뇨 검사를 한 뒤 체조로 하루를 시작한다. 오전에는 노래 부르기나 실내 미니 볼링 등 신체활동을 하고, 오후에는 그림을 그리거나 성냥으로 글자를 만드는 등 인지활동을 한다. 원생 강정희(89) 씨는 “집에 혼자 있으면 이곳만큼 많은 대화와 활동을 절대 할 수 없다”며 “가만히 앉아있기보다 규칙적으로 생활하니 몸도 마음도 건강해졌고, 오후에 집으로 돌아가서도 활기차게 생활을 이어간다”고 말했다.
전국 특별·광역시 최초로 초고령사회에 진입한 부산은 노인주야간보호센터가 노인 복지시설 중심으로 자리 잡았다. 고령층 돌봄 수요가 늘어나면서 시설이 대형화되거나 프로그램이 다양해지는 등 저마다 개성을 갖춘 곳도 증가하고 있다. 다만 복지 전문성이 떨어지는 시설도 우후죽순 생길 수 있어 철저한 관리·감독 필요성도 제기된다. 보건복지부와 부산시에 따르면 노인주야간보호센터는 2020년 82곳에서 지난해 164곳으로 2배 늘었다. 이는 부산지역 어린이집이 2020년 1778곳에서 지난해 1447곳으로 331곳(18.6%) 줄어든 상황과도 대비된다. 저출생과 인구 감소로 어린이집은 꾸준히 줄어든 반면 노인주야간보호센터는 증가하는 추세인 것이다.
노인주야간보호센터가 매해 증가하는 이유는 적은 비용으로 가족 돌봄 부담을 덜 수 있기 때문이다. 몸이 불편한 부모를 요양병원에 보내지 않고 원하는 시간 동안 돌봄 서비스를 받을 수 있다. 노인장기요양보험 제도에 따라 운영돼 노인장기요양 등급을 받아야 이용할 수 있다. 뇌혈관 질환이나 경증 치매 등 노인성 질병이 있는 경우만 등급 판정이 가능하다. 노인장기요양보험에서 85%까지 지원돼 자부담이 15%로, 이용자는 하루 8시간 기준 일평균 1만 원대 부담금만 내면 된다.
고령층 돌봄 수요가 늘어나면서 노인주야간보호센터도 점차 대형화되고 있다. 최신 시설에 규모도 확대하고 프로그램도 다양해졌다. ‘노치원’에선 사회복지사가 선생님이지만 외부 강사를 초청해 프로그램도 진행하며 안마기부터 걷기 재활 장비까지 마련한 센터까지 각양각색이다. 노인주야간보호센터 한 관계자는 “수영구에는 스타렉스 차량만 10대가 넘는 노인주야간보호센터도 생기는 등 점차 대형화되는 추세”라며 “방문하는 이들의 눈높이도 많이 높아져 프로그램과 실내 규모 등 꼼꼼하게 살피고 묻는다”고 말했다.
신라대 사회복지학과 초의수 교수는 “부산은 앞으로도 고령화율이 계속 높은 상태를 유지할 것으로 보여 고령층 돌봄 수요는 계속 증가할 것”이라며 “돌봄 질을 담보할 수 있도록 복지 기준선을 만들어야 하고, 시설을 평가하고 인력을 제대로 교육할 수 있는 전문기구를 구축해야 한다. 노인들 거주지 근처에 질 높은 복지 서비스를 받을 수 있는 시설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나웅기 기자 wonggy@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