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좋게 인수했는데… 골프장 운영 갈등에 법정 간 부산 상공계 원로들
지역 기업 공동인수한 가야CC
지분배분·경영권 둘러싸고 분란
1심서 태웅 등 3사 넥센에 승소
골프장 운영을 둘러싼 부산 지역 상공계 원로들의 갈등이 1심 판결 이후 재조명 되고 있다.
17일 〈부산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넥센이 2020년 롯데로부터 매입한 일부 지분을 태웅, 서원홀딩스(옛 서원유통), 삼한종합건설 등 3사에게도 균등하게 배분해야 한다는 판결 내용이 뒤늦게 알려졌다. 이들은 가야컨트리클럽(가야CC)를 운영 중인 가야개발의 대주주들이다.
부산지법은 지난해 11월 태웅, 서원홀딩스, 삼한종합건설 등 3사로 구성된 원고들이 넥센 등을 상대로 제기한 ‘주식양도 청구소송’ 1심에서 원고 승소 판결을 내렸다. 넥센 측이 사들인 주식을 나머지 3개 사에도 똑같이 배분해야 한다는 게 판결의 요지다. 이에 양측은 최근 항소한 것으로 알려졌다. 항소심 기일은 확정되지 않았다.
사건의 발단은 2011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상공업계에 따르면, 당시 태웅, 서원홀딩스, 삼한종합건설, 넥센, 성우하이텍, 쿠쿠홀딩스 등 6개 사와 세운철강은 가야CC를 인수하기 위해 각각 100억 원씩 출자해 신어홀딩스를 설립했다. 이들은 1차 주주협약을 체결하고 가야개발 지분을 인수한 뒤 경영권을 동등하게 가졌다. 이듬해 신어홀딩스와 가야개발이 합병될 때도 지분을 동등하게 나눴고, 1차 주주협약 내용을 일부 수정한 제2차 주주협약을 맺었다. 2019년 세운철강이 보유지분을 매각하면서 당초 7개 사에서 6개 사 체제로 전환될 때도 주주협약에 따라 세운철강 보유 지분을 균등하게 나눴다.
하지만 신어홀딩스와 가야개발 합병 당시 나머지 지분을 보유했던 가야개발의 기존 주주 롯데그룹 신격호 회장이 2020년 사망하면서 문제가 불거졌다. 당초 6개 사는 가야개발 지배구조에 영향이 없다는 이유로 유족 지분을 공동 인수하지 않았는데, 이후 넥센이 2만 여 주를 인수한 것이다. 넥센은 성우하이텍 자회사인 (주)리앤한과 쿠쿠홀딩스에게 인수한 지분을 균등 배분했지만 태웅, 서원홀딩스, 삼한종합건설에게는 주식을 따로 배분하지 않았다.
이듬해 3월 주주총회에 이어 5월 열린 임시주주총회에서 비상무이사 선임 표결이 벌어졌고 넥센 등이 이기면서 골프장 운영권을 독점하게 됐다. 태웅 등 3사는 표결 패배로 경영권을 잃고 난 뒤에야 주식을 따로 배분 받지 못했다는 사실을 안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은 그해 창원지법에 가야개발을 상대로 ‘임시주주총회 부존재 및 결의 취소’ 소송을 제기했다. 뒤이어 부산지법에는 넥센 등을 상대로 롯데 지분을 균등하게 배분받을 수 있도록 하는 ‘주식양도 청구’ 소송을 제기했다.
창원지법은 소송 제기 1년여 만인 2022년 태웅 등 원고의 손을 들어줬다. 재판부는 상법상 이사 선임은 주주총회 권한이며 주주의 단체적 결의가 있어야 하는데 가야개발 주주총회의 이사 선임 절차에는 중대한 하자가 있다고 판단했다.
부산 지역 상공계 관계자는 “기업 간 일이긴 하지만 정말 안타까운 일이다. 원로들이 화합해 지역 상공계가 뭉칠 수 있는 길이 조만간 열리길 바란다”고 말했다.
윤여진 기자 onlypen@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