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고 싶은 도시? 압도적으로 부산이죠”
‘도시독법’ 저자 로버트 파우저
18일 ‘창비 부산’에서 북콘서트
부산, 이민자 유입 포용성 강조
“오페라하우스? 판소리하우스!”
“살고 싶은 도시에 대한 질문을 자주 받는다. 지금은 압도적으로 부산이다.”
18일 부산 동구 ‘창비 부산’에서 열린 북콘서트에서 ‘도시 탐구자’ 로버트 파우저 전 서울대 교수는 부산을 살고 싶은 도시 1순위로 확실하게 꼽았다. 자신은 선거에 출마하지 않기에 대구에 가서도 그렇게 이야기하겠다고 말해 웃음꽃이 터졌다. 이날 북콘서트에서는 신간 <도시는 왜 역사를 보존하는가>와 함께 2019년에 출간된 <로버트 파우저의 도시 탐구기>도 개정판으로 선보였다.
<도시독법>이라 새로 이름 붙여진 이 책에는 아쉽게도 이전에 빠졌던 부산이 들어갔다. ‘이국성, 이 도시의 정체를 드러내는 메타포’라는 소제목으로 부산을 서울의 앞쪽에 배치했다. 파우저 전 교수는 부산에 대해 “바다와 산, 다채로운 풍광과 분위기가 어느 하나 매력적이지 않은 게 없다. 도시 속 자연과 소통하는 부분이 흥이 난다”라고 말했다. 게다가 “부산은 정이 살아 있고, 인심이 느껴져서 좋다”고 했다. 런던과 도쿄 같은 대도시는 삭막한데, 서울이 그렇게 변해 가고 있다고 아쉬워했다.
그는 미국인으로 일어일문학을 전공하고 일본의 리쓰메이칸 대학, 교토 대학 등에서 교수 생활을 했다. 2008년부터 2014년까지는 서울대 국어교육과 교수로 재직했다. 그의 한국어 실력은 이번에 나온 책들을 한국어로 바로 집필하는 수준이다. 중세 한국어까지 따로 익혔다고 했다. 독일어, 스페인어, 프랑스어, 중국어, 몽골어까지 능통하다. 십수 개의 언어를 구사하는 학습 능력의 비결은 이전 저서 <외국어 학습담>에 풀어놓았다. 도시 탐구는 외국어 학습과 비슷하다고 한다. 한국과 일본의 여러 도시를 떠돈 덕분에 특히 한·일 양국의 도시에 관심이 많았다.
<도시독법>에는 2023년에 다시 찾은 구마모토와 가고시마의 이야기가 소개되었는데 남의 일처럼 여겨지지 않았다. “20년 만에 가 보니 공동화는 계속 진행되어 온 듯했다. 뒷골목에는 비어 있는 가게들이 많았다. 중심가에서 멀어질수록 그랬다. 인구는 계속 줄어들 것이고 이로 인한 도심 공동화는 이어질 것이다. 과연 도시로서의 활기를 언제까지 유지할 수 있을까.” 그는 한국과 일본 도시의 차이를 ‘재개발’로 보고 있었다. 일본에는 한국 같은 재개발 사업이 거의 이루어지지 않아 사람들이 떠나면 자연스럽게 소멸한다는 것이다. 그는 가는 곳마다 재개발 현장을 맞닥뜨리는 인천은 무서운 도시가 되어 가고 있다고 술회했다. 1982년부터 부산을 방문해 사진을 찍어 왔다는 그에게 부산이 당면한 문제에 대한 질문이 쇄도했다. 이하 일문일답. 서울 북촌의 한옥 지킴이로 유명했다는 점을 감안해 들으면 도움이 되겠다.
-부산은 청년들이 수도권으로 빠져나가 인구가 줄고 있다. 어떤 대책을 세우면 좋겠나.
“계속 증가하던 뉴욕 인구도 지금은 줄고 있다. LA에 살던 한인들은 미국 중부로 많이 이사 간다. 집값이 너무 비싸서 사람들이 떠나고 있는 것이다. 부산은 집값이 너무 비싼 서울보다 저렴하다는 장점이 있다. 지인 중에는 뉴욕의 집을 팔고 내가 사는 미시간주에 집 세 채를 사서 두 채는 세를 놓는 사람도 있다. 부산은 새로운 인구 유입이 필요한데 이민은 주로 젊은 층이 온다. 이민자가 살기 좋은 도시를 만들면 사람이 모이지 않을까.”
-일본과 한국전쟁의 영향을 많이 받은 도시 부산은 앞으로 어떤 정체성을 가져야 할까.
“포용력이다. 미국에서 이민자를 선호하는 이유는 이들이 ‘정신적 투자’를 하기에 일을 잘한다고 생각해서다. 외국인을 타자화하는 한국에서는 이민자가 정신적 투자할 분위기가 되어 있지 않다. 그래서 다른 나라에 기회가 생기면 가 버린다. 일본조차 엔화 가치가 떨어지며 외국인 구하기가 힘들어진 시대가 되었다. 하지만 일본과 달리 한국은 상황을 인정하게 되면 빠르고 쉽게 새로운 상황에 잘 맞추기에 이런 문제도 해결할 것이라고 본다.”
-부산이 염원했던 2030엑스포 개최지 유치에 실패했다. 다시 도전하는 문제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
“부산은 엑스포에 한번은 도전할 만한 도시다. 다시 도전해도 되지만 살기 좋은 도시로 만들기 위한 인프라에 우선 투자하는 것이 좋겠다. 엑스포 자체가 시민에게 어떤 도움이 될지 모르기 때문이다. 도쿄도 올림픽을 했지만 아무 의미 없었다. 도쿄 사람들은 올림픽에 흥이 나지 않았다. 심하게 말하면 JR 노선에 화장실이 좋아진 것 말고 나아진 게 없다. 나는 부산에 오페라하우스도 필요 없다고 생각한다. 한국 사람들은 오페라를 별로 안 보기 때문이다. 차라리 판소리하우스가 낫다.” 글·사진=박종호 기자
박종호 기자 nleader@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