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명’ 이어 ‘친문’도 밀어내는 친명…당 계파충돌, 전선 확대

김종우 기자 kjongwoo@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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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명 원외 조직 “지난 정부 주요 인사들, 출마 자제해야”
친명 원외 인사들의 친문 현역 겨냥 자객 출마도 계속돼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왼쪽)가 21일 서울 여의도 한 식당에서 이해찬 전 대표와 회동한 뒤 브리핑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제공.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왼쪽)가 21일 서울 여의도 한 식당에서 이해찬 전 대표와 회동한 뒤 브리핑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제공.

더불어민주당 친명(친이재명)계가 ‘친문(친문재인)계 밀어내기’에 나섰다. ‘문재인 정부’ 핵심 인사인 친문계가 이번 총선에 불출마해야 ‘윤석열 정부 심판론’이 제대로 작동한다는 게 친명계의 주장이다. 친명계가 친문계에 대한 ‘자객 출마’에 이어 불출마까지 압박하면서 당 내부의 ‘계파갈등’이 새로운 국면으로 접어드는 모습이다.

민주당 이재명 대표의 최측근인 윤용조 전 당대표실 부국장은 지난 20일 페이스북을 통해 임종석·노영민 전 청와대 비서실장의 총선 불출마를 촉구했다. 윤 전 부국장은 “지난 정부의 청와대 비서실장이셨던 임종석, 노영민 두 분이 출마하시면 국민이 검사 독재 정권을 심판하는 선거가 아니라 전 정부와 현 정부의 대결처럼 보실 수 있다”면서 “물러서시는 것이 맞다”고 주장했다. 친명계 원외 조직인 ‘더민주전국혁신회의’도 같은 날 논평을 통해 친문계 불출마를 요구했다. 혁신회의는 “전 정부 인사들의 출마는 총선의 구도를 혼란스럽게 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친명계에선 문재인 정부 출신인 고민정·윤건영 의원에 대해서도 비판 공세를 편 바 있다. 친명 조직인 민주당혁신행동은 지난 12일 민주당 잔류를 선택한 윤영찬 의원을 비판하면서 친문계 고민정·윤건영 의원에게 책임을 돌렸다. 이들은 입장문에서 “윤 의원이 이 같은 행동을 할 수 있는 이유는 해당 행위를 감싸고도는 임종석, 고민정, 윤건영 등 소위 청와대 출신들이 있었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친명계는 ‘이재명의 민주당’으로 총선에서 싸우기 위해 ‘물갈이’가 필요하고 그 대상에 친문계도 포함된다고 주장한다. 실제로 민주당에선 친문계 현역 의원을 겨냥한 원외 친명계 인사의 ‘자객 출마’도 잇따르고 있다.

강성 친명계인 양문석 전 통영·고성 지역위원장은 친문계 전해철 의원의 지역구인 경기 안산 상록 갑 출마를 선언했다. 친명계 김우영 강원도당위원장도 ‘97그룹’ 친문계인 강병원 의원 지역구인 서울 은평을 출마를 공식화했다. 친명계 이연희 민주연구원 상근부원장도 친문계 도종환 의원 지역구인 충북 청주·흥덕에 도전장을 냈다.

이처럼 친명계가 ‘친문 퇴진’ 목소리를 높이면서 당내에서 ‘집주인’ 논란이 재점화됐다. 지난 정부까지 민주당의 ‘주류’였던 친문계는 친명계의 퇴진 요구에 대해 “누가 집주인이냐”며 반박하는 모습이다. 민주당을 탈당한 조응천 의원은 지난 11일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 인터뷰에서 “(친문계 윤영찬 의원이)우리가 집주인인데 왜 나가느냐라고 말했다”고 밝혔다. 조 의원은 윤 의원의 결정적 당 잔류 결심 배경에 관해 “문재인 청와대에서 같이 근무했던 분들, 그쪽 그룹의 결속력이 생각보다 굉장히 강하다”고 설명했다.

당내 계파 갈등이 공천 갈등으로 확산되고 있지만 이재명 대표는 공천에 문제가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 대표는 지난 18일 기자간담회에서 “자객공천은 언어도단”이라며 “공정하게 경쟁을 붙이는 건데 왜 자객공천이라 말하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이 대표는 21일에도 이해찬 상임고문과 오찬을 함께하며 ‘공정한 공천’을 강조했다. 그는 “공천 과정에서 공정한 시스템에 따라 엄정하게 공평하게 공천하는 게 매우 중요하다는 말씀을 들었다”고 밝혔다. 이 고문은 시스템 공천을 정착시킨 인물로 친노(친노무현)·친문계였지만 이 대표 취임 이후에는 적극적인 ‘친명’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김종우 기자 kjongwoo@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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