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수전 진통에 운항동맹 재편까지… HMM 앞길 '첩첩산중'

이승훈 기자 lee88@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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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스크-하팍로이드 손잡아
HMM 속한 동맹도 해체 전망
하림 자본력·노조 파업 리스크
국내 해운업 경쟁력 타격 우려
운항동맹 부산항 영향 제한적

1만 3000TEU급 컨테이너선 HMM 드림호. 부산일보DB 1만 3000TEU급 컨테이너선 HMM 드림호. 부산일보DB

국내 최대 컨테이너 선사 HMM이 굵직한 대내외 변수에 휩싸였다. 회사 매각에 대한 노조 반발이 거세지는 가운데 글로벌 운항동맹 재편이 시작된 것이다. 자본력 논란이 있는 하림그룹이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된 것과 노조 파업 가시화로 인해 HMM이 새 동맹을 찾는데 난항을 겪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최근 세계 해운시장의 ‘탑티어’로 꼽히는 덴마크 머스크와 독일 하팍로이드는 내년 2월 새로운 운항동맹(얼라이언스) ‘제미니 코퍼레이션’을 결성한다고 밝혔다. 머스크와 하팍로이드는 각각 세계 2위, 5위의 컨테이너 해운사다. 양사는 총 290척(340만TEU)을 투입해 26개 노선을 공동 운항할 예정이다.

이번에 공동 운항하는 340만TEU는 글로벌 얼라이언스 2M(머스크+MSC)의 물동량보다 20%가량 큰 규모다.

제미니 코퍼레이션 결성에 따라 국내 HMM(세계 8위)이 속해 있던 디 얼라이언스(The Alliance)도 해체 수순을 밟을 거라는 전망이 나온다. 디 얼라이언스에 소속돼 있던 하팍로이드는 내년 1월 디얼라언스를 떠난다고 발표했다. 하팍로이드 탈퇴로 디 얼라이언스의 경쟁력이 떨어지면서 다른 소속 해운사인 HMM과 ONE(일본, 세계 7위), 양밍(대만, 세계 9위)도 대응 전략을 세워야 하는 상황이다. 지난 18일 한국해양진흥공사가 발표한 특집보고서에 따르면 HMM, ONE, 양밍 3사의 전체 선복량은 329만TEU로 선복량 기준 세계 4위 선사인 코스코를 소폭 상회하는 수준이다. 3사의 신조 발주잔량 총합도 89만TEU에 그쳐, 대대적인 선대 확장을 기대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분석됐다. 이와 함께 다른 운항동맹인 오션 얼라이언스(Ocean Alliance)도 재편될 가능성이 제기된다.

해운업계에서는 우리나라 해운을 대표하는 HMM이 글로벌 운항동맹 재편에 발 빠르게 대응하지 못하면 경쟁력에 타격을 입을 것으로 우려한다. 문제는 HMM이 새 동맹 체제를 구축하는데 리스크를 안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는 것이다. HMM 인수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된 하림그룹은 ‘새우가 고래를 삼킨 격’이라는 평가가 나올 정도로 자본력을 의심받고 있다.

더불어 이에 반발해 양대 노조 중 하나인 HMM해원연합노동조합(해원노조)은 사상 첫 파업 수순을 밟고 있다. 정시성 등 신뢰도가 중요한 운항동맹에서 이러한 논란은 적잖은 리스크로 작용할 수 있다는 말이 나온다.

해원노조 전정근 위원장은 “한진해운 사태를 겪으며 우리나라 해운선사에 대한 신뢰도가 많이 떨어졌으나, 그나마 HMM은 정부가 뒤에 있다는 점 때문에 주요 운항동맹에 속할 수 있었다”면서 “실제 디 얼라이언스 등 다른 선사들이 HMM 인수전에 큰 관심을 보이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HMM은 지난 19일 ‘제미니 코퍼레이션’ 결성과 관련해 “HMM이 속한 디 얼라이언스 서비스는 하팍로이드사와 협력이 지속되는 내년 1월까지 차질 없이 진행될 예정”이라면서 “내년 2월 이후에도 최상의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여러 방안을 다각도로 검토 중”이라는 입장을 전했다. 한편 이번 글로벌 운항동맹 재편의 부산항 영향은 제한적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부산항만공사 관계자는 “수출입 물동량은 국내 GDP 성장이나 대외 경제 여건 등 무역 상황에 따라 결정되고, 선사는 한정된 물량을 상호경쟁으로 나눠 가지는 구조이기 때문에 직접적인 영향은 없다”면서 “환적 물동량은 운항동맹이나 개별선사의 환적 거점 운영전략에 따라 크게 바뀔 수 있지만, 2001년 이후 재편 결과가 영향을 준 적이 없었다”고 말했다.


이승훈 기자 lee88@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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