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로쇠 수액 줄어들라”… 온난화에 농민들 ‘한숨’

김현우 기자 khw82@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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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림청 12일 첫 수액 채취 확인
4년 만에 출수일 15일 앞당겨져
‘따뜻한 겨울’에 수확기 불안정
농민들 “시기 놓치면 농사 망쳐”

지난 12일 경남 진주시에서 올해 첫 고로쇠 수액이 채취된 것을 시작으로 경남 하동과 함양 등에서도 채취 작업이 시작됐다. 지리산 자락인 함양군 마천면 촉동마을 주민이 수액을 채취하고 있다. 부산일보DB 지난 12일 경남 진주시에서 올해 첫 고로쇠 수액이 채취된 것을 시작으로 경남 하동과 함양 등에서도 채취 작업이 시작됐다. 지리산 자락인 함양군 마천면 촉동마을 주민이 수액을 채취하고 있다. 부산일보DB

자연이 선물하는 ‘천연 건강식품’ 고로쇠 수액 채취가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단기간 높은 소득을 올려주는 덕분에 농민들의 효자 작물로 평가 받고 있지만 최근 출수 시기가 크게 앞당겨지는 등 채취기간이 다소 불안정해 농민들의 애간장을 태우고 있다.

21일 산림청 국립산림과학원 산림바이오소재연구소에 따르면 지난 12일 경남 진주시 가좌동 인공조림지에 식재된 우산고로쇠나무 등 4종의 고로쇠나무에서 올해 첫 고로쇠 수액 채취 작업이 시작됐다. 또 지리산 일대 고로쇠 산지인 하동군 화개면 의신·범왕마을, 함양군 마천면 일원에서도 이번 주부터 고로쇠 수액 채취가 이뤄지는 등 전국 유명 생산지들도 채취에 들어갔다.

각종 미네랄과 비타민, 칼슘, 마그네슘 등이 풍부해 천연 이온음료로 불리는 고로쇠 수액은 특히, 칼슘이 물보다 40배 이상 함유돼 골다공증 개선에 탁월한 효과가 있다. 때문에 뼈에 이로운 물이라고 해서 ‘골리수(骨利水)’라고도 부른다. 여기에 면역력 강화, 숙취 해소, 피부 미용 효과 등 다방면의 효능을 자랑하고 특유의 달짝지근한 맛도 있어 전국적으로 많은 애호가가 있다.

농민들로선 농한기 큰 소득원인 탓에 효자 작물이 아닐 수 없지만 동시에 걱정거리다. 최근 들어 고로쇠 수액 채취 시기와 출수량이 다소 불안정 하기 때문이다.

고로쇠 수액은 예전에는 주로 경칩 전후에 채취를 시작했는데 2000년대 들면서 조금씩 출수 시기가 앞당겨졌다. 실제 10년 전쯤부터는 2월 초까지 빨라지더니 2020년에는 진주시 인공조림지 기준 1월 27일에 첫 출수가 이뤄졌다. 특히 지난해에는 1월 17일에 첫 채취가 시작돼 역대급으로 빠르다는 말이 나왔는데, 올해 이보다 닷새 더 이른 지난 12일에 수액이 나오기 시작했다. 2020년 이후 불과 4년 만에 출수 시기가 보름이나 빨라진 셈이다.

앞으로 고로쇠 수액 채취 시기가 더 빨라질 가능성도 있다. 고로쇠 수액 채취는 밤 최저기온 영하 2.1도 이하·낮 최고기온 영상 10.6도 이하 조건에서 일교차 10도 이상 차이를 보일 때 출수가 가장 활발하다. 그런데 올해는 일부 지역에서 이미 지난 12월 말쯤 비슷한 조건이 충족됐다. 수액이 나올 가능성이 커진 상황인데, 다만 한파 등 악천후가 예정되면서 2주 정도 뒤에 첫 채취가 이뤄졌다. 일각에선 계속해서 이상기후가 이어질 경우 1월 초까지 수확 시기가 앞당겨질 것이란 말도 나온다.

하동의 한 고로쇠 농민은 “예전에는 경칩이 고로쇠 수액 채취의 기준이었다. 하지만 그것도 20~30년 전 이야기다. 겨울 날씨가 따뜻해지면서 갈수록 앞당겨지는 추세다. 경험이 부족한 농민들은 출수 시기를 맞추기가 쉽지 않을 수 있다”고 말했다.

채취 시기 변화는 농가에 적잖은 부담으로 작용한다.

고로쇠 수액은 날씨가 흐리거나 기온이 떨어지면 수액이 아예 나오지 않을 정도로 생산 조건이 까다롭다. 여기에 1년 중 딱 겨울철 3주 안팎으로만 채취 가능한 단기소득임산물로, 수확량을 안정적으로 확보하기 위해서는 출수 적정 기온이 지속되는 시기에 채취를 시작하는 것이 중요하다.

종잡을 수 없는 겨울 날씨 탓에 자칫 시기를 놓치면 아예 한해 농사를 망칠 수도 있다. 관련 기관들 역시 기상 조건에 따른 고로쇠 채취 시기를 파악하기 위해 다방면으로 노력하고 있지만 지역마다 편차가 커 정확한 시기 측정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산림바이오소재연구소 김석주 연구사는 “수액이 잘 나오는 기온과 일교차에 대한 정보를 활용한다면 안정적인 수확을 기대할 수 있을 것”이라며 “장기적인 미기상인자와 수액 출수 모니터링을 통해 정확하고 효율적인 수액의 출수 시기 예측 모델을 개발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김현우 기자 khw82@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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