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철도역에 들어온 자연 ‘실내정원’…곳곳 시들어 2% 모자란 ‘힐링 공간’

이우영 기자 verdad@busan.com
부산닷컴 기사퍼가기

서면역·시청역 등서 점차 확대
생육 환경 탓 식물 고사 늘어
체계적인 관리 방안 뒤따라야

도심 자연공간인 실내정원이 부산의 도시철도역사를 중심으로 확산되고 있지만 관리에 많은 애로를 겪고 있다. 서면역에 조성된 실내정원. 도심 자연공간인 실내정원이 부산의 도시철도역사를 중심으로 확산되고 있지만 관리에 많은 애로를 겪고 있다. 서면역에 조성된 실내정원.

도심에서 자연을 느낄 수 있는 실내정원이 부산에서도 도시철도역을 중심으로 확대하는 추세다. 실내정원은 광고로 덮이거나 콘크리트로 된 벽면을 식물로 대체해 큰 호평을 받기도 하지만 실내라는 생육 환경의 제약 때문에 일부 식물이 고사한 채 방치되거나 추가로 관리 비용이 투입되는 등 문제도 발생한다. 장점은 살리되 단점은 보완하는 방식으로 더욱 체계적인 관리가 필요하다는 의견이 나온다.

21일 부산시와 부산교통공사 등에 따르면 2019년 부전역을 시작으로 부산 각 도시철도역에 실내정원이 지속적으로 설치되고 있다. 2020년 시청역, 2021년 서면역과 사직역에 설치된 데 이어 지난해 12월에는 수영역과 동래역까지 확대됐다. 지하철역 외에도 부산종합버스터미널과 시민공원방문자센터에도 지난해 12월 실내정원이 조성됐다.

실내정원은 공기 정화와 미세먼지 제거 효과로 도심 속 ‘힐링 공간’ 역할을 해왔다. 특히 2021년 서면역에 만든 수직정원 ‘숲에서면’은 1호선과 2호선 환승 통로인 지하 2층에 조성해 주목을 받았다. 홍콩야자, 스노우사파이어 등 관엽식물 10종을 심은 벽면과 중앙 기둥 514㎡ 주변으로 휴식을 취하는 시민들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도심 자연공간인 실내정원이 부산의 도시철도역사를 중심으로 확산되고 있지만 관리에 많은 애로를 겪고 있다. 사직역에 조성된 실내정원. 도심 자연공간인 실내정원이 부산의 도시철도역사를 중심으로 확산되고 있지만 관리에 많은 애로를 겪고 있다. 사직역에 조성된 실내정원.

문제는 지하와 벽면에 식물을 심어 생육 환경에 한계가 있다는 점이다. 실제 서면역 수직정원과 시청역 실내정원 등은 일부 식물이 죽거나 시든 채로 방치된 상태다.

21일 서면역 수직정원 ‘숲에서면’ 한쪽 벽면에는 안내문 5개가 띄엄띄엄 붙어 있다. 지난해 12월부터 ‘2024년 2월 중 교체 예정’이라 표시한 안내문 주변으로 식물이 고사해 군데군데 휑한 모습이었다.

부산시는 ‘천냥금’과 ‘산호수’ 등이 지난해 12월 고사했고, 기온이나 생육 환경 등으로 상태가 나빠졌다고 분석한다. 지난해 여름에도 서면역에서 ‘천냥금’과 ‘산호수’가 고사해 식물을 교체했다고 설명했다. 부산시 푸른도시가꾸기사업소 관계자는 “일부 ‘보스톤고사리’도 상태가 좋지 않다”며 “추위와 더위에 예민하게 반응하는 듯하다”고 밝혔다. 이어 “자주 죽는 식물은 서면역에서 잘 자라는 ‘테이블야자’로 대체할 예정”이라며 “흙과 비료를 담은 높이 30cm, 폭 15~20cm 정도 에코백 100개 규모로 식물을 교체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도심 자연공간인 실내정원이 부산의 도시철도역사를 중심으로 확산되고 있지만 관리에 많은 애로를 겪고 있다. 시청역에 조성된 실내정원. 도심 자연공간인 실내정원이 부산의 도시철도역사를 중심으로 확산되고 있지만 관리에 많은 애로를 겪고 있다. 시청역에 조성된 실내정원.

21일 시청역 지하철역 ‘만남의 장소’에 있는 실내정원도 말라 있거나 죽은 식물을 곳곳에서 찾아볼 수 있었다. 부전역 실내정원은 식물 고사 등의 문제로 2022년 결국 철거됐다. 부산교통공사 관계자는 “시청역에 고사한 식물이 있는 것으로 파악되는데 교체는 주기적으로 하고 있다”며 “부전역 실내정원은 시범사업 형식이었는데 식물 고사와 누수 문제 등으로 철거됐다”고 밝혔다.

실내정원이 늘어나는 만큼 체계적인 관리 방안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나온다. 김동필 부산대 조경학과 교수는 “벽면 녹화는 생육 환경이 썩 좋지 않아 외국에서도 식물 5~10% 정도를 교체하곤 한다”면서도 “한쪽 벽면만 식물이 고사한 곳은 기온보다 급배수 문제가 원인일 수 있다”고 분석했다. 그는 “온도와 물 조절에 이상이 있을 때 자동 알림 장치를 설치하지 않은 곳은 더 세심한 관리가 필요하다”며 “고사 비율 등을 줄이려면 생육 상태를 더 자주 점검해야만 한다”고 말했다. 글·사진=이우영 기자 verdad@


이우영 기자 verdad@busan.com

당신을 위한 AI 추천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