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깐 읽기] 죽음을 청소하며 생전을 엿보다

김종열 기자 bell10@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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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겨진 것들의 기록 / 김새별·전애원

<남겨진 것들의 기록> 표지. <남겨진 것들의 기록> 표지.

죽은 사람은 말이 없지만, 그의 물건은 주인의 고단하고 외로운 삶을 대신 이야기한다. <남겨진 것들의 기록>은 외로이 떠난 이들의 마지막 자리를 정리하는 유품정리사 2명이 고인의 물건을 통해 고인의 사연을 들려주는 책이다. 저자는 이미 7년 전 <떠난 후에 남겨진 것들>이라는 책으로 큰 반향을 일으켰다. <남겨진 것들의 기록>은 <떠난 후에 남겨진 것들> 이후 7년여의 이야기를 담은 후속작이다. 개인적으로 <떠난 후에 남겨진 것들>에 대한 기억은 없다. 7년 전에는 죽음에 대한 관심이 그만큼 작았다. 딱 7년의 세월과 나이만큼 조금 더 죽음을 생각하게 된 듯 하다.

그러나 정작 책은 죽음에 관한 것이 아니었다. 삶에 관한 책이다. 살아 있던 동안의 이야기이고, 살아남겨진 사람들의 이야기이다. 한 중년 여성이 고독사한 다가구주택 반지하방. 혼자 산다고 하기엔 2대의 냉장고 속 가득한 식재료가 눈에 띈다. 자식들이 오면 챙겨주고 철마다 음식을 보내는 중장년 여성의 고독사 현장에는 늘 짐이 많단다. 자식 사랑이, 냉장고 칸칸이 애틋하다. 코 성형수술 부작용(과다출혈)으로 사망한 20대 여성의 방은 너무나 단촐해 오히려 슬프다. 여행사를 다녔고, 버는 족족 저금만 했다. 수술을 위해서였다. 수술 후 2, 3일은 코피가 자주 날 수도 있다는 안내를 받았다. 그래서 피를 흘리고도 심각하게 여기지 않았다. 심각하게 느껴졌을 땐 이미 늦었다. 꿈을 위한 검박한 생활. 흔한 택배 박스 하나 없는 텅 빈 방이 고단했던 삶을 들려준다.

삶은 무겁고 귀하다. 어둠을 통해 빛을 찾듯, 죽음을 통해 삶이 무겁고 귀한 것임을 새삼 깨닫는다. 책의 에필로그에 적혀 있는 저자의 의도대로다. ‘나의 직업은 죽은 사람의 집을 청소하는 일이지만, 사실 내 모든 행위는 살아 있는 사람을 향한다. 고독사를 다양한 방식으로 열심히 알리는 것, 그것이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이라는 생각이 다시금 든다.’ 김새별·전애원 지음/청림출판/272쪽/1만 7000원.


김종열 기자 bell10@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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