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출 사진에 담임 얼굴 합성한 학생···되레 ‘아동학대’ 신고
김해 초등생 4명, 합성 사진 SNS 게시
피해 교사, 큰 충격 받아 ‘교보위’ 요청
학부모는 아동학대로 피해 교사 신고해
초등노조 “명백한 교권 침해, 처벌해야”
“자녀 잘못 덮기 위한 교권 침해 멈춰라!”
초등교사노동조합은 25일 경남 김해시 구산초등학교 정문에서 최근 이 학교에서 발생한 ‘교사 성희롱 합성 사진 온라인 유포 사건’과 관련한 교권 침해 규탄 집회를 벌였다.
초등노조에 따르면 구산초 6학년 학생 4명은 지난해 11월 속옷만 입은 여성 사진에 담임인 남자 교사 A 씨의 얼굴을 합성해 개인 SNS 계정에 올렸다. 지난달 A 씨는 지인이 캡처해 보내준 해당 사진을 보고 큰 충격을 받아 교육활동보호위원회(이하 교보위) 개최를 요청했다.
합성 사진을 돌려본 것으로 확인된 학생만 수십 명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졌다.
사건 발생 후 교사로서 교육적 지도가 우선이라 여긴 A 씨는 가해 학생들의 사과에 용서하려 했으나, 다른 교권 침해 사안도 추가로 알게 되면서 다시 교보위를 요청했다. 판서 중인 교사를 향해 손가락 욕을 하거나 비웃은 행위 등이 발각된 것이다.
그러나 A 씨가 교보위 출석도 하기도 전인 지난 10일 일부 가해 학생 학부모는 A 씨를 경찰에 고발했다. 고발 사유는 ‘정서적 아동학대’였다. 학대 내용에는 ‘여름에 에어컨을 잘 안 틀어줬다’ ‘수학여행 때 통제가 심했다’ ‘청소를 과도하게 시켰다’ 등이 기록돼 있었다.
초등노조 윤미숙 대변인은 “오늘 구산초에서 교보위가 열려 2~3일 후 결과가 나올 것으로 보인다”며 “교보위 결과 가장 강한 처벌이 출석정지나 반 교체 정도이고, 가해 학생들은 곧 졸업해 큰 의미가 없다. 하지만 학생들이 자신의 잘못은 인지하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윤 대변인은 “다음 주 개학이어서 피해 교사는 가해 학생들이 졸업할 때까지 연가를 쓸 예정이다”며 “경찰 조사 결과가 나와야 알겠지만, 아동학대 사안이 안 된다고 본다. 그래도 조사를 받으러 경찰서를 방문할 피해 교사를 생각하면 마음이 착잡하다”고 말했다.
초등노조는 이날 기자회견을 통해 지난해 7월 발생한 서이초 교사 사망 사건 이후에도 교실의 무질서와 악성 민원, 관리자들의 외면은 여전하다고 호소했다.
이들은 “구산초 교권보호위원회는 A 씨의 교권을 침해한 학생들을 처벌하고, 경남교육청은 학부모의 교권 침해 행위를 방관하지 말라”고 외쳤다. 이어 “교육당국은 정서적 아동학대 금지조항(아동복지법 17조 5호) 남용에 대한 대책을 마련하라”고 주장했다.
기자회견문을 낭독한 초등노조는 A 씨를 마음 깊이 지지한다는 뜻에서 침묵시위를 이어갔다.
이경민 기자 min@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