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방기술진흥연구소 부서 이전, 무엇이 문제인가?
혁신도시법 아닌 국토부 지침 적용
지역 간 이전 규정 없다는 점 ‘악용’
타 기관·타 지역 등 좋지 못한 선례
경남도의회 등 부서 이전 반발 확대
국방기술진흥연구소(이하 국기연) 일부 부서 대전 이전 논란(부산일보 1월 23일 자 6면 등 보도)이 지역 민간·행정 대응을 넘어 정치권 이슈로까지 번지는 모양새다. 단순히 경남진주혁신도시만의 문제가 아닌 전국적인 사안이라는 점에 공감대가 맞춰지고 있다.
국방기술진흥연구소가 문을 연 건 지난 2021년 1월 1일이다. 앞서 경남진주혁신도시로 이전한 국방기술품질원 부설기관이기 때문에 똑같이 ‘혁신도시법’을 적용 받는다.
혁신도시법 제4조는 이전 공공기관이 지방이전계획을 수립·변경하는 경우 지방시대위원회 심의·승인을 얻도록 명시하고 있다, 하지만 국기연은 해당 규정을 적용 받지 않았다. 공공기관 이전 이후에 만들어진 국토교통부의 ‘지방이전 공공기관의 이전 후 사후관리방안’ 지침 탓이다. 해당 지침에는 지방이전계획 변경 대상이 규정돼 있다.
그러나 수도권으로의 직원 이동·조직 변경만 대상으로 정해져 있을 뿐, 지방 간 이동에 대한 내용은 따로 규정된 것이 없다. 결국 국기연 사례처럼 진주에서 대전으로 가는, 지방과 지방 간 이동은 심의 대상이 아니기 때문에 공공기관 재량대로 할 수 있다는 말이 된다. 경남도와 진주시 등이 국기연 부서 이전을 ‘법의 맹점을 이용한 꼼수’라고 표현하는 이유다.
문제는 이러한 제도적 허점이 다른 지역에도 적용될 수 있는, 좋지 못한 선례를 남긴다는 점이다.
혁신도시 대다수는 수도권에서 멀리 떨어진 지역에 위치해 있고, 특히 대도시가 아닌 중소도시에 조성돼 있는 경우가 많다. 수도권이나 광역시 대비 정주여건이 열악한 혁신도시 공공기관들이 부서 이전을 통해 수도권 근처나 대도시로 옮겨가는 빌미를 제공할 수 있다.
이러한 내용이 알려지면서 국기연 부서 이전 철회 목소리는 갈수록 확산되고 있다.
경남도의회는 25일, 도의회 현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국기연 이전 반대 성명서를 발표했다. 중심에 선 김진부 도의회 의장은 “국기연 이전은 국토 균형발전과 혁신도시를 건설한 근본 취지에 반한다. 더욱이 혁신도시 관련 법률의 허점을 이용한 명백한 꼼수 이전이고 경남의 국방·방위 산업 정책을 흔드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정재욱 경남도의원은 임시회 5분 자유발언을 통해 “제도적 허점을 악용해 아무런 심의장치 없이 자체 계획만으로 공공기관 부서 이전이 가능하다면 어떻게 혁신도시 발전을 도모할 수 있냐”고 따져 물었다.
경남도는 다른 지역으로의 인력 이전을 막고, 지침이나 법을 어겼을 경우 제재하는 방안 등을 담은 혁신도시법 개정을 국회에 건의할 방침이다.
조규일 진주시장은 25일 오전 우동기 지방시대위원장을 만나 국기연 부서 이전 문제에 대해 지적했다. 조 시장은 “국기연의 부서 이전은 원칙적으로 지방분권균형발전법을 위배한 사항”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부서 이전을 위해 지방시대위원회 심의를 거쳐야함에도 국기연이 법을 자의적으로 해석해 심의 없이 이전을 검토해 지역사회에 논란을 일으키고 있다”며 지방시대위원회 차원에서 이 사안을 검토해 달라고 요청했다.
김현우 기자 khw82@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