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선 앞둔 트럼프의 약점은 중도 성향 고학력·고소득층
공화당 경선서 압도적 승리 불구
중도 당원 지지 비율 20% 안팎
부촌에서는 대부분 헤일리 지지
트럼프 지지자 미 의회 폭동 등
비호감 이미지 본선서 악영향
미국 공화당 대선후보로 입지를 일찌감치 굳힌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본선에서도 맹위를 떨칠지 미지수라는 관측이 나온다.
공화당 내 콘크리트 지지자 덕분에 경선에서 선전하고 있지만 민주당 후보와의 본선 경쟁 때는 접전에서 승부에 결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당내 비주류 표심이 트럼프 전 대통령에 등을 돌릴 수 있다는 게 선거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24일(현지시간) 치러진 공화당의 ‘뉴햄프셔주 프라이머리(예비경선)’에서는 실제로 트럼프 전 대통령과 조 바이든 현 대통령의 재대결이 유력한 본선의 판세를 내다볼 특징적인 표심이 다수 관측됐다.
이날 트럼프 전 대통령은 뉴햄프셔 프라이머리에서 54% 정도의 지지를 얻어 43% 정도에 그친 유일한 경쟁자 니키 헤일리 전 유엔 대사를 꺾었다. 수치로는 11%포인트 앞선 압승이지만 세부 하위 항목에서 트럼프 전 대통령이 불안감을 품을 수 있는 사실이 엿보인다.
미국 주요 언론과 조사전문업체 ‘에디슨리서치’가 실시한 유권자 출구조사에서는 중도층, 고학력층, 고소득층에서 헤일리 전 대사가 선전했다는 점이 공통으로 나타난다. ‘뉴햄프셔 프라이머리’ 유권자 가운데 44%가 무당층인데 이들 중 58%가 헤일리 전 대사를 선택했다. 헤일리 전 대사를 찍었다는 이들은 ‘트럼프 전 대통령에 대한 비호감’을 가장 큰 사유로 들었다.
뉴햄프셔에서도 유권자의 35%가 중도를 자처했는데 이들 중 트럼프 전 대통령을 선택한 비율은 20%에 그쳤다.
이 같은 현상은 일반 투표인 ‘프라이머리’보다 당원 영향력을 더 강조해 폐쇄적 성격을 지닌 첫 경선 ‘아이오와 코커스(당원대회)’에서도 두드러졌다. 지난 15일 아이오와 코커스에서 무소속 성향을 지닌 것으로 자평하는 유권자 55%는 트럼프 전 대통령이 아닌 다른 후보들에게 표를 던진 것으로 나타났다.
전통적으로 공화당의 전통적 뼈대를 이루는 고학력자, 고소득자의 동향도 트럼프 전 대통령의 취약점으로 지목된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뉴햄프셔 프라이머리에서 이들 계층만 따질 때 헤일리 전 대사에게 패배했다. 헤일리 전 대사가 압승을 거둔 지역은 다트머스대학 근처 고학력 고소득자들이 거주하는 하노버, 라임, 레바논 등 부촌으로 나타났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열성 지지자가 더 집중된 아이오와 코커스에서도 고학력 고소득자들이 많은 지역에서 부진을 노출했다.
문제는 트럼프 전 대통령에 대한 이들 계층의 비호감이 본선에서 적극적 행동으로 이어질 수준으로 강력할 수 있다는 점이다. 뉴욕타임스(NYT)는 헤일리 전 대사 지지자의 40% 정도가 본선에서 바이든 대통령을 선택할 것이라는 전국 단위 여론조사 결과를 소개했다.
무려 91개 혐의에 달하는 트럼프 전 대통령의 형사사건도 아킬레스건으로 거론된다. 특히 2020년 대선 결과를 뒤집기 위해 의회 폭동을 선동했다는 반란 의혹에 대한 법원 판단은 미국 민주주의의 존립과 직결된 사안이다.
미국 현지 언론들은 이 같은 사유를 종합해 트럼프 전 대통령이 본선에서는 ‘비호감의 벽’ 때문에 경선처럼 승리하기 어려울 수 있다고 내다본다. 공화당의 선거전략가인 척 쿠글린은 “트럼프의 연합세력은 굳어져 예측 가능하지만 대선을 이기기에는 너무 작다”고 지적했다.
미국 대선은 줄곧 민주당과 공화당을 지지하는 주가 대다수 고정된 가운데 양당을 오가는 ‘스윙 스테이트(경합주)’에서 승패가 갈린다. 여론조사를 보면 트럼프 전 대통령은 올해 대선에서 경합주가 될 것으로 예상되는 주들에서 바이든 대통령에게 근소하게 앞선다.
경선을 포기하고 트럼프 전 대통령 지지를 선언한 론 디샌티스 플로리다 주지사는 미국 보수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레이건(공화당 출신 로널드 레이건 전 대통령)을 찍던, 평생 보수로 살아온 이들이 트럼프를 다시 못 찍겠다고 한다”며 “이 문제를 해결할 방안을 찾아야 한다”고 우려했다.
권상국 기자 ksk@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