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혜택 받고 싶으면 애 낳아라”… 집값 6억 넘으면 정책모기지 없다
특례보금자리론 이달 29일 종료
6억 원 이하 주택 3.6억 원 한도
금융위, 10조 원 내외 공급 계획
소득 기준 낮아 실수요자 불만
정부의 정책모기지 공급액이 올해 약 20조 원가량 대폭 감소한다. 특례보금자리론이 이달 말 종료됨에 따라 기존 보금자리론이 재출시된다. 또 신생아 특례대출이 새로 출시되며 소득 기준이 없던 적격대출은 사라지게 됐다.
다만 보금자리론의 소득 기준이 부부 합산 연 7000만 원 이하라 현실성이 부족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6억~9억 원 상당의 집을 정책모기지로 구매하려면 아이를 낳아야 해 실수요자의 불만도 커질 전망이다.
금융위원회는 오는 29일 특례보금자리론 종료 이후 ‘정책모기지 공급 및 민간 장기모기지 활성화 방안’을 25일 발표했다. 특례보금자리론은 지난해 금리 급등기에 가입 허들을 대폭 낮춰 출시돼 큰 인기를 끌었다. 기존 보금자리론과 적격대출 등을 통합한 것으로 주택가격 9억 원 이하일 경우 대출 한도 5억 원까지 소득과 상관 없이 상대적으로 낮은 고정금리로 공급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지난 1년 간 공급 목표액을 훌쩍 넘긴 44조 원이 공급되며 가계대출 증가세를 부채질한다는 비판을 받아 왔다. 이에 금융당국은 이날 특례보금자리론 종료 이후 정책모기지 개편 방안을 공개했다.
먼저 특례보금자리론 이전에 공급해온 보금자리론은 연간 10조 원 내외로 다시 공급하기로 했다. 기본적으로 연소득 7000만 원 이하(신혼부부 8500만 원 이하)·주택가격 6억 원 이하 대상에 3억 6000만 원의 대출 한도 내에서 지원한다.
다자녀 가구는 자녀 수에 따라 8000만 원~1억 원까지 소득요건이 완화 적용된다. 전세사기 피해자에 대해서는 소득제한을 없앴으며, 주택 가격 요건도 9억 원 이하로 완화한다.
금리는 특례보금자리론에 비해 0.3%포인트(P) 낮은 4.2~4.5%를 적용하되, 취약부문에 대해서는 3%대 중반의 금리가 제공될 수 있도록 우대금리 혜택을 확대할 계획이다. 우대금리 최대 인하 폭은 총 1.0%P까지로 이전(0.8%P)보다 확대되는데, 전세사기 피해자에게 최대치가 적용된다.
특례보금자리론 출시 이전에 취급했던 적격대출은 올해부터 사라진다. 적격대출은 소득 조건 없이 9억 원 이하 주택에 한도 5억 원 이하로 대출이 가능했다. 때문에 6억~9억 원 상당의 집을 구매하려는 이들이 주로 이용하던 정책모기지였다. 적격대출이 사라짐에 따라 올해부터 집값 9억 원 이하의 실수요자는 정책모기지 사용이 현실적으로 막히는 셈이다.
금융위 관계자는 “적격대출은 서민층 지원 프로그램이라기보다는 은행권의 장기 고정금리 활성화 등 가계부채 질적 개선 역할을 담당해왔다”며 “정책 자금 우선순위를 보금자리론에 둘 필요가 있었고 은행들도 스스로 이런 프로그램들을 공급할 여건이 됐다고 판단했다”고 중단 배경을 밝혔다.
대신 금융위는 민간 장기 모기지 취급 기반을 마련해 차주들에게 다양한 상품 취급을 유도하기로 했다. 고정 기간이 5년 이상인 혼합형 상품이나 금리 상승기 월 상환금 탄력 조정 계약 등 상품이 논의될 것으로 보인다.
다만 보금자리론의 소득 요건이 부부합산 7000만 원 이하인 점과 적격대출 폐지로 9억 원 이하 실수요자들이 정책모기지를 이용하기 어려워졌다는 점은 이번 정책모기지 개편 방안의 한계로 꼽힌다. 금융권 관계자는 “맞벌이 부부의 경우 소득이 7000만 원을 넘기기 십상인데 정책모기지 혜택을 누리지 못하게 될 것”이라며 “주요 대도시의 경우 6억 원 이하 집을 찾기 힘든데 적격대출을 폐지한 것도 실수요자 입장에서는 불만이 클 것”이라고 지적했다.
김진호 기자 rplkim@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