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기하지 않는 ‘좀비 정신’, 게임 유저에 통했다 [부산 인디 게임 메이커]
[부산 인디 게임 메이커] 좀비메이트
‘마비노기’에 게임 제작자 꿈꿔
‘시바사가’ 실패 이후 긴 슬럼프
힐링 게임 ‘냥스파’로 화려한 부활
올 상반기에도 신작 발표 예정
게임 업계의 트렌드는 하루가 다르게 변한다. 제작사들은 유저들이 플레이하고 싶은 게임을 계속 만들어야 하는 숙명을 지니고 있다.공들인 게임이 시장의 선택을 받지 못하면 슬럼프에 빠지게 되고, 자금난에 빠져 문을 닫는 경우도 많다. 그럼에도 예외는 있다.
부산의 한 게임 제작사는 깊은 수렁에 빠진 뒤 ‘좀비’처럼 처절하게 부활했다. 바로 부산 센텀 글로벌게임센터 입주 기업인 ‘좀비메이트’다. 부산의 게임 제작사 좀비메이트를 이끌고 있는 김윤수(34) 대표를 만나 비결을 물었다.
■상상을 현실로
김 대표는 어릴 적부터 게임을 즐겨 했다. 어느 순간 게임을 즐기기 보다 게임 그 자체를 만들어 보고 싶다는 생각이 머릿속을 지배하게 됐다. 그는 “마비노기라는 게임에 빠져 있었는데, 어떤 스킬을 배우느냐에 따라 직업이 결정되고 게임의 목표가 달라지는 것에 흥미를 느꼈다”며 “마비노기와 같이 유저가 상상하는 모든 것을 자유롭게 펼칠 수 있는 그런 세계관을 가진 게임을 만들고 싶었다”고 말했다.
창업 초기 모든게 순탄하진 않았다. 김 대표는 “좀비메이트 설립 전 2016년 모꼬지게임스튜디오 창업 초기에는 자금이 부족해 아르바이트와 게임 개발을 병행했었다”며 “택배 상하차·사무실 청소 등을 하며 낮에는 게임 개발을 하고 저녁에는 일을 했다”고 말했다. 그리고 2018년 부산글로벌게임센터에서 예비창업자를 위한 개임콘텐츠 제작 지원 사업에 참여하기 위해 좀비메이트를 설립했다.
그리고 좀비메이트의 첫 번째 게임 ‘시바사가’를 세상에 내놨다. 출시 즉시 구글플레이스토어에서 인기 순위 9위까지 오르기도 했다. 그러나 기대와 달리 결과는 대실패. 김 대표는 “방치형 RPG 게임을 표방했는데, 방치형 치곤 ‘클리커(터치를 통해 조작을 하는 게임)’게임의 성격이 커 괴리가 발생했다”며 “또 방치형 RPG를 즐기는 유저들의 성향과 맞지 않는 아기자기한 캐릭터와 그래픽은 큰 약점으로 작용했다”며 실패를 곱씹었다.
■실패에서 배우다
시바사가의 실패는 김 대표에게 큰 슬럼프가 되어 돌아왔다. 하지만 실패는 결국 성장의 계기가 됐다. 김 대표는 “게임 기획과 제작의 과정이 모호했었는데, 시바사가의 실패 이후 두 과정이 확실히 분리가 됐다”며 “나는 게임 제작자로서 직원들의 다양한 아이디어를 게임화하는 역할에 집중했고, 큰 방향성을 잡아나가는 역할을 했다”고 말했다.
그렇게 발매된 게임이 좀비메이트의 터닝포인트가 된 ‘냥스파’다. 냥스파는 귀여운 고양이들과 함께 스파를 운영하는 힐링과 경영이 접목된 게임이다. 2021년 4월에 해외 유명 퍼블리셔를 통해 출시된 이 게임은 올해 상반기 구글 플레이스토어에서만 1000만 다운로드를 기록할 것으로 예상된다. 한창 인기를 끌던 시기에는 하루 접속자 수가 6만 명, 한 달 접속자 수는 50만 명을 기록했다. 누적 매출은 13억 원 정도다.
작은 게임 제작업체에서 일군 기적과 같은 성과였다. 동시에 그간의 실패를 보듬는 위로이기도 했다. 김 대표는 “우리가 이제껏 해온 일들이 틀리지 않았구나, 좀비메이트의 방향성을 재확인한 순간”이었다고 말했다.
좀비메이트는 올해 상반기 ‘고양이와 비밀레시피’라는 신작을 정식 출시할 예정이다. 고양이와 비밀레시피는 ‘동물의숲’과 비슷한 장르의 게임으로 고양이와 함께 요리를 하며 마법의 숲을 가구들로 꾸미는 ‘힐링 하우징 게임’이다. 출시에 앞서 여러 게임쇼에 소개되며 우수한 평가를 받았다. 특히 지난해 지스타 부대행사로 기획된 ‘지스타 인디어워즈‘에서 ‘모바일 베스트 인디게임’과 현장 투표로 진행된 ‘유저 인기게임’ 두 부문을 석권했다.
■좀비처럼 버틴다
좀비메이트라는 이름은 좀비처럼 끈질기게 살아남아서 버티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김 대표는 동서대 게임학과를 졸업했다. 부산에서 게임을 만들고 있지만 수도권에 비해 불리한 점이 많다. 게임업계의 인력 수급이나 네트워크가 활발하지 않은 탓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김 대표는 부산에 남아있고 싶어 한다. 김 대표는 “우리는 한 번에 큰 성공을 거두지 않았다”며 “부산 게임 제작업체로서 한단계, 한단계 성장하는 모습을 보여주면, 훌륭한 인재들이 제발로 찾아오지 않을까 , 그럴려면 끝까지 버티고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우리는 밑바닥부터 시작했고, 직원들 간의 끈끈한 신뢰 없이는 성장할 수 없었다”고 말했다.
좀비메이트가 부산에서 계속 살아남아 버티려면 무엇이 필요할까. 김 대표는 게임 제작사뿐만 게임 관련 산업 전체를 연결하는 네트워크가 필요하다고 말한다.
김 대표는 “영세 게임 제작업체들은 사운드 작업, 퍼블리싱 등 제작 이후 여러 가지 문제에 맞닥뜨린다”며 “게임 개발뿐만 아니라 이후의 과정에서도 지원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실패에도 꺾이지 않는 마음이다. 김 대표는 “실패를 극복하기 위해선 멀리 내다볼 필요도 없이 한 발짝만 앞으로 전진하면 된다”며 “너무 큰 목표를 세우면 지치기 쉬우니, 작은 것부터 다시 시작하면 된다”고 말했다. 실패가 곧 끝이 아니라는 말. 그야말로 좀비같은 대답이었다.
남형욱 기자 thoth@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