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파트 관리비 시스템 이용료 ‘부르는 게 값’
부산 한 업체 시장 90% 독점
단지·세대별 부담금 천차만별
경쟁입찰 통해 계약금 낮춰야
투명한 관리 위한 교육 필요도
부산 전산 업체 A사는 2022년 사상구 B아파트(500세대)에 2년간 관리비 시스템을 공급하기로 하고 278만 원을 받았다. 비슷한 시기에 A사는 B아파트에서 직선 거리로 100m 떨어진 C아파트(230세대)에도 관리비 시스템을 공급했다. 그런데 B아파트 세대수보다 절반에 못 미치는 C아파트는 A사에 2년 이용료로 349만 원을 냈다.
A사는 지난해 이들 아파트 인근에 위치한 D아파트(620세대)와도 공급 계약을 맺었는데, D아파트에는 2년 관리비 시스템 이용료로 320만 원을 부과했다. 이런 계약 현황은 국토교통부가 서비스하는 공동주택관리 정보시스템(K-apt)에 공개돼 있다.
A사가 제공한 관리비 시스템은 크게 다르지 않았다. 같은 서비스를 제공받고도 B아파트 각 세대는 2년간 5560원을 냈고, C아파트와 D아파트 세대는 각각 1만 5173원과 5161원을 냈다.
이처럼 부산 아파트들이 들쑥날쑥한 관리비 시스템 이용료를 부담해 온 것으로 나타났다. 관리비 시스템은 전산으로 세대별 관리비를 정산하는 프로그램으로, A사가 부산 전체 아파트 시장의 90% 이상을 차지하고 있다.
25일 (사)부산안전생활실천시민연합(이하 부산안실련)에 따르면 2022년 1월부터 지난해 10월까지 부산 아파트 관리비 시스템 계약은 총 684건이다. 그중 약 92%인 628건을 부산에 있는 A사가 따낸 것으로 파악됐다. 사실상 A사가 부산 전역 아파트에 관리비 시스템을 독점으로 공급한다고 봐도 무리가 없다.
이 시스템은 △일반 관리비 △청소비 △승강기 유지비 등 아파트에 거주하는 세대가 매달 납부할 관리비를 합산해 고지하는 것을 도와준다.
부산안실련 조사 결과 A사가 계약을 맺은 아파트 위탁관리 업체들은 개별 계약마다 다른 금액을 부담해 온 것으로 나타났다. 아파트 세대수나 위치 등 계약 금액 선정을 위한 별도 기준이 없었던 것으로 보인다. 아파트 위탁관리 업체들은 A사가 시장을 독점하고 있다는 점을 문제로 꼽는다. 이에 최근 들어 아파트 위탁관리 업체도 다른 전산업체 등 대안 모색에 나서고 있다.
사실 이런 상황은 아파트 입주민은 잘 알 수 없다. D아파트 입주자대표회의 의장인 정 모 씨는 “우리 아파트 입주자대표회 구성원은 2년마다 바뀌고, 대부분 본업이 있다 보니 아파트 운영 전반은 위탁 회사에 맡기는 편”이라며 “A사가 뚜렷한 기준 없이 계약금을 제시한다는 사실도 최근에 알았다”고 전했다.
A사에 계약금 기준 등 논란에 대한 입장을 듣기 위해 수차례 연락했으나 “대표가 자리에 없다”는 답변만 돌아왔다.
부산안실련 안광선 대표는 “다수 전산 업체가 참여하도록 경쟁 입찰을 실시한 경우에는 전산 시스템 계약 금액을 아낄 수 있다”며 “투명한 아파트 관리 문화가 자리 잡기 위해서 부산시 차원에서 교육이나 캠페인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김준현 기자 joon@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