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진왜란 영웅 ‘윤흥신 장군’ 녹물·이끼 없는 새 동상 ‘우뚝’
26일 초량동서 장군상 제막식
박 시장 참석·윤 대통령 화환
높이 11.4m… 시비 6억 투입
20년간 녹물 유지·보수 애로
임진왜란 다대포 전투에서 순절한 윤흥신 장군 석상이 동상으로 새롭게 태어났다. 녹물이 흘렀던 기존 석상은 장군이 북항을 향해 주먹을 쥐고 결의를 다지는 동상으로 대체됐다. 동상 건립을 축하하는 제막식에는 본관이 파평인 윤석열 대통령이 축하 화환을 보내고 박형준 부산시장은 직접 참석한다.
윤 장군은 정발, 송상현 장군과 함께 임진왜란 당시 부산에서 분투한 대표적인 영웅이다. 윤 장군 석상은 1981년 당시 부산 중심지였던 동구 중앙대로에 터전을 잡았다. 한때 윤 장군이 첨사를 지낸 사하구 다대포로 자리를 옮기자는 제안도 나왔지만, 새로운 동상도 기존 자리를 지키게 됐다.
부산 동구청은 26일 오후 2시 초량동 1143-1 앞 광장에서 ‘다대첨사 윤흥신 장군상’ 제막식을 연다. 기존 석상은 지난해 10월 말 철거를 시작했고, 새 동상은 지난해 12월 27일 완공됐다. 윤 장군 일대기를 그린 ‘스토리 월(이야기 벽)’도 동상 뒤쪽에 들어섰다. 공사와 제막식 개최 등에 시비 6억 원이 투입됐다.
북항 쪽을 바라보는 윤 장군 동상은 좌대 7m를 포함해 높이 11.4m 규모다. 왼손에는 활을 들고, 오른손은 주먹을 쥔 모습으로 굳건한 결의를 표현했다. 그는 1592년 다대진성에서 왜군과 싸우다 전사했다. 당시 피신을 권유한 부하에게 ‘죽음이 있을 뿐’이라 답하며 자리를 지켰다는 기록이 있다.
윤 장군 석상을 둘러싼 재건립 또는 이전 논의는 오래전부터 진행돼 왔다. 화강암 석상 내부 철골 구조물에 빗물 등이 스며들어 최소 20년 이상 녹물이 흘러내리는 등 수시로 유지·보수 문제가 제기됐다. 1765년 윤 장군을 기리기 위해 사하구 다대동에 세운 윤공단 일대가 장군상을 옮길 적합한 장소라는 의견도 나왔다.
하지만 기존 석상은 옛 모습 그대로 제자리를 지켜야 했다. 2016년 다대문화연구회가 용역을 실시해 윤공단 일대로 이전을 추진했지만, 당시 사하구청은 예산과 부지 문제 등으로 거부했다. 동구청은 매년 예산 1000만 원을 들여 석상 세척, 대리석 타일 교체, 안전 진단 등을 진행했다.
부산시와 동구, 사하구 등은 논의 끝에 기존 자리에 동상을 짓기로 했다. 녹물이 흐르거나 이끼가 끼지 않는 재질이라 유지 보수 비용은 줄어들 전망이다. 김진홍 동구청장은 “부산을 대표하는 윤 장군 석상이 녹물 등에 계속 방치되는 걸 지켜볼 수 없었다”며 “부산시의원이던 2021년 강력한 요청으로 예산을 확보해 동상이 새롭게 들어섰다”고 밝혔다.
윤 장군 본관인 파평 윤씨 종친회는 동상 건립을 크게 환영했다. 파평 윤씨 부산 종친회 윤동국 부회장은 “기존 석상은 종친회 차원에서 청소도 했는데 한두 번으로 끝나는 게 아니었다”며 “동상으로 바꾸는 게 맞다고 판단해 자문 회의 등에도 참석했다”고 말했다. 그는 “부산시와 사하구 윤공단 쪽으로 장군상을 옮기는 방안도 얘기했지만, 많은 시민이 쉽게 찾을 수 있는 현 장소가 적합하다고 결론이 났다”며 “임진왜란에서 공을 세운 장군을 많은 시민이 기억할 수 있길 바란다”고 밝혔다.
윤 장군 동상 제막식에는 박형준 부산시장, 김진홍 동구청장, 파평 윤씨 문중, 주민 등 100여 명이 참석할 예정이다. 해군작전사령부 군악대도 현장에서 공연을 펼친다. 동구청 문화관광과 관계자는 “윤석열 대통령도 축하 화환을 보내기로 했다”며 “장군의 결의가 깃든 동상을 잘 관리하고, 많은 시민이 찾는 공간이 되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이우영 기자 verdad@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