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찬 손이 동정심 유발” … 한파 속 ‘슬기로운 거리 유세’
극한 상황서 유권자 만나 동정심 기대
거리 대신 도시철도역으로 옮기기도
따뜻했던 지방선거 유세 때와는 딴판
동장군이 몰고 온 역대급 한파가 총선에 나선 여야 예비후보를 덮쳤다. 출근길과 퇴근길은 선거 운동에 가장 좋은 시간이지만 부산답지 않게 영하로 떨어진 기온이 이들의 어깨를 움츠리게 한다. 4년마다 돌아오는 국회의원 선거지만 유독 한파 속 선거운동이 곤혹스러운 이들이 있다. 주로 초여름에 치러지는 지방선거에 적응된 후보들이다. 특히, 더불어민주당 예비후보 중에는 지방선거로 당선된 구청장 출신이 많아 날씨 적응에 애를 먹고 있다. 대개 늦봄에 시작해 6월이면 끝나는 지방선거만 치러봤던 이들이기에 추위는 더 뼛속을 파고든다.
직전 부산 동구청장을 역임한 민주당 최형욱(서동) 예비후보는 이번 주 100일째 출근 인사에 나섰다. 최 예비후보는 “구청장 선거할 땐 반소매로 유세했었는데 이번 한파는 정말 만만치가 않다”고 말했다. 핫팩을 손에 쥐는 것도 모자라 발과 등에까지 붙이고 아침 인사에 나선다는 그다. 최 예비후보는 “발열 조끼도 미리 사뒀는데 ‘껴입으면 너무 둔해 보인다’는 반응이 있어서 써보지도 못했다”면서 “그래도 추운 데 고생한다고 테이크아웃 커피 2잔을 사서 나눠주시는 유권자도 만났으니 한파도 그리 나쁜 것만은 아닌 것 같다”고 웃었다.
짧은 선거운동 기간 강렬한 인상을 남겨야 하는 게 예비후보의 숙명이다. 오히려 비 오는 날이나 추운 날을 골라 유세에 나서는 이도 있다. 극한의 상황에서 명함을 돌리고 인사를 하는 모습이 동정표로 돌아오길 기대하는 심리다.
순간이나마 스킨십을 나눌 수 있는 유권자와의 악수는 후보마다 요령이 다르다. ‘차가운 손이 동정심을 더 유발한다’며 일부러 손을 차게 내버려두는 후보가 있는가 하면, ‘잡았을 때 따뜻한 손은 필수 매너’라며 핫팩을 놓지 않는 후보도 있다.
한파가 사흘 넘게 이어지자 후보 중에는 영리하게 유세 전략을 바꾸는 이도 나온다. 만 35세 젊은 나이에 초선 국회의원이 된 후 20년 만에 재선에 도전하는 국민의힘 이성권(사하갑) 예비후보는 ‘전통의 요충지’이지만 삭풍이 몰아치는 횡단보도 대신 도시철도역 개찰구를 택했다. 바람도 피하고, 명함도 한결 효율적으로 돌릴 수 있는 까닭이다.
이 예비후보는 “밖에서 만나면 다들 주머니에서 손 빼기 싫어서 명함을 거절하는데 개찰구 앞에서는 이미 손을 꺼낸 상태라 다들 명함을 받고 간다”며 “도시철도를 타고 가는 동안 식상한 스마트폰 대신 명함 내용을 꼼꼼히 읽어보는 효과도 있다”고 말했다.
옆에서 선거운동을 돕는 캠프 보좌진도 강추위에 예비후보를 밖에 내보내느라 애를 먹는 중이다. 총선 출마 경험이 있는 예비후보의 경우 군말없이 피켓을 메고 아침 유세에 나서지만 선출직 경험이 없는 후보들은 손사래를 흔들기 일쑤다. 한 캠프 관계자는 “‘현역 의원은 등록도 안 했는데 이 날씨에 이럴 필요가 있느냐’는 후보를 달래느라 애를 먹는다”면서 “당장 인지도를 갖춘 현역을 상대하려면 하루라도 더 지역구를 돌아야 하기 때문에 방한용품을 꼼꼼히 챙겨서 거리로 내보내고 있다”고 전했다.
권상국 기자 ksk@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