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능성 있는 지역출판, 시에서도 관심 가져야”
출판문화산업협회 배은희 회장
지역도서전 올해부터 매년 개최
가을독서문화축제는 도움 안 돼
“청사포의 해녀 어머니들을 인터뷰해서 기록할 때였다. 사실 모두가 협조를 잘해주지는 않았다. 특히 한 분은 표정이 늘 안 좋았는데, 왜 이런 천한 일을 기록하느냐고 묻기도 했다. 그런데 막상 완성된 책을 들고 찾아가자 그동안 한 번도 보지 못한 환한 표정으로 맞아주셨다. 누군가가 이야기를 들어주고 가치 있다고 해 주니 삶에 위로가 되었던 것 같다. 책에는 이런 치유의 기능이 있다.” 8명의 해녀와 그들을 배로 나르는 선장의 이야기를 담은 이 이야기는 2016년 <청사포에 해녀가 산다>로 출판되었다.
스스로를 기록활동가, 혹은 ‘인디 아키비스트’로 규정하는 ‘빨간집’ 배은희 대표가 26일 부산출판문화산업협회 총회 결과 2대 회장이 되었다. 부산출판문화산업협회는 2019년에 제정된 부산시 지역출판 진흥 조례에 따라 2022년에 출범했다. 다소 긴 협회의 이름은 출판을 문화나 산업으로 보는 입장을 모두 아우르겠다는 취지를 담았다. 신임 배 회장은 2년 임기 동안 종합출판사부터 일인 출판사까지 다양한 스펙트럼의 32개 사로 구성된 협회를 이끌게 된다. 출판사들이 서울에 몰려 있지만 서울은 지역 단위로 모이지 않고, 다른 지역에는 이 정도 규모의 지역 출판 협회 조직이 없다.
배 회장은 2018년 부산의 출판 이야기를 담은 <책 짓는 사람들>을 발간하는 등 지역출판의 사정에 대해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 현재 지역의 출판 환경은 너무 좋지 않다고 우려한다. 경제가 어려워 시민들은 문화에 투자할 여력이 없고, 정부는 책에 대한 무관심으로 기존의 지역출판 활성화를 위한 사업까지 유야무야되고 말았다는 것이다. 그는 “출판사 입장에서 지금은 어렵지만 버텨 내야 하는 시기다. 이럴 때일수록 내부 역량을 높이고 서로 협력해 성장하는 체계를 만들어야 한다. 지난해 수영구에서 개최해 성과가 좋았던 도서전은 올해부터 매년 열기로 했다”라고 말했다. 그동안 출판사가 시민을 직접 만나는 자리가 너무 없었다는 것이다. 그 밖에도 시민들과 함께하는 정기적인 출판 관련 토크 모임을 가지고, 지역 출판사가 공동으로 출판인을 양성하는 과정도 만들 계획이다.
독서 인구가 줄고 있다. 하지만 얼마 전부터 ‘1인 1책 출판’이라는 표현까지 등장할 정도로 출판계에 새로운 흐름이 생겨난 것도 사실이다. 자신이 경험하고 느낀 점을 책으로 엮고자 하는 사람이 늘어난 것이다. 그는 “‘이 내용을 책으로 만들어도 될까요’라는 질문을 많이 하는데, 한 사람이라도 공감하면 책을 만들어도 된다. 다른 일을 하면서 책도 내는 출판사가 점점 많아질 거다. 이렇게 숫자도 많고 가능성도 큰 지역출판에 관해 부산시에서도 관심을 가져야 한다”라고 말했다. 부산시에서 주최하는 가을독서문화 축제는 지금처럼 하면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고, 억지로 하는 행사처럼 보인다는 말이 나오고 있다고 한다. 빨간집 대표로서는 “한국전쟁을 겪으면서 독특한 특성을 가진 부산의 주택 역사에 대한 책을 꼭 내고 싶다”고 밝혔다. 현재 집에 대한 책들은 대부분 서울 위주로 나와 있기 때문이다.
박종호 기자 nleader@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