즉위 1년 5개월 만에 찰스 3세 암 진단… 영국 왕실 비상
전립선 비대증 치료 중 발견
버킹엄궁 "공개 활동 중단"
결재·비공개 회의 등은 계속
투병으로 향후 역할 의구심
찰스 3세(75) 영국 국왕이 2022년 9월 즉위한 지 1년 5개월 만에 암 진단을 받으면서 영국 왕실에 비상이 걸렸다.
영국 왕실은 5일(현지시간) 찰스 3세가 지난주 전립선 비대증 치료 중 암을 발견해 치료를 시작했다고 밝혔다. 전립선암은 아니라고 했으나 암의 종류나 단계 등은 공개하지 않았다. 이날 샌드링엄 영지에서 런던으로 이동한 찰스 3세는 거처인 클래런스하우스에서 머물면서 통원 치료를 하게 된다.
다만 화학요법이나 방사선 치료 등 어떤 방식의 항암 치료를 받게 될지, 어느 병원에서 치료받는지 등은 공개되지 않았다.
버킹엄궁은 “안타깝게도 국왕의 향후 공개 일정은 변동 또는 연기돼야 할 것”이라며 “국왕이 가능한 한 빨리 전면적인 공개 업무에 복귀하기를 고대하고 있다”고 밝혔다. 찰스 3세가 공개 행사에서는 물러나 있더라도 국가원수로서 서류 작업과 비공개 회의는 이어갈 것이라고 버킹엄궁은 설명했다.
영국 관련법에 따라 국왕이 질병이나 외국행으로 일시적으로 국가원수로서 공식 책무를 수행할 수 없을 경우에 대비해 그 권한을 대행할 수 있는 2명 이상의 국가고문(Counsellors of State)이 지정된다. 국가고문이 될 수 있는 왕족은 국왕의 배우자, 그리고 21세 이상 성인 중 왕위 계승 서열이 높은 순서대로 4명이다.
이에 따르면 커밀라 왕비와 국왕의 두 아들 윌리엄 왕세자와 해리(39) 왕자, 국왕의 동생인 앤드루(63) 왕자, 앤드루의 장녀인 베아트리스(35) 공주다. 2022년 찰스 3세의 요청에 따라 의회는 성추문을 일으킨 앤드루 왕자와 미국으로 이주한 해리 왕자가 이런 업무 수행을 하기 어려운 점을 고려해 찰스 3세의 나머지 두 동생인 에드워드(59) 왕자와 앤(73) 공주를 국가고문에 추가했다.
이와 관련, 해리 왕자는 왕실과 불화 끝에 가족과 함께 미국으로 이주했으며, 이후 방송 출연과 자서전 발간을 통해 왕실 비밀을 폭로해 갈등을 이어가고 있다.
다만 해리 왕자는 찰스 3세와 통화해 암 진단과 관련해 대화했으며, 며칠 내로 영국으로 돌아와 아버지를 만날 것이라고 BBC가 해리 왕자의 대변인을 인용해 보도했다.
2022년 9월 8일 어머니 엘리자베스 2세 여왕이 서거하면서 즉위한 찰스 3세는 올해 75세다. 그가 세 살이던 1952년에 어머니가 즉위했던 만큼 70년을 후계 서열 1위로 지내다가 왕위에 올랐다.
젊은 왕세자 시절 고 다이애나 왕세자빈과의 불화 및 불륜 등으로 구설에 수시로 오르내렸으나 노년에 커밀라 왕비와 함께 즉위한 후로는 오랜 경험을 바탕으로 안정적으로 업무를 수행하며 왕위에 안착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일간 가디언은 70년을 후계자에 머물다가 즉위한 국왕이 이제 막 성과를 내고 인기가 올라가고 있는 와중에 암 진단을 받게 됐다면서, 그의 향후 역할에 의구심을 낳게 됐다고 짚었다.
고령인 국왕의 암 투병으로 영국 군주제에 대한 해묵은 우려도 다시 제기되고 있다. 왕실 역사학자 에드 오원스는 “국왕 건강이 심각하게 악화하면 헌법에 관한 의문이 제기되고 나머지 왕족들이 이미 과도하게 지고 있는 부담이 더 커질 것”이라며 “영국 헌법의 아주 인간적이면서도 취약할 수 있는 속성이 드러나는 순간”이라고 지적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