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성있거나 재미있거나… 영화마을 설 분위기는 ‘담백’
‘도그데이즈’ ‘소풍’ 등 한국영화
동화 같은 ‘웡카’도 연휴 스크린에
형형색색 귀여운 캐릭터 애니메이션
독립영화 45편 무료로 즐길 수 있어
올해 영화마을 설 차림표는 ‘담백’하다. 블록버스터급 대작 대신 개성과 의미를 살린 작품들이 관객의 선택을 기다린다. 영화의전당과 온라인에서 즐길 수 있는 영화도 여럿 있어 설 연휴 관객의 선택 폭이 넓어질 것으로 보인다.
■개성 있는 한국 영화
극장가에선 한국 영화 4파전이 펼쳐진다. 영화 ‘도그데이즈’와 ‘소풍’ ‘데드맨’ ‘시민덕희’ 등 개성 있는 이야기를 담은 작품이 영화마을에 걸린다.
윤여정 주연의 ‘도그데이즈’는 개를 둘러싼 사람들의 사연을 중심으로 전개된다. 제93회 미국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한국 배우 최초로 여우조연상을 받은 윤여정이 선택한 국내 신작이다. 윤여정과 유해진, 김윤진, 탕준상 등이 출연했다. 귀여운 강아지들이 여럿 등장해 보는 재미를 더한다.
배우 나문희·김영옥이 나선 영화 ‘소풍’도 눈여겨볼 만하다. 70대 노인 세 명이 고향에서 다시 만나면서 겪는 일을 그린다. 금순과 은심을 각각 연기한 두 시니어 배우의 관록 있는 연기를 볼 수 있다. 부산에서 활동하는 로케트필름이 제작해 주목된다. 고령화 사회에서 벌어지는 가족 갈등, 존엄사 등의 사회문제를 함께 다뤘다.
범죄극 ‘데드맨’에선 배우 조진웅, 김희애의 연기 호흡을 볼 수 있다. 일명 ‘바지사장’계의 에이스가 횡령 누명을 쓴 뒤 인생을 되찾기 위해 추적에 나서면서 벌어지는 일을 그린다. 조진웅이 재력가들에게 명의를 빌려주고 돈을 받는 40대 남자를 연기해 현실감을 더했다.
보이스피싱 실화를 바탕으로 제작된 ‘시민덕희’도 설 연휴 극장가에서 만날 수 있다. 배우 라미란, 염혜란, 공명, 안은진 등이 연기 합을 맞췄다. 염혜란의 사실적인 연기가 작품의 맛을 살린다. 공명의 새로운 얼굴을 보는 재미도 있다.
■규모로 승부 ‘외화’
외화는 화려한 볼거리로 관객의 이목을 사로잡는다. 한 편의 어른 동화 같은 ‘웡카’와 액션의 묘미를 느낄 수 있는 매튜 본 감독의 ‘아가일’을 이번 설 연휴 영화마을에서 볼 수 있다.
티모시 샬라메의 ‘웡카’는 8일 기준 박스오피스 정상을 달리고 있다. 2005년 공개된 영화 '찰리와 초콜릿 공장'의 스핀오프다. 주인공 윌리 웡카가 세계 최고의 초콜릿 메이커가 되기까지의 여정을 담는다. 풍부한 동화적인 상상력과 화려한 색채가 관객의 눈길을 사로잡는다. 휴 그랜트가 ‘난쟁이 요정’ 움파룸파로 변신해 재미를 더했다.
‘아가일’은 매슈 본 감독의 작품이다. 감독의 전작인 ‘킹스맨: 시크릿 에이전트’(2015)의 느낌이 영화에 배어 있다. 이 작품은 스파이 소설 작가인 엘리가 쓴 사건이 현실에 벌어지면서 전설적인 스파이 아가일을 찾는 이야기다. 매슈 본 감독 특유의 액션이 볼거리를 제공하고, 거듭되는 반전이 재미를 더한다.
■형형색색 귀여운 캐릭터 출동
형형색색 귀여운 캐릭터로 꾸며진 애니메이션 영화는 어린이 관객의 눈을 사로잡을 것으로 보인다. 먼저 애니메이션 ‘아기상어: 사이렌 스톤의 비밀’은 인기 TV 애니메이션 ‘핑크퐁 아기상어’의 첫 극장판이다. 아기상어 올리가 새로운 도시로 떠나면서 겪는 좌충우돌 모험기를 담는다. 귀여운 캐릭터가 여럿 등장해 볼거리를 더했다. 이야기에 맞춰 흐르는 흥겨운 음악 덕분에 듣는 재미도 충분하다.
애니메이션 ‘스미코구라시-푸른 달밤의 마법의 아이’에서도 동화 속 감성을 느낄 수 있다. 이 작품은 인기 캐릭터 ‘스미코구라시’의 두 번째 극장판이다. 보름달이 뜨는 밤, 꿈을 이뤄주는 마법사 형제들이 스미코 마을을 찾아오면서 일어나는 일을 담는다. 동글동글 귀여운 캐릭터들은 어린이 관객은 물론 함께 극장을 찾은 어른 관객의 잊고 있던 동심을 떠올리게 할 것으로 보인다.
■독립영화도 즐겨요
영화의전당과 온라인에서 즐길 수 있는 작품도 있다. 독립영화와 작품성 있는 영화를 두루 볼 수 있어 관객들이 보다 다양한 작품을 향유하는 데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
영화진흥위원회 인디그라운드는 오는 14일까지 인기 독립영화를 소개하는 ‘독립영화 라이브러리 스페셜 위크’를 진행한다. 인디그라운드 홈페이지에 마련된 온라인 상영관에서 독립영화 45편을 무료로 만날 수 있다. 최고 기대작은 지난해 한국독립영화협회에서 ‘올해의 독립영화’로 선정된 장건재 감독의 ‘5시부터 7시까지의 주희’다. 장건재 감독은 지난해 부산국제영화제 개막작인 ‘한국이 싫어서’를 연출했다. 장 감독의 이번 작품은 가슴에 생긴 종양을 발견한 40대 연극과 교수 ‘주희’가 자신의 연구실에서 사람을 마주치고 그들의 이야기를 통해 자신의 지난 삶을 되돌아보는 영화다. 이 밖에도 조희영 감독이 연출한 ‘이어지는 땅’을 포함해 고경수 감독의 ‘문제없어요♪’ 등 톡톡 튀는 형식과 내용을 담은 다양한 작품을 감상할 수 있다.
해운대구에 있는 영화의전당도 설 연휴 기간 관객을 맞이한다. ‘웡카’, ‘시민덕희’를 포함한 극장 인기 개봉작부터 ‘추락의 해부’, ‘나의 올드 오크’, ‘노 베어스’ 등 국내외 영화제에서 좋은 평가를 받은 작품도 상영된다. 인디플러스 관에서는 ‘울산의 별’ 같은 독립영화 기대작도 만날 수 있다. 세계적인 미디어 아티스트 백남준의 작품 세계를 다룬 다큐멘터리 ‘백남준: 달은 가장 오래된 TV’는 영화 상영 전 ‘백남준기념관’의 김나율 도슨트가 6분가량 작품을 설명하는 시간도 마련된다.
남유정 기자 honeybee@busan.com , 탁경륜 기자 takk@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