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적 드물어진 마산 합성동 지하상가 청년·문화로 활성화한다

강대한 기자 kdh@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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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 대목에도 썰렁한 마산 지하상가
곳곳 공실, 고객 드물어 상인 한숨
“코로나 보다 심각” 울며 겨자 먹기
시, 청년예술인 창작공간 지원사업
더디지만 조금씩 변화 중 “긍정적”

경남 창원시 마산회원구 합성동 지하상가 내 빈점포 모습. 강대한 기자 경남 창원시 마산회원구 합성동 지하상가 내 빈점포 모습. 강대한 기자

“우리 지하상가가 다시 젊은이들이 붐비는, 활기 넘치는 그때로 돌아갈 수 있다면…”

쌀쌀한 날씨에 옷깃을 여미게 되던 지난 6일 오전 경남 창원시 마산회원구 합성동. 왕복 8차선 도로 양옆으로 군데군데 세워진 입구를 따라 들어가니 지하공간이 펼쳐졌다.

한때 젊음의 거리이자, 만남의 광장으로 불리던 ‘합성동 지하상가’다. 설 대목을 앞두고 응당 북적여야 할 이곳에 썰렁하다 못해 적막함까지 감돌았다. 편도 512m짜리 직선 보도 2개, 길을 따라 상가들이 빼곡하게 들어서 옷가지 등을 팔고 있지만 정작 사람들이 없다.

간간이 보이는 이들마저 걷기 적당한 실내 공간을 찾은 고령자가 대부분이다. 열에 아홉은 합성 1동과 2동을 연결하는 지하통로 정도로만 이용하고 있다. 지하상가 곳곳 붙은 ‘할인 행사’라는 팻말이 머쓱할 정도다.

연면적 1만 6749여㎡, 약 5000평에 달하는 합성동 지하상가는 총 411개 구좌(4평 공간) 중 100여 개(약 24%) 구좌가 아직 미입점 상태다. 현재 130여 개 점포가 운영 중으로, 두세 점포 걸러 한 곳이 공실인 셈이다.

이곳에서 여성 의류를 판매하는 허 모(49) 씨는 “요즘은 코로나 팬데믹 때보다 손님이 더 없어 허탈하기도 하다. 아예 사람들 기억 속에서 지하상가가 잊힌 것 같다”면서 “울며 겨자 먹기로 가게를 붙들고 있다”고 토로했다.

창원시가 생기를 잃어가는 합성동 지하상가를 다시 부흥시키기 위해 ‘청년문화공간’을 조성한다. 청년예술가의 창작활동을 지원하는 동시에 주변에 활기도 되찾겠다는 복안이다.

시는 자체 예산 8300만 원을 들여 합성동 지하상가에서 ‘청년예술인 창작공간 지원사업’을 추진한다고 8일 밝혔다. 오는 12일까지 만19~39세 회화·사진·공예·만화 등 시각예술 활동을 하는 5명(팀)을 모집한다. 다만 구성원 중 1명 이상의 주소지가 창원이어야 한다.

이는 지난해 도와 함께 추진한 ‘2023년 청년예술인 창작공간’ 사업의 연장이다. 당시 회화·캘리그래피 각 1명과 공예 예술가 3명이 활동하면서 호응을 받았다.

‘Made For You’라는 상호로 바느질 공방을 운영한 김유경(33) 씨는 “당시에 남녀노소 가릴 것 없이 많은 이들이 직접 체험하고 가셨다. 큰 인기를 누렸다곤 못 하지만 고객들이 꾸준히 방문했다”면서 “활동할 공간 마련 자체가 어려운 청년들에게 이런 행정의 지원은 고마울 따름”이라고 말했다.

시는 올해도 11개 구좌를 대여해 청년들에게 제공한다. 창원시 관계자는 “지하상가 창작공간이 시민들에게 문화예술과 가까워지는 계기를 제공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여기에다 지하상가 위탁운영사인 ‘대현프리몰’은 청년창작공간 주변에 아트홀을 꾸며 문화공간 조성에 힘을 보탠다. 최근 청년들의 소비 패턴을 고려해 그간 의류나 잡화 판매가 대부분이었던 지하상가에 먹거리도 들인다는 계획이다.

지하상가에서 안경점을 운영하는 김형성(65) 씨는 “빈 점포로 덩그러니 있는 것보다 훨씬 낫다”면서 “당장에 상가가 활성화되지 않겠지만 변화를 시도하는 게 긍정적”이라고 했다. 하지만 김 씨는 지하상가 내부가 아닌 외부를 대상으로 한 홍보는 여전히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강대한 기자 kdh@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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