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늘봄 확대', 학교 현장에서 반대하는 이유
홍진옥 전 인제대 교수
교육부가 올해부터 ‘늘봄학교’를 전면 확대한다고 발표했다. 그러나 교육 현장에서는 현장 적용이 어렵다며 반대 목소리가 많다. 필자는 지난해 3월 부산·경남지역 초등학교 60개교의 방과 후 강사, 돌봄 전담사, 교감 등을 대상으로 설문 조사를 했으며, 올해 1월 전화 설문 조사를 추가로 했다. 설문 조사 결과에 따르면 인력 확보, 교실 증축, 프로그램 확보가 안 된 상태에서 교육 현장에서의 ‘늘봄 전면 확대’는 불가능한 것으로 분석됐다.
늘봄 전면 확대가 제대로 되려면 우선 인력 보완이 시급하다. 돌봄교실 운영 전반 업무와 아동 관리, 활동 지도, 프로그램 운영, 교실 관리, 급·간식 주문, 배식, 처리까지 업무가 엄청나게 많다고 한다. 현장 돌봄 교사들은 학생들의 스케줄을 시시각각 챙겨줘야 한다. 아이들이 교실에 있을 때 일반 행정 업무인 공문 처리, 예산 관련, 간식 식단 작성, 정산 처리 등을 할 수가 없어서 이런 행정 업무를 처리하는 인력이 보완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왜냐하면 행정 처리 인력이 보완되지 않을 경우, 돌봄 운영시간 외에 행정 업무를 처리할 시간을 낼 수가 없기 때문이다.
둘째, 계약제 교원 확보만큼 중요한 것이 계약제 교원 채용에 따르는 관리 감독 체계 개선이다. 방과후학교 운영, 돌봄이 학교로 들어오게 됨으로써 학교 시설 관리, 학생 안전과 같은 부수적인 업무를 학교 관리자와 교사들이 맡아 왔다. 또 방과후학교 강사, 돌봄 전담사, 방과후학교 실무원 등 다른 직종의 사람들이 학교 현장에 들어옴에 따라, 노동법을 근거로 각자의 이익을 위해 주장하므로 학교 현장은 교육 효과보다 그들의 눈치를 살펴야 하는 곳으로 변질되고 있다고 한다. 가령 학기 중에 급식을 볼모로 삼아 연례행사처럼 파업할 때 각 시도 교육청에서 ‘계약제 교원 관리 감독 부서’를 신설해 해결해 준다면 학교 관리자와 교사는 아이들 급식을 위해 눈치를 보지 않아도 될 것이라고 한다.
그러나 교육부는 계약제 교원 채용을 돕는 학교 지원 전담 기구만 설치하고, ‘계약제 교원 관리 전담 부서’ 신설 필요성은 파악하지 못 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계약 채용 인력을 관리 감독하는 부서를 각 시도 교육청에 신설해 준다면 각 학교와 연계해 계약제 교원 인력 풀을 제공할 수 있다. 각 학교의 계약제 교원들을 관리 감독하고, 계약제 교원과 학교 사이에서 발생하는 노사 문제를 해결해 준다면 현장은 아동 관리에만 집중할 수 있다.
셋째, 돌봄 수요자는 많은데, 저녁 8시까지 잔류를 희망하는 늘봄교실 수요자는 거의 없는 실정이다. 따라서 전일제 의미를 저녁 8시까지로 할 것이 아니라 차라리 오전과 오후로 나누고 오후는 5~6시까지 운영하는 것이다. ‘늘봄 교실’은 수요자가 없으므로 차라리 ‘돌봄 교실’로 대체하고 대상을 1학년부터 6학년까지 확대해 폭넓은 수요를 반영하는 것이 실속 있는 운영이라는 지적이 많다. 늘봄 교실은 개방했으나 수요자가 없으면 예산과 인력 낭비만 초래한다는 의견이었다.
넷째, 돌봄 교실 확대와 비례해 교실 증축도 필요하다. 시도 교육청이 지자체와 연계해 늘봄 교실을 운영한다고 하지만 아동이 지역 기관까지 이동할 때 안전 관리 인력이 추가로 필요하다. 교육부가 학교 외 지역에서 돌봄을 받는 아동의 안전 관리 인력 보완 정책을 마련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다섯째, 정부는 늘봄 교실 확대에 따른 계약제 교원 채용 조건을 완화한다고 발표했는데, 교직 수강자가 아닌 계약제 교원을 채용할 경우, 현장 채용 전에 일정 기간의 교직 연수를 시킬 것을 제안한다. 끝으로 늘봄 교실을 수요자가 없는 경우, 늘봄 전면 확대보다 아동을 한곳에 모아서 관리 운영하는 ‘마을 돌봄’ ‘지역아동센터’ ‘거점 통합 돌봄센터’ 증설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가령 경남의 통합거점 돌봄센터가 창원 2곳(상남, 명서) 김해 1곳(삼문초등)에서 성공적으로 운영하고 있다. 이 지역에는 수요자가 많고, 외부 놀이 전문 강사가 놀이 중심 프로그램을 잘 운영하고 있다고 한다.
교육부가 과욕만 앞세워서 ‘늘봄 전면 확대’를 무리하게 서두르지 말아야 한다. 먼저 인프라를 구축하고, 현장 교사들과 학부모의 의견 수렴을 바탕으로 실속 있는 교육 정책을 추진해 주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