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지품 구경한 친구 절도 몰아
2년간 20여 차례 돈 빼앗아
연락 차단 땐 찾아가 폭력 행사
경찰, 공갈 등 혐의 4명 송치

부산 북부경찰서 전경. 부산일보DB

대학 동창을 협박해 2년간 2억 원을 뜯어낸 20대 여성과 그의 지인들이 검찰에 넘겨졌다. 이들은 지갑을 구경한 일을 약점 삼아 동창을 절도로 고소하겠다며 수십 차례 협박해온 것으로 나타났다.

부산 북부경찰서는 대학 동창을 절도로 고소하겠다고 협박해 돈을 뜯어낸 혐의(공갈·강요 등)로 20대 여성 A 씨와 그의 지인 등 총 4명을 송치했다고 8일 밝혔다.

A 씨는 2021년부터 지난해 1월까지 자신의 남자친구 등 지인들과 함께 대학교 동창인 B 씨로부터 20여 차례에 걸쳐 약 2억 원을 뜯어낸 혐의를 받고 있다.

<부산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직장을 구하기 전이었던 B 씨는 A 씨가 일했던 술집을 소개받아 2021년 아르바이트를 시작했다. B 씨가 한창 일을 하던 어느 날, A 씨는 익숙한 듯 술집을 방문했다. 당시 A 씨가 갖고 있던 예쁜 지갑이 B 씨의 눈에 띄었다. 지갑이 궁금했던 B 씨는 A 씨가 자리를 비운 사이 그의 가방에서 지갑을 꺼내 봤다.

지갑을 구경한 것이 사건의 발단이었다. A 씨는 B 씨가 자신의 가방에서 지갑을 꺼내 살펴 본 장면을 목격했다. A 씨는 이를 빌미 삼기로 마음먹었다. A 씨는 B 씨가 자신의 지갑을 훔치려고 했다며 ‘절도 행위’라고 몰아붙였다. A 씨는 B 씨를 고소하겠다고 강하게 협박했고, 이에 겁먹은 B 씨는 A 씨의 요구를 들어주기 시작했다.

A 씨는 B 씨에게 허위 차용증을 쓰게 하거나 합의금을 요구하며 돈을 받았다. 직장이 생긴 B 씨는 자신이 받는 월급 중 일부를 A 씨에게 전달했다. 돈이 부족하면 대출을 받거나 지인에게 돈을 빌려서까지 A 씨에게 돈을 넘겨줬다. 그렇게 뺏긴 돈은 2년 동안 약 2억 원. 사회 초년생인 B 씨에게는 큰돈이었다.

폭력 행사도 끊이질 않았던 것으로 전해졌다. A 씨는 B 씨가 연락을 차단하면 집으로 찾아가 주거침입을 하기도 했다. 자신의 남자친구, 지인들과 함께 B 씨를 찾아가 협박하는 등 수십 차례 폭력을 행사한 것으로 전해졌다. B 씨는 지속적인 공갈을 견디지 못해 결국 지난해 경찰에 A 씨를 고소했다.

경찰 조사 결과 B 씨는 절도를 하지 않았던 것으로 확인됐다. A 씨는 갈취한 돈을 생활비로 썼고, 남자친구와 지인에게도 돈을 건네준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 관계자는 “지난달 중순께 A 씨를 구속 송치했고, 나머지도 불구속 송치했다”며 “자세한 내용은 알려줄 수 없다”고 밝혔다.

나웅기 기자 wonggy@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