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너 2세 청년기업인, 특출난 아이디어로 사업 다각화 바람

윤여진 기자 onlypen@busan.com
부산닷컴 기사퍼가기

선보그룹 최금식 아들 최영찬
제조업 경험 살려 투자회사 설립
동서씨앤지 여인웅 아들 여건수
비누 개발 넘어 이커머스 사업
패션그룹형지 최병오 아들 최준호
스포츠 용품 굿즈 시장에 도전
세정 창업주 박순호 딸 박이라
주얼리·라이프스타일 부문 공략

기존 사업과 연계한 사업 다각화로 변화를 주도하는 기업인 2세들이 시선을 모으고 있다. 투자처와 부산 기업의 가교 역할을 하는 선보엔젤파트너스 최영찬(위) 대표와 검색엔진 최적화 기술을 기반으로 한 이커머스 전문업체 ‘셀릭’을 창업한 여건수 대표. 기존 사업과 연계한 사업 다각화로 변화를 주도하는 기업인 2세들이 시선을 모으고 있다. 투자처와 부산 기업의 가교 역할을 하는 선보엔젤파트너스 최영찬(위) 대표와 검색엔진 최적화 기술을 기반으로 한 이커머스 전문업체 ‘셀릭’을 창업한 여건수 대표.

창업주를 중심으로 한 제조업이 주를 이루는 부산에서 새로운 사업에 도전하는 2세들이 속속 등장하고 있다. 기존 사업과 연계한 사업 다각화로 급변하는 경제 정세에 보다 유연하게 대처하고 있다는 분석이 뒤따른다.

8일 부산 상공계에 따르면 2016년 선보엔젤파트너스에 이어 2017년 부산·경남 지역의 중견기업 2세가 함께 투자해 설립한 국내 최초 연합 벤처캐피탈 라이트하우스컴바인을 세운 최영찬(44) 대표는 새 사업을 성공적으로 안착시킨 대표 사례로 꼽힌다. 최 대표의 부친은 선보그룹을 이끌고 있는 최금식 회장이다.

최 대표는 부친의 회사에 말단 생산직 사원으로 입사해 용접 등을 배우며 현장을 누볐다. 조선·철강 등 전통적인 제조기업들은 왜 신사업을 못하는지 의문을 품었던 최 대표는 미국 유학길에 올라 다양한 경험을 쌓았다. 귀국 후 창업을 결심하게 된 것은 부친 덕분이었다. 부울경이 노동집약적 산업에서 기술집약적 산업으로 체질 개선을 하기 위해선 새로운 시각이 필요하다는 부친의 권유에 투자회사를 설립했다.

제조업 중심의 부산 산업 특성을 반영한 좋은 기술을 발굴해 기존의 제조업과 융합될 수 있도록 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 지난 5년간 413억 원 규모의 중견기업 1호 연합펀드가 성공적으로 투자됐고 현재 700억 원 규모의 2호 펀드가 조성됐다. 투자처와 부산 기업이 협업하도록 돕는 가교 역할을 하고 있다. 최 대표는 “수익보다는 지역 기업들이 신사업으로 나아갈 수 있도록 혁신을 이끌어내는 데 투자의 초점을 맞췄다”며 “부산 기업이 발전할 수 있는 사업을 지속적으로 발굴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주)동서씨앤지 여건수(45) 대표는 2022년부터 검색엔진 최적화 기술을 기반으로 한 이커머스 전문업체 ‘셀릭’을 이끌고 있다. (주)동서씨앤지는 여 대표의 아버지인 여인웅 대표가 1998년 설립한 비누 전문 기업이다. 30년 가까이 비누 개발에 힘쓴 덕분에 대형마트의 PB 제품을 도맡는 등 제품성을 인정받았다. 대학에서 경영학을 전공한 뒤 서울에 위치한 마케팅 회사에서 기업 마케팅 업무를 하던 여 대표는 2010년부터 아버지 회사를 맡았다. 아이 셋을 기르면서 자연스럽게 육아용품에 눈을 돌리게 됐고 이후 기저귀, 천연비누, 물티슈 등 생산 품목을 늘려나갔다. 여 대표는 여기에 만족하지 않고 본인의 전공을 살린 셀릭을 창업했다. 뛰어난 지역 업체들이 많지만 제대로 된 마케팅과 온라인 판매가 뒷받침되지 않아 평가절하되는 경우를 많이 본 탓이다.

이렇게 탄생한 셀릭은 다양한 지역 업체와 협약을 맺고 온오프 마케팅에 적극 나섰다. 올해 초에는 부산우유와 연간 계약을 맺으면서 판매 대행도 겸하고 있다. 여 대표는 “부산지역을 기반으로 한 글로벌 브랜드를 출시해 지역 업체들과 제휴를 맺고, 이커머스 사업을 활성화해 지역 제조업체들과 동반 성장하는 것이 목표”라고 밝혔다.

이뿐만이 아니다. 패션그룹형지 최병오 회장의 장남으로, 2세 경영 입지를 굳힌 것으로 평가 받는 최준호(40) 부회장은 야구 구단인 SSG랜더스 유니폼을 제작하고, 지난해 말 스페인 FC바르셀로나와 공식 파트너십을 체결하는 등 국내외 스포츠 용품 굿즈 사업에 뛰어들면서 새로운 미래 먹거리를 발굴했다.

세정 창업주 박순호 회장의 셋째 딸인 박이라(46) 사장 역시 주얼리와 라이프 스타일 부문에서 신성장동력을 찾아 젊은 층을 공략하는 데 성공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이 같은 2세들의 선택을 두고 전문가들은 부산의 산업구조 전반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부산 전통 기업 상당수가 성장의 정체성을 빚으면서 부산 경제 활력도가 크게 떨어지는 현실에서 사업 다각화를 통해 변화와 혁신을 이끌어낼 수 있기 때문이다. 부산상공회의소 심재운 경제정책본부장은 “기업 2세들이 선택한 사업 대부분은 하청이 아닌 새로운 분야로의 진출이어서 부산 경제의 부가가치를 높이고 산업 구조를 개선할 수 있는 기회가 될 것”이라며 “차세대 경영인들의 신기업가 정신을 바탕으로 한 새로운 도전이 지역 상공계 분위기를 보다 역동적으로 변화시킬 것이라고 기대한다”고 밝혔다.


윤여진 기자 onlypen@busan.com

당신을 위한 AI 추천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