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닭강정’ 류승룡 “새로운 코미디, 처음엔 농담인 줄”
닭강정 딸 되돌리려 고군분투
가족 사랑·인류애 메시지 공감
당분간 코미디 안식년 가질 것
“처음엔 감독님이 농담하는 줄 알았어요. 이런 코미디는 처음이었거든요.”
넷플릭스 시리즈 ‘닭강정’에 출연한 류승룡은 이 작품과의 첫 만남을 이렇게 밝혔다. 그도 그럴 게 딸이 닭강정으로 변한다는 설정도 황당무계한데 작품 곳곳에 4차원 개그와 황당한 전개가 가득하다. 처음엔 이병헌 감독이 ‘말도 안 되는 농담을 한다’고 생각했던 류승룡은 대본을 받고 작품의 매력에 흠뻑 빠졌다고 했다. 그는 “설정이 너무 독특했고, 이야기를 풀어내는 방식도 흥미로웠다”고 말했다.
류승룡은 이 작품에서 닭강정으로 변해버린 딸을 되돌리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최선만’을 연기했다. 닭강정이 조금이라도 부서질세라 귀한 신줏단지 모시듯 조심스럽게 대하고, 닭강정을 바라보며 금방이라도 눈물을 쏟을 것 같은 표정으로 ‘민아야’라고 외치기도 한다. 류승룡은 “정말로 딸이 닭강정으로 변했다고 믿지 않으면 연기가 우스꽝스러워질 것 같았다”며 “작품에 몰입하다 보니 촬영하는 동안엔 닭강정을 못 먹을 정도였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연기할 때만큼은 영화 ‘테이큰’의 리암 니슨처럼 몰입했다”며 “그땐 닭강정이 딸로 보여서 닭강정을 입에 못 넣겠더라”고 웃었다.
이 작품은 공개 이후 시청자 사이에서 호불호가 갈리고 있다. 정형적이지 않은 코미디와 말장난, 기상천외한 설정들이 작품 곳곳에 포진해있어서다. 류승룡은 “새로운 종류의 코미디지만, 개인적으로는 정말 좋았다”며 “단순히 웃긴 설정에서 끝나지 않고, 주제 의식을 확장해내는 게 와닿았다”고 털어놨다. 그는 “대본 속에 시공간을 넘나드는 아름다운 사랑 이야기가 담겨있다고 생각했다”면서 “가족의 사랑과 인류애는 모두가 공감할 수 있는 메시지라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연기 합을 맞춘 안재홍에 대한 칭찬도 덧붙였다. “눈치가 빠르고 머리가 좋은 친구더라고요. 연기하면서 안재홍 배우에게 졌다고 생각한 순간도 있었죠. 앞으로가 더 기대되는 배우예요.”
2004년 영화 ‘아는 여자’로 스크린에 데뷔한 류승룡은 어느덧 데뷔 20년을 맞았다. 영화 ‘내 아내의 모든 것’(2012년) ‘광해, 왕이 된 남자’(2012년), ‘7번방의 선물’(2013년) ‘극한직업’(2019년) 등 여러 작품을 흥행시키며 충무로 대표 배우로 자리매김했다. 최근에는 영화 ‘극한직업’과 디즈니+ 시리즈 ‘무빙’에 이어 이번 ‘닭강정’에서까지 치킨 관련 캐릭터를 맡아 ‘닭 전문 배우’라는 수식어도 얻었다. 그는 “개인적으로 만족스럽다”고 웃었다.
류승룡은 당분간 ‘코미디 안식년’을 가질 예정이라고 했다. 그는 “대중이 ‘류승룡표 코미디’를 그리워할 때까지 웃음기 뺀 연기를 하고 싶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렇게 덧붙였다. “제가 보여주고 싶은 연기와 대중이 보고 싶어 하는 연기를 골고루 하고 싶어요. 다양한 스펙트럼을 가진 배우로 남고 싶어요. 환갑쯤 지났을 때 안재홍, 라미란, 오정세 같은 배우들과 건강한 웃음을 주는 시트콤을 해보고 싶습니다.(웃음)”
남유정 기자 honeybee@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