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깐 읽기] 알고리듬이 온다! 정치인은 가라?
22세기 민주주의 / 나리타 유스케
벌써 <22세기 민주주의>라니. ‘알고리듬이 선거가 되고 고양이가 정치인을 대체한다’는 부제는 대체 무슨 소리일까. 선거로 다급해진 정치인들이 머리를 숙이고 읍소하는 요즈음이다. 하지만 선거가 끝나면 화장실 들어갈 때와 나올 때처럼 또 달라질 것이다. 유권자의 눈치만 보고 공공의 이익에는 관심도 없는 인간 정치인보다 귀엽고 무해한 고양이가 낫지 않냐는 말이다. 모두에게 공평하게 주어지는 한 표 대신 주제에 따른 알고리듬으로 대체되는 대의 민주주의를 제안한다.
투표자들이 얼마나 더 오래 살지에 따라 표에 가중치를 부여하는 ‘여명(餘命)투표’ 도입을 고려하자는 발칙한 주장도 실렸다. 한국에서 이런 이야기가 나왔다면 막말 파문에 사퇴로 이어지지 않았을까 싶다. 저자는 이미 일본 사회의 초고령화에 대한 해법으로 노인들이 스스로 생을 마감해야 한다고 말해 파장을 일으켰다. 오늘날 민주국가들이 실패하는 이유로 인터넷이나 SNS의 침투와 함께 진행된 민주주의의 열화(劣化)현상이 꼽힌다. 민주주의는 타락할 운명이었는지도 모른다. 중병에 걸려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 민주주의를 고쳐야 한다는 생각이 바탕에 깔려 있다.
무수한 데이터로부터 알고리듬이 의사결정을 하는 사회 시스템을 미래의 민주주의라고 부를 수 있을까. 저자는 이 책이 정치를 모르는 아마추어의 공상이라고 고백을 하지만 생각해 볼 가치가 있다. 사실 우리가 알고 있는 민주주의 원칙이 자리를 잡은 것도 불과 수십 년 전이었다. IT 강국 한국이 기술 혁신을 어떻게 민주적 가치와 접목할 수 있을지 그 힌트를 제공한다. 나리타 유스케 지음/서유진, 이상현 옮김/틔움출판/216쪽/1만 6800원.
박종호 기자 nleader@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