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해의 대학나무를 아시나요?” 남해 유자 활로 모색 ‘잰걸음’

김현우 기자 khw82@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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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때 ‘대학나무’로 불리며 지역 상징
2000년 들어 판로·생산 문제로 침체
지자체·민간 노력으로 부활 움직임

경남 남해군의 대표 농산물 ‘유자’ 모습. 남해군은 국내 유자 시배지로 알려져 있다. 김현우 기자 경남 남해군의 대표 농산물 ‘유자’ 모습. 남해군은 국내 유자 시배지로 알려져 있다. 김현우 기자

경남 남해군의 대표 농특산물 '유자'를 살리기 위한 노력이 본격화되고 있다. 국내는 물론, 유자 원산지인 중국으로까지 판로를 넓혀 옛 명성을 되찾겠다는 의지다.

14일 남해군에 따르면 남해관광문화재단은 지난 12일부터 일주일 동안 경기도 성남시 롯데백화점 분당점에서 ‘남해 관광 팝업스토어’를 운영한다. 이번 팝업스토어는 ‘유자의 고향, 노란빛의 남해로 가게’라는 콘셉트로 진행되며, 남해의 대표 특산품인 유자 가공품을 비롯해 남해에서 생산되는 농수산물 가공품 등 총 50여 점이 전시·판매될 예정이다. 참여 이벤트도 풍성하게 진행되는데, 최근 한정판으로 생산된 ‘롯데 남해 유자 빼빼로’를 증정하는 이벤트도 준비돼 있다.

이번 행사는 고품질 남해 유자를 외부에 알리고 판로를 확대하기 위해 마련됐다. 조영호 남해관광문화재단 본부장은 “남해는 유자의 시배지라는 명성에 걸맞게 고품질의 유자가 생산되는 곳”이라며 “이번 팝업스토어를 통해 남해 유자의 명성을 알리고 청정한 남해 농수산물을 도시민들과 함께 나누고 싶다”고 말했다.

남해관광문화재단은 지난 12일부터 일주일 동안 경기도 성남시 롯데백화점 분당점에서 ‘남해 관광 팝업스토어’를 운영한다. 남해군 제공 남해관광문화재단은 지난 12일부터 일주일 동안 경기도 성남시 롯데백화점 분당점에서 ‘남해 관광 팝업스토어’를 운영한다. 남해군 제공

남해 유자는 1990년대까지만 해도 전국적인 명성을 누려왔다. 유자는 원래 재배 환경 상 전남 고흥과 경남 남해, 거제 등 남해안에서 주로 재배가 이뤄져 왔는데, 남해군의 경우 우리나라 시배지인데다 당도가 높아 더욱 인기를 끌었다.

재배농가도 많았는데 전문 농업인은 물론, 집집마다 “유자나무 한 그루 정도는 심는다”는 말까지 나올 정도였다. 여기에 남해에서는 유자나무가 ‘대학나무’로 불리기도 했다. 워낙 잘 팔리고 가격도 좋다 보니 유자나무 한 그루만 있으면 자녀 1명을 대학 보낼 수 있다고 해서 붙여진 별명이다.

하지만 2000년대 들어 남해 유자는 내리막길을 걷기 시작했다.

가장 큰 문제는 생산량 감소다. 남해는 다른 지역과 달리 유자농장이 대부분 산지에 위치해 있다. 때문에 재배나 수확이 더 힘든 편인데, 여기에 농민들이 고령화되면서 유자 재배면적과 생산량이 빠르게 감소하기 시작했다. 같은 노력이라면 좀 더 돈이 되는 시금치나 마늘 쪽으로 옮겨간 것이다. 설상가상으로 당시에는 재배기법 등을 체계적으로 연구할 자생 민간단체나 생산자 단체도 없었다.

여기에 대체 과일이 많아지는 등 가격 경쟁력까지 밀리다 보니 그 많던 농가들이 하나 둘 농사를 접어버렸다. 실제 농촌진흥청 자료에 따르면 남해군 유자 농가는 지난 2015년 135개 농가였지만 2018년에는 85개 농가로 절반 가까이 줄었다. 같은 기간 소득은 1000㎡ 당 173만 원에서 109만 원으로 떨어졌다.

남해 지역업체인 ‘우도식품’은 지난 8일 유자당절임 8t을 유자 원산지인 중국에 수출해 눈길을 끌었다. 남해군 제공 남해 지역업체인 ‘우도식품’은 지난 8일 유자당절임 8t을 유자 원산지인 중국에 수출해 눈길을 끌었다. 남해군 제공

그나마 다행인 건 최근 들어 다시 유자가 살아날 기미를 보이고 있다는 점이다.

민간에서 유자빵과 유자막걸리 등 다양한 식품을 만들고 있는 데다 지자체가 나서 홍보와 판로 확보에 도움을 주고 있다. 유자 빼빼로 제작과 팝업 스토어 운영도 이 같은 이유에서 마련됐다. 또한 농협이 수매에 적극 나서면서 가격도 많이 안정화된 상태다. 이에 따라 2022년 기준 농가 수는 219곳으로 늘었고 농가 소득도 1000㎡ 당 200만 원까지 올랐다.

여기에 최근 지역 식품업체인 ‘우도식품’은 남해 유자로 만든 유자당절임과 유자과즙을 원산지인 중국에 수출하는데 성공했다.

중국 유자의 경우 비교적 당도가 떨어지는데, 이점을 노려 수출길을 열었다. 최근 1차 물량으로 유자당절임 8t을 선적했으며, 오는 9월까지 순차적으로 50t, 2억 8500만 원어치를 수출한다.

조혜은 남해군 유통지원과장은 “남해 특산물인 유자를 활용한 다양한 가공 제품이 중국 시장에서 호평을 받을 수 있기를 기대한다”며 “농가 소득향상과 기업의 발전은 물론 남해군의 유자가 전 세계 시장으로 뻗어갈 수 있는 발판이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남해군과 롯데웰푸드는 남해 유자를 알리고 판로를 키우기 위해 ‘유자 빼빼로’를 한정판으로 제작했다. 남해군 제공 남해군과 롯데웰푸드는 남해 유자를 알리고 판로를 키우기 위해 ‘유자 빼빼로’를 한정판으로 제작했다. 남해군 제공

군은 여기에 그치지 않고 지역 유자농가들이 6차 산업으로 나아갈 수 있도록 지원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제주의 경우 귤을 통해 생산과 가공, 체험 등이 가능한 6차 산업으로 발전시켰는데, 유자 역시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있다.

천상용 남해군 원예특작팀장은 “장기적으로는 유자가 6차 산업으로 발전해야 한다고 보고 있다. 내년에는 우량 농가를 중심으로 지원을 해서 유자농가가 남해군의 재산이 될 수 있도록 지원해 나갈 방침”이라고 말했다.


김현우 기자 khw82@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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