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선 참패에 당권 공백… 국힘 차기 당대표 이목 집중
16일 당선인 총회서 차기 지도부 논의
4선 이상 중진 당선인과 별도 간담회
지도부 선출 방식·시점 놓고 의견 다양
험지 생환 중진들 차기 당권주자 거론
수평적 당정 등 정치 개혁 요구 빗발쳐
여당 참패로 끝난 4·10 총선 이후 국민의힘은 정치 개혁과 차기 정책 수립 등 산적한 숙제를 떠안았다. 거야의 대정부 압박이 예고된 상황 속 한동훈 비상대책위원장의 사퇴로 국민의힘은 당장 당권 공백 상태에도 직면했다.
당 대표 선출 방식을 두고 현행 국민의힘 비대위 체제 유지와 22대 개원 이후 선출 방안 등 설왕설래가 이어지고 있다. 여당 최대 위기 속 채 상병 특검 등 당내 이견까지 불거지면서 난국을 수습해야 할 차기 당 대표에 정치권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14일 정치권에 따르면, 국민의힘은 오는 16일 국회에서 제22대 국회의원 당선인 총회를 열고 4·10 총선 참패에 따른 당 위기 수습 방안을 논의할 예정이다. 이날 당선인들은 총선 참패로 위기에 직면한 당을 수습할 차기 지도부 구성 문제를 논의할 것으로 전망된다. 윤재옥 원내대표 겸 당 대표 권한대행은 15일에는 4선 이상 중진 당선인들과 별도로 간담회를 열어 당 수습 방안에 대한 의견을 모은다.
앞서 지난 11일 한 위원장은 총선 참패에 책임을 지고 정치 입문 106일 만에 비상대책위원장직을 내려놨다. 한 전 위원장 사퇴 이후 당내에서는 지도 체제 선출 방식과 시점을 놓고 다양한 의견이 제기되고 있다.
우선 현행 윤 권한대행 체제를 유지하다가 22대 국회 출범 직후 전당대회를 통해 정식 당 대표를 뽑아야 한다는 의견이다. 총선 참패에 따른 반성과 쇄신의 시간을 거치는 게 우선인 만큼, 국민 목소리를 반영할 시간을 두고 당분간 비대위 체제를 유지해야 한다는 것이다. 반면 22대 국회가 출범한 직후 전당대회를 열어 위기를 수습할 2년 임기의 정식 당 대표를 뽑아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윤석열 정부 출범 이후 주호영·정진석·한동훈 비대위 등 이미 3차례 비대위를 거친 만큼 비대위가 아닌 정식 대표가 필요하다는 견해다.
차기 주요 당권주자와 지도부 구성을 두고도 여러 의견이 부딪히고 있다. 차기 당권주자는 정권심판 바람을 뚫고 험지에서 생환한 중진 의원이 주로 거론된다. 당내에서 거론되는 주요 후보는 서울 동작을에서 5선 고지에 오른 나경원 전 의원, 경기 성남 분당갑에서 ‘원조 친노’ 이광재 전 의원을 꺾고 4선 중진이 된 안철수 의원, 윤석열 정권의 상징 지역구격인 서울 용산에서 당선돼 5선 고지에 오른 권영세 의원 등이다. ‘낙동강 벨트’ 험지 탈환을 위해 당의 요구에 따라 경남 양산을로 지역구를 옮겨 당당히 4선에 오른 김태호 의원도 거명된다. 보수 정당 계열에서 첫 ‘수도권 5회 연속 당선’ 기록을 쓴 윤상현 의원도 곳곳에서 거론되고 있다. 또 친윤(친윤석열) 색채가 비교적 옅은 인물의 이름도 오르내린다. 대구·경북(TK)에서 6선 고지에 오른 주호영 의원, 원조 윤핵관이었지만, 친윤 핵심과 멀어진 권성동 의원의 이름도 오르내린다.
주요 당권주자로 비윤계가 낙점될 경우 대통령실이 거리를 두면서 이견을 내비칠 가능성에 무게가 실린다. 당 대표와 정부 간 이견이 생길 경우 윤 정부에 부담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당권주자로 꼽히는 안 의원의 경우 4·10 총선 직후 “민심을 받들어 대통령실·내각 총사퇴가 필요하다”며 “‘채 상병 특검’에 찬성표 던지겠다”며 대정부 비판 수위를 높였다.
당내에선 정치 개혁에 대한 요구도 빗발치고 있다. 차기 국민의힘 당 대표는 정치 개혁과 쇄신의 1차 성적표가 되는 만큼, 수평적 당정 관계와 개혁안 구상에 고심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험지 서울 도봉갑에서 승리한 김재섭 당선인은 이날 라디오 인터뷰에서 “여당의 제1 책무는 대통령실과의 협조보다는 입법부로서 행정부를 견제하는 것”이라며 “우리 여당은 너무 정부와 대통령실에 종속적인 모습들을 많이 보여줬다”고 평가했다. 김기현 전 대표는 SNS에 “선거 패배에 따른 당내 혼란을 조기에 수습하는 것 못지않게 대국민 약속인 정치개혁안 실천을 구체화하는 작업도 늦추어서는 안 된다”고 밝혔다.
곽진석 기자 kwak@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