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책·인물 대결 실종… 정권 심판론 모든 이슈 덮어" [4·10 총선 즉문즉톡]
'윤 대통령 불통' 선거 결과에 결정적
이종섭 임명 강행·황상무 늑장 경질
민감한 정국 사안 즉흥적 판단 악재
윤 정부 '부산 사랑' PK 승리 이어져
13년 만 국회 입성 이준석 가장 주목
박성훈·김태호·전재수 행보도 관심
뜨겁게 달아올랐던 제22대 국회의원 선거가 전국에서는 야당, 부산·울산·경남(PK)에서는 국민의힘의 압승으로 끝났다. 레이스 기간 독자들에게 여야 부산 후보 36명의 꾸며지지 않은 그대로의 모습을 전달한 〈부산일보〉 ‘4·10 총선 즉문즉톡’ 단톡방에는 본보 총선자문단 7명과 특별취재팀 4명이 초대됐다.
14일 오후 각자 휴대전화를 집어든 총선자문단과 〈부산일보〉 특별취재팀 11명 가운데 8명은 이번 총선의 모든 이슈를 정권 심판론이 덮었다고 분석했다.
울산과학대 하양 전기전자공학부 교수는 “지역 일꾼이나 입법 활동을 위해 인물을 뽑는 것이 아니라 정권 심판이라는 이슈로 자격에 문제가 있어도 무조건 당 보고 (다른 당이 싫어서도) 찍는 편가르기식 과거의 형태를 답습한 총선”이라고 혹평했다. 김종우 기자 또한 “정권 심판론이 전부였다”며 “‘이·조(이재명·조국) 심판론’ ‘운동권 심판론’은 영남권 일부에서 작동했으나 전국적으로는 윤석열 정권 심판론이 강하게 작용했다”며 “심판론이 작동하면서 정책 대결이 실종됐고 인물 대결도 사실상 없었다”고 말했다.
이 같은 총선 흐름의 주요 원인으로는 ‘윤 대통령’이 꼽혔다. 인제대 원종하 경영대 교수는 의정 갈등과 ‘이종섭·황상무 논란’을 언급한 뒤 “특히 ‘4·1 대통령 담화’는 그나마 남아 있는 중도층까지 마음을 결정하게 한 것이 아닌가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권상국 기자도 “황상무 전 시민사회수석 늑장 경질과 이종섭 호주대사 임명 강행 등 윤 대통령이 정국 사안을 다소 즉흥적으로 결정한 게 악재로 작용한 것 같다”고 분석했다.
동아대 임석준 정치외교학 교수는 ‘총선 결과에 결정적 영향을 준 원인이 무엇이냐’는 질문에 ‘윤 대통령 불통’을 꼽으면서도 전국 결과와 정반대로 나온 PK 총선 성적표에 대해서는 “윤석열 정부의 ‘부산 사랑’이 표로 이어졌다”고 말했다. 윤 대통령이 2030세계박람회 유치 실패 이후 여러 차례 부산을 찾아 “부산항을 세계 최고 수준의 스마트 항만으로”(지난 5일 부산항 신항 7부두 개장식) “부산을 남부권 거점도시로”(지난 2월 ‘부산이 활짝 여는 지방시대’ 민생 토론회) 등 약속을 한 것이 주효했다는 평가로 해석된다.
〈부산일보〉 총선자문단과 특별취재팀은 주목되는 당선인도 선별했다. 복수 투표로 진행한 결과, 최다 득표는 정계 입문 13년 만에 국회에 입성하는 개혁신당 이준석(경기 화성을) 당선인으로 5표를 얻었다. 부산학교운영위원회협의회 김동찬 회장은 이 당선인의 승리에 대해 “드라마 같은 역전”이라고 평가했으며 최정원 청춘연구소 컬처플러스 대표는 “개혁신당 소속으로 지역구에 출마해 유일하게 생환한 그의 향후 거취가 주목된다”고 말했다.
이어 2위에는 제22대 총선에서 12석을 얻어 원내 3당으로 자리매김한 조국혁신당 대표인 조국 당선인이 뽑혔는데, 여기에 부산 북을 지역구에 출마한 국민의힘 박성훈 당선인이 공동으로 나란히 이름을 올려 이목을 끈다. 곽진석 기자는 “해양수산부 차관, 대통령실 국정기획비서관, 부산시 경제부시장 등 화려한 스펙에도 공천 과정에 다소 우여곡절이 있었다”면서도 “예산, 행정에 특화돼 있는 만큼 신설 선거구를 얼마나 발전시킬지 주목된다”고 말했다.
이어 4위는 국민의힘 공천관리위원회의 낙동강 벨트 전면 배치 인사 중 유일하게 살아 돌아온 경남 양산을 국민의힘 김태호 당선인이다. 원 교수는 “새로운 도전을 통해 4선 고지에 오르면서 서부 경남과 동부 경남 전체를 아우르는 경남의 맹주로 우뚝 섰다”고 평가했으며, 이은철 기자는 “22대 국회에 입성해 본인이 어떤 활동을 하느냐에 따라 PK 대권 잠룡으로 급부상할 가능성이 충분히 있어 보인다”고 전했다.
이 밖에 민주당 추미애, 국민의힘 나경원, 안철수 등 쟁쟁한 정치인들 외에도 국민의힘 김재섭 김용태, 민주당 전용기 등 청년 당선인들의 이름도 거론됐으며 특히 부산에서는 민주당 전재수, 국민의힘 박수영 당선인이 이름을 올려 주목을 받는다. 최 대표는 전재수 당선인에 대해 “부산에서 유일하게 민주당으로 당선됐다”며 선택의 이유를 밝혔으며, 곽성욱 시리즈벤처스 공동 대표는 “박수영 당선인이 문현금융단지 고도화를 위한 노력과 KDB산업은행 부산 이전에 역할을 해줄 것”이라고 기대했다. -끝-
특별취재팀·정리=이은철 기자 euncheol@busan.com
이은철 기자 euncheol@busan.com